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래길 10코스 앵강다숲길은 15, 6km로 6시간 30분쯤 소요되는 길이다. 鶯(앵)江(강)은 꾀꼬리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바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제나 보아도 정말 바다임에도 호수처럼 고요하다.
일제강점기 전에는 남해 강진 바다는 어미강이라 했고 앵강바다는 애기강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 음과 비슷하게 강진과 앵강으로 두 글자가 한자화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앵강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다. 이 길은 바래길 위에서 모두 앵강바다를 볼 수 있는 길이다.
서포 김만중이 유배와서 살던 노도를 한가운데 두고 호수처럼 고요한 앵강만을 보면서 걷는 남해바래길 10코스 앵강다숲길에는 인공으로 만든 숲이 있고 그 숲에는 사철 야생화들이 아름답고 화려하다 핀다. 이 길에서 내내 보이는 노도에서 쓴 시 한 편을 소개해 본다.
노도에서
눈물이 바다 되어
섬으로 선 그곳에는
행여 내 소란스러움 죄 될까
걸음도 사뿐사뿐
목소리도 소곤소곤
초옥터 오르던 길
천 리 길 먼 곳
남해 향해 귀 열려 있는
어머니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들
바람도 듣고
햇살도 보았겠지
늦은 가을 노도에는
들국화 향기 땅으로 스며들고
오래전에 받아 마신 한숨
삭이지 못한 앵강은
아직도 퍼렇게 멍이 들어 있더라
남해라는 섬으로 유배와 또다시 노도라는 섬으로 들어간 기막힌 사연을 안고 있는 서포 김만중을 잠시 기억해 보면 조선이 병자호란이란 소용돌이에 휩싸여 돌아갈 때 아버지는 자결하고 그 할머니는 목을 매어 자결한다. 그때 서포의 어머니는 다섯 살 난 큰아들과 배 속의 아이를 안고 강화로 피난을 간다.
서포 김만중은 강화에서 나오는 배 안에서 태어나 일생 유배를 세 번이나 다녔던 분이다. 배 안에서 태어났다 하여 어릴 적 아명도 선생(船生) 이라고 했다고 하는 서포 김만중, 강직하여 임금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서포 김만중이 유배 살던 노도를 안고 걷는 길 앵강다숲길은 역사 속의 슬픈 이야기가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한 편의 드라마가 된다.
자연이 문학이나 그림 또는 노래로 재구성되어 예술로 승화시킬 요소들을 가득 담고 있는 길이다. '걸으면 저절로 신선이 되는 길' 남해 바래길 그 바래길 중에서 가장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 앵강다숲길이다.
우리는 흔히 시대를 탓하고 사람을 원망한다. 그러나 조선의 선비는 그런 계산 없이 오직 옳다고 생각하는 한 길을 걷다가 천 리 먼 길 남해로 유배를 오게 된다. 그리고 선비정신과 발자취는 수백년 넘게 아직도 역사 속에서 살아있다. 앵강다숲길에서는 그런 일화를 기억하면서 걷다 보면 저절로 생각의 창고가 넓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 봄엔 남해바래길 10코스 앵강다숲길을 꼭 걸어보며 자연과 역사와 역사적 인물의 향기에 취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