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F.자전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자전적 소설이다. 1931년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2월호에 게재, 이 해에 피츠제럴드의 아버지가 사망했고, 아내 젤더는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피츠제럴드는 20대 초반에 엄청난 성공을 이루고 젤더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후의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프랑스로 떠난 그들은 사교계에서 명성을 얻지만, 젤더가 프랑스 조종사 에두아르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츠제럴드는 알콜 중독에 빠지고 그때의 경험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있다. 술을 자제하고 있는 찰리의 모습은 알콜에 중독된 피츠제럴드가 남자와 놀아나는 아내의 모습과 신경쇠약에 걸린 매리언의 모습은 젤더와 겹친다.
서른다섯의 아일랜드계 미국인 찰리 웨일스는 딸 오노리어를 되찾기 위해 파리를 방문한다. 그는 미국의 호황기 1920년대에 파리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탐욕의 도시 바빌론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파리 이곳저곳에 흥청망청 돈을 뿌리고 다녔었지만, 대공황으로 몰락한 후에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딸 오노리어는 동서 링컨 피터스와 처형 매리언이 맡아서 키우고 있다. 아내가 죽으면서 아이의 양육을 그들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신경쇠약에다 몸이 약한 매리언은 동생의 죽음이 그의 탓이라 여기고 있다. 몇 년 전 눈보라가 치는 밤 급하게 두드리는 문소리에 나가봤더니 동생이 쓰러져 있었다. 집에 들여 보살피고 있는 사이 찰리의 아내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찰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파티에서 여느 때처럼 한 남자와 놀아나는 아내의 모습에 화가 나 집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잠든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밤 눈보라가 그렇게 내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또한 눈보라 때문에 택시마저 다닐 수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고 그도 아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피하지는 않았다. 아내의 죽음 이후 오노리어는 매리언의 손에 맡겨졌고, 그는 대공황으로 인한 실패를 만회하고자 프라하로 떠난다.
새로운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궤도에 오르자 그는 딸 오노리어와 함께 사는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딸 오노리어도 아빠와 함께 살고 싶어 했다. 매리언은 조카 오노리어를 찰리에게 보내기로 결정한다. 찰리의 변한 모습에 대한 조금씩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에서 흥청대던 시절의 친구들이었던 던컨과 로레인이 매리언 집을 방문하고 그들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그들과의 만남을 피하는 찰리를 원망하며 떠난다. 이 상황을 접한 매리언은 치를 떨며 나가버리고 결국 딸을 데려다 키우려는 찰리의 꿈은 허사가 되고 찰리는는 공허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파리를 떠난다.
환락의 시대 1920년대가 지나가고 몰락과 가난이 찾아온 대공황시대의 미국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로 치환시켜 대변한다. 대공황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사람들의 삶, ‘잃어버린 세대’를 표상하는 인물이 찰리다. 찰리는 1929년 겨울의 혹한이 찾아오기 전까지 주식 투자로 돈을 벌어 파리에서 부유한 생활을 누렸다. 그런 생활 속 끝에 그는 자신의 건강과 아내를 잃었고 대공황으로 부를 잃었다. 찰리가 건강을 잃고 아내와 사별한 것은 경기가 좋아질 때였다. 그러니 그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것은 급작스럽게 찾아온 가난이 아니라 스스로의 방탕함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상실과 허망함을 뒤로 하고 찰리는 2년 가까운 시간을 일하며 보냈다. 그가 다시 파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향락을 대표하는 이전의 '바빌론'을 찾아가지 않을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바빌론'에 남아 찰스를 유혹하는 인물들이 있다. 덩컨 셰퍼, 로레인 쿼리스다. 찰리가 자신들과 함께 했던 '바빌론'에 제 발로 찾아오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 스스로 찰리를 찾아간다. 찰리의 새로운 마음에 다시 바빌론의 사치와 환상을 집어넣으려고 말이다.
피츠제럴드는 1929년의 대공황 이후 시기를 배경 삼았지만, 막연히 대공황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각박해졌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커다란 경제적 위기가 오기 전에 이미 피폐해진 인간 정신을, 그리고 경제적 위기만큼이나 정신적 피폐함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임을 전하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위기는 있고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 19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모든 것이 어렵다. 피츠제럴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신적 피폐함이라고 말하며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성실하고 바르게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