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상상의 토머스 모어』

신간 서평

여계봉 선임기자

십여 년 전 영국 여행 중에 런던 시청에서 템스강 건너 바라보이는 런던성의 화이트 타워가 그렇게 낭만적이었다. 그러나 타워브릿지를 지나 런던성이 가까워질수록 온몸이 한기가 들 정도로 오싹해 지면서 공포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정복왕 윌리엄 1세가 지은 왕궁이자 요새 런던성은 권력과 왕좌를 둘러싼 ‘피의 역사’ 현장이다. 왕족을 비롯한 귀족들의 감옥이자 고문, 처형장으로 쓰이면서 비극의 무대가 된 런던성은 12세에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5세와 동생, 앤 불린을 포함한 헨리 8세의 두 왕비, 헨리 8세의 딸 제인 그레이 등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처형되었던 곳이었다. 그중에는 영국의 정치가이자 작가인 토머스 모어(Thomas More)도 있었다. 


흔히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토머스 모어는 종교적 신념으로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영국의 정치가이며 사상가이며 명저 『유토피아』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1521년 재무장관이 되었으며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고, 1523년 하원의장으로 선출되었으며, 1529년 대법관을 겸하는 상서경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던 토머스 모어는  1534년 앤 불린의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한다는 왕위계승법에 서명하기를 거부하여 런던탑에 감금되었다. 


모어는 여러 차례 회유가 있었으나 자신의 종교적 신앙을 끝까지 배반하지 않았다. 그리고 1535년 사형 선고를 받게 되고, 집행을 머뭇거리는 집행인에게 ‘기운을 내고 자네의 임무를 행하게. 내 목은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고 말한 후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처럼 강렬하고 선이 굵은 삶을 살았던 모어는 실제로 르네상스기의 간판급 휴머니스트였다. 먼발치에서 수채 풍경화를 보듯 그의 어린 시절부터 양심수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의 진솔한 인간상을 쉽게 대화체로 풀어낸 새해 신간이 있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조명동의 『상상의 토머스 모어』, 글터, 19,000원


『상상의 토머스 모어』를 쓴 작가 조명동은 고려대학교 문과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머스 모어에 관한 저서로 2019년에 출판한 『토머스 모어 : 정의담론과 그의 죽음』이 있다. 


이 책은 모어의 어릴 때부터 죽음을 맞기까지의 삶이 11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가 남긴 말들과 행적들을 통해 휴머니스트인 그의 인간적인 진면목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다. 


<목차>


1, 명민한 아이

2. 시동

3. 옥스퍼드대학생

4. 경건한 법학자

5. 행복한 가정

6. 이상국 유토피아

7. 왕의 종복

8. 첼시의 모어 학교

9. 대법관

10. 위기

11. 양심의 승리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11장 p270에 들어있는 모어와 딸 마가렛과의 대화 내용이다. 아버지 모어를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딸 마가렛과의 대화에서 두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내적 갈등이 극적으로 표출된다. 딸은 런던성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아버지를 면회할 때마다 아버지 목숨을 구하고자 결정을 번복하도록 눈물로 설득한다. 


이 모습이 맘에 걸린 모어는 “애야, 이곳은 그런대로 괜찮은 곳이란다. 이곳의 절대 고독은 때로는 내게 무한 사색의 자유를 맛보게 해주기도 한단다. 나는 이브의 유혹이 더 걱정인걸” 


런던 템스강가의 런던성(London tower)


모어의 ‘유토피아(Utopia)’는 한마디로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유토피아’라는 단어 자체가 그리스어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완벽한 사회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사회’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추구했던 모어. 결국 자신은 참수대 이슬로 사라지지만 그가 추구했던 ‘유토피아’는 영원히 살아 있다.


이 책은 모어의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을 통해 ‘인간이란 진정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다. 잉글랜드로 인물역사여행을 떠난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상상의 토머스 모어』를 만나보길 권한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작성 2022.02.12 20:23 수정 2022.02.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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