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콰이강의 다리’ 너머에는 ‘저도 비치로드’가 있다

여계봉 선임기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저도는 옛 마산시가 9경으로 선정할 정도로 물이 맑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지형이 마치 돼지가 누워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 하여 돼지 저()자를 써서 저도(猪島)라 하였다.

 

남북 길이 1,750m, 동서 너비 1,500m의 그다지 넓지 않은 섬으로 한쪽에는 해발 202m의 용두산(龍頭山)이 솟아 있고, 사방은 가파른 비탈과 해식애를 이루고 있다. 해안선 길이는 10km인 이 섬에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콰이강의 다리저도 비치로드가 있다. 특히 저도 비치로드는 섬 모양을 따라 둥글게 조성된 6.5의 해안 둘레길로,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면서 느긋하게 걷기에 좋은 길이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걷기여행길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저도는 콰이강의 다리저도 비치로드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숨어 있는 섬이 아니라 찾아가는 섬이 되었다.


창원 마산합포구 구복리와 저도를 잇는 ‘콰이강의 다리’


오늘은 서울에 사는 고향 친구들과 함께 지금은 창원으로 흡수된 가고파의 고향마산의 바닷가를 찾는다.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의 돌출한 구산반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려가니 푸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서 저도와 마산합포구 구복리를 잇는 붉은색 철제 교량인 콰이강의 다리와 새로 만든 연륙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차는 주차장에 두고 보행자 전용 교량인 콰이강의 다리를 건넌다. 철골 구조만으로 만들어진 옛 다리는 그 모양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다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마산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창원시는 2007년 오래된 다리를 철거하는 대신 바닥 일부에 투명 강화 유리를 깔아 바다 위를 걷는 스카이 워크를 만들었다. 유리 바닥에 서서 13.5m 아래를 내려다보면 남해안 특유의 잔잔한 물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바다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저도 바닷가는 마치 호숫물처럼 잔잔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콰이강의 다리의 가느다란 난간에는 사랑의 열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기둥에도 다양한 사랑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연인과 손을 잡고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야간에는 알록달록한 경관 조명이 다리 전체를 감싸 마치 은하수를 걷는 듯 낭만을 더한다.


저도 비치로드 트레킹이 시작되는 하포마을 나무데크


다리를 건너 저도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나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구산반도와 저도로 둘러싸인 저도 바다는 잔잔한 호수 같다. 호수 같은 바다 너머로 멀리 거제도의 산봉우리들이 아기자기하게 솟아 있다. 바닷가의 해안도로를 따라 하포마을까지 걷는다. 작은 배들이 정박돼 있는 포구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하포마을을 지나면 도로는 끝나고 저도 비치로드 입구인 나무데크가 보인다. 시작 계단을 오르니 황톳길이 주욱 이어져 발의 촉감이 좋다. 이어지는 바닷가 데크길은 시원한 바다 풍경이 절경이고 산속의 오솔길은 아기자기한 정겨움을 안겨 준다.


썰물 때는 제1 전망대까지 바다로 난 해안 길을 걷는 것이 좋다.


길은 해변 숲길로 이어지지만 썰물 때면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마침 물이 빠져 있는 시간대라 해안 바윗길을 따라 걷는다. 해안으로 내려서니 저도를 잇는 연륙교와 호수처럼 잔잔한 양식장이 펼쳐진다. 수심이 얕고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여름에는 수영하기 적격이다. 다시 오솔길로 들어서니 길은 외길인지라 잃을 리 없고 산은 육산인지라 발끝에 닿는 촉감이 사뭇 부드럽다.


저도 비치로드 제1 전망대


구산반도 최남단과 마주보고 있는 제1 전망대에서는 남쪽으로 거제도 쪽 바다가 시원하게 바라보인다. 거제도와 창원시 사이에서 익곡만을 이루고 있는 진해만이 넓게 펼쳐진다. 진해만 너머로 다가오는 거제도의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남서쪽 바다 너머로는 통영 땅도 아련하게 다가온다. 1 전망대를 지나면 다시 숲길이다. 숲길을 걷다 보면 다시 푸른 바다와 거제도를 비롯한 주변의 섬들이 가슴에 안겨 온다. 바다 위에는 곳곳에 고기잡이배들이 있고, 가까운 바다에는 양식장을 알리는 부표들이 떠 있다.


제2 전망대부터 제4 전망대까지 1km의 ‘바다구경길’은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


2 전망대부터 제4 전망대까지는 바다구경길이라고 불린다. 해변에 약 1km 정도 데크를 깔아놓은 이 길은 이름 그대로 푸른 바다와 거제도, 통영에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우리를 행복의 길로 안내한다. 쪽빛 바닷물에서는 푸르스름한 방광이 일고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는 다도해가 한눈에 펼쳐진다. 부산의 가덕도와 거제의 칠전도, 가조도, 어의도, 수도, 그리고 진동의 수우도, 양도와 이름 모를 작은 섬들이 옥색 비단에 고운 장신구처럼 박혀있고 그사이를 유영하는 상선들과 고깃배들도 보인다.


이순신학교 이봉수교장이 이 바다에서 벌어진 임진왜란 당시의 해전을 설명하고 있다.


4 전망대를 지나 산허리 한 굽이를 넘어서니 시야는 넓게 펼쳐지면서 진동과 고성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산자락 끝 포구 가까이로는 작은 어촌의 정경이 그리도 안온하게 느껴진다. 쭉 뻗으면 닿을 듯 청옥빛 바다 위에 눈꺼풀을 연거푸 끔뻑거리는 듯 하얀 파도가 밀려왔다 사라진다. 이런 길을 걸으며 마음이 열리지 않을 이, 행복을 느끼지 않을 이가 또 있을까.


‘바다구경길’은 우리를 행복의 길로 안내한다.


바다구경길이 끝나는 곳에서는 산속으로 오솔길이 나 있다. 경사가 조금 있는 고갯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능선 사거리가 나오고, 좌로 10분 정도 가면 저도의 최고봉 용두산 정상(202.7m)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콰이강의 다리와 연륙교 너머 구복리, 그리고 자라섬과 쇠섬이 펼치는 풍광이 백미다. 저도의 산자락은 해안가에 치마폭을 담그고 있고, 수목들은 해풍에 머릿결을 살랑거리고, 다리 아래 잔물결들은 아름다운 율동을 만들어낸다.

 

남해의 흩어진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용두산 정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다시 능선 사거리로 돌아와서 큰개마을로 내려가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온다. 하산 길은 산들바람에 여린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발목을 스치는 이름 모를 풀포기 조차 낯설지 않아 그동안 잃어버린 고향의 서정을 되찾은 기분이다. 산길이 끝나자 콰이강의 다리로 가는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윽고 다리를 건넌다.

 

동백꽃이 반쯤 져갈 때 탐스러운 꽃송이가 목이 부러지듯 쓰러져 나무 밑 풀밭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상기도 피어있는 꽃송이들이 홍채를 잃지 않은 3월 중순 즈음, 저도를 다시 찾고 싶다.

 

저도의 봄을 기다려본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작성 2022.02.21 11:13 수정 2022.02.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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