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대쪽 같은 조선의 선비가 남해로 유배와 아홉 명이 꾸는 꿈 이야기로 소설을 썼지요. 성진이란 남자 주인공이 스승인 육관 대사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다녀오다가 석교라는 다리에서 장미꽃같이 매혹적인 팔선녀를 만나 서로 희롱하고 놀았던 죄로 모두 풍도지옥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염라대왕의 명으로 양소유와 진채봉, 계섬월, 적경홍, 정경패, 가춘운, 이소화, 심요원, 백파능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서 운명처럼 서로 만나 사랑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 이야기인데 꿈에서 깨어나 그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란 깨달음을 얻는다고 합니다."
서포 김만중이 지은 구운몽은 꿈을 주제로 꿈과 이상을 풀어낸 이야기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을 꿈을 통해 이루려는 환타지 소설이다. 남해로 유배를 온 김만중이 구운몽을 집필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 이야기가 있는 그 길이 바로 남해바래길 9코스 구운몽길이다.
이 길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 길에서 당신과 자분자분 속삭이고 싶었습니다
한 번쯤은 양소유도 되어 보고 싶고
또 한 번쯤은 팔선녀도 되어 보고 싶었습니다
간혹, 마음에만 담아 두었던 꿈이 이루어지기도 하네요
찔레꽃 내음이 구름처럼 번지는 계절
당신과 내가 이 길에서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아! 이 길에서 우리 사고 한번 크게 치는 거지요
남해바래길 9코스 구운몽길은 조선시대 최고의 문인 서포 김만중이 유배를 와서 삼 년을 머물다가 잠든 곳이다. 천하마을에서 시작하여 앵강다숲까지 김만중의 영혼과 함께 걷는 길이다. 유배 온 조선 선비들의 문학작품에 배경이 된 남해 금산과 상주 해안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걷다 보면 세상의 물음표들이 거짓말처럼 희미해지고 억울한 일도 서러운 일도 다 용서하고픈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길이다.
바다랑 하늘이랑 정답게 짝하여 놀다가 쉬엄쉬엄 걷다 보면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저절로 힐링이 된다. 남해바래길 제9코스 구운몽 길은 17km에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구름처럼 포근하고 정다운 구간도 있고, 돌처럼 굳세고 단단하여 잠시 발걸음을 부여잡는 구간도 있다.
시대를 앞서간 철학자, 문인, 예술인들이 걸으며 사색하여 진리를 알았다고 하는데, 남해바래길 제9코스 구운몽 길을 걷다 보면 '걸으면 저절로 신선이 되는 길' 이란 슬로건과 딱 맞아떨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
서재심 alsgml-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