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남해바래길 제8코스 섬노래길은 남해 천하 마을에서 미조를 한 바퀴 돌아서 걷는 약 14.4km 길이다. 남해미조(彌助)는 미륵이 도운 땅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지명이다. 옛날 석가세존이 남해 금산에서 기도하다가 인도로 돌아가는데 발이 바다에 빠지려고 하니 바닷가 땅이 조금 늘어나서 세존의 발이 바다에 빠지지 않게 하였다는 설화가 전해 온다.
그래서 석가세존이 고마워서 미조 바다에 어족이 풍부하게 해 주었고 그 인근 마을 사람들이 많은 고기를 잡아 부자가 되었다고 하여 미륵이 도운 땅이라고 하는 것이다. 남해군은 이곳에도 걷는 길을 조성했다. 남해 천하 마을에서 망산전망대, 무민사, 미조북항, 남망산전망대, 미조남항, 설리해변을 지나서 천하 마을로 회귀하는 길이다. 남해바래길 중에서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유일한 길이다.
그 이름을 섬노래길이라고 한 것처럼 바닷가를 걷다가 망산이나 남망산을 오르기는 하지만 산의 양쪽으로 다 바다가 보이는 길이다. 섬집 아기의 노랫말처럼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길이다. 아기를 재우고 바다에 굴 따러 간 엄마가 아기 걱정에 갈매기 울음소리에 집으로 달려온다는 의미다.
처음 출발지가 바로 종착지인 남해 바래길 8코스 섬노래길에서는 남해 79개 섬 대부분을 볼 수 있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최영 장군의 역사 이야기가 녹아있는 무민사를 지나 걷는 길이기도 하다. 최영 장군은 젊은 날 낮잠을 자고 있는데 집 앞 감나무에 용이 감겨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잠을 깨어 방문을 열어보니 앞집 꼬마가 감나무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영은 그 집으로 가 “이 아이를 잘 키우라.”고 말한다. 그리고 최영은 일찍 그 아이의 그릇을 알고 손녀사위로 삼았다. 태평성대를 꽃피운 조선 최고의 재상 황희, 정치를 즐길 줄 알았고 유배를 가장 많이 다녔다는 맹사성, 하늘이 내린 재상 그리고 7년 전쟁 임진왜란을 이겨낸 류성룡, 진자리에서 다시 피어났다고 하는 채제공이 있다. 4명의 명재상 중에서 맹사성은 최영 장군이 미리 알아본 재상이다. 그런 최영 장군의 사당 무민사 앞에 서면 아름다운 미조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최근에는 그 바래길에 설리스카이워크라는 좋은 놀이공간도 생겼다. 이 길을 무념무상으로 걷다 보면 저절로 신선이 된 것처럼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 남해사람으로서 걸어보아도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길이다.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워 섬집아기를 한 백번쯤 흥얼거리며 걷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섬노래길에서는 조선 최고의 명장이자 우리나라의 자랑인 충무공 이순신의 이야기도 있다. 1593년 5월 7일 충무공 이순신의 일기를 보면 ‘흐리되 비는 오지 않았다. 우수사(이억기)와 함께 아침밥을 먹고 배에 올라 미조항으로 향했는데 동풍이 크게 불고 파도가 산더미 같아 간신히 이르러 잤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섬노래길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최영 장군의 비하인드스토리, 충무공 이순신이 하룻밤 머문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신선이 될지도 모른다.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괴로운 사람이 있다면 남해의 ‘섬노래길’을 한 번쯤 걸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