훈발놈이 그냥 밈이라고요? 선 넘는 아동 캐릭터에 대한 태도

위) 짱구는 못말려의 훈이 아래) 포켓몬스터의 지우

[대한민국청소년의회 기자단 / 현은빈 인턴기자] 애니메이션은 아동이 아닌 성인들도 다수 시청하며 시청하는 연령대가 다양하다. 특히 어린 시절 봤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성인이 돼서 시청하며 이전과 다르게 작품을 보는 경우가 많다. 성인의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된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나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이것이 마냥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건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게 된 성인들이 작품 속 캐릭터를 다르게 보며 인터넷에서 캐릭터의 이름과 달리 지칭하고 있다. 그 예로,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캐릭터인 ‘훈이’를 지칭하는 ‘훈발놈’이라는 용어다. ‘훈이’라는 캐릭터가 민폐를 끼치는 행동이나 답답하고 짜증 나는 행동을 했을 때를 보고 네티즌들이 ‘훈이’와 ‘OO놈’이라는 욕을 합쳐서 만든 용어다. 


하지만 훈발놈 용어뿐만 아니다. 이미 오랫동안 쓰이고 있는 ‘지우레기’라는 용어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지우’ 캐릭터를 ‘쓰레기’와 합쳐서 만들어졌다. 이 용어는 ‘지우’ 캐릭터가 같은 작품에 나오는 ‘로켓단’이라는 악당 집단의 행동과 비교되며 더 부각되었다. 내용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포켓몬’을 대하는 태도에서 ‘지우’보다 ‘로켓단’이 포켓몬을 더 생각한다는 게 이유다.


이런 용어들은 SNS나 커뮤니티,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지며 인터넷에서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용어들이 탄생하게 된 공통점은 시청자가 캐릭터의 행동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품 속 모든 캐릭터는 선하지 않으며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에게 피해를 끼치는 장면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 캐릭터에 대해 더 크게 분노하며 이런 용어들이 탄생했다.


특히나 애니메이션은 실존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심하게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의 악행 모음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모음집 영상이나 글을 쓰는 수고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며 네티즌들은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좋지 않은 방향으로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퍼지며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도 망가져 버린다. 


캐릭터의 이미지도 작품을 소비할 때 중요한 요소다. 캐릭터의 이미지를 통해 작품 소비를 결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망가져 버린다면 창작자나 작품을 소비할 소비자한테도 좋은 방향이 아니다. 창작자는 자신이 만든 소중한 캐릭터가 망가지는 것이고 소비자가 작품을 관람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자리 잡는다. 단순히 재미로 이렇게 소비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더 퍼져 나가며 캐릭터의 이러한 이미지가 굳어진다. 최근 유튜브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튜버들의 방향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더 자극적인 주제로 접근하는 것이다. 익명의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건 돈이 되지 않으나 유튜브로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올리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유튜브 시청자들도 자극적인 영상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소재는 조회수만을 위한 좋은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캐릭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작품을 향한 과한 몰입에서 시작되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과한 몰입은 애니메이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흔히 ‘과몰입’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행동은 작품이나 예능에 나오는 실제 출연진한테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요즘은 나아졌지만, 예전 같은 경우, 작품에서 악역을 하면 길을 가다가 시민에게 욕을 듣거나 맞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특히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을 맡은 배우에게 향하는 이런 태도들은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화제성과 시청률 둘 다 잡고 있는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은 벌써 시즌 2를 달리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골때녀’ 시청자들은 직접 풋살을 할 만큼 관심을 가지거나 분석까지 하는 등 예능을 본다. 그러나 과몰입을 한 일부 시청자들이 팀의 성적이 부진하거나 출연진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시, 출연진의 SNS나 영상이 올라와 있는 유튜브로 찾아가 악플을 단다. 시청자의 과몰입 때문에 캐릭터나 출연진을 좋아하는 팬들 또한 골머리를 앓는다.


용어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아동 캐릭터라는 점이다. 작품 속 ‘훈이’ 캐릭터는 5살, ‘지우’ 캐릭터는 10살이다. 실존 인물이 아닌 애니메이션 속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하는 것을 지적하는 건 확대 해석이나 예민하다고 몰아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가 아동을 바라보는 태도를 보면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성인이 작품이나 현실에서 드러나는 아동의 행동을 보고 아동의 행동을 전혀 이해 못 한다는 듯이 굴며 쉽게 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동은 일반적으로 성인보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며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작품 속이나 현실에서 아동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 일부 성인들은 참지 못한다. 이건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이유와 맞물린다. 


노키즈존 탄생 이유 중 하나가 아동의 소란스러운 행동에 대해 성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동이 가게 내부에서 통제 없이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들이 발생한다. 또한 이런 행위를 하는 아동을 아동의 부모가 통제하지 않아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일들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아동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아동이 아닌 어느 누가 하더라도 불편하다. 또한 아동만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성인들은 마냥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아동을 현실 속에서 배제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작품이나 현실에서 드러나는 아동을 바라보는 성인들의 시선이 뾰족하다. 단순히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함을 느껴서 나온 것이라고 하기에는 선을 넘는 말들이 많다. 또한 일부라고 단정 짓기에 그 수가 많다. 아동이 미래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아동에게 향하는 시선이나 태도에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 있다. 재미로 넘어가고 별거 아닌 일로 넘긴 수많은 것들이 어떤 형태로 다시 자신과 사회에 돌아오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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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2.02.02 13:01 수정 2022.02.0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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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