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평산포만호가 주둔하던 평산항에서 남해스포츠파크까지 13.7km를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약 5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길이 임진성길이다.
이 길을 임진성길이라고 명명한 것은 출발지에 있는 작은미술관을 관람하고 산길을 나른하게 걷다 보면 여수가 정확하게 마주 보이는 산등성이에 임진성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전라좌수사였던 충무공 이순신이 여수를 출발하여 5월 7일 거제 옥포에서 첫 싸움에 대승을 거둔다. 그것이 옥포해전이다. 왜군이 4월 13일 조선을 침략하고 육지에서 파죽지세로 달려 한양까지 20일 평양까지 60일 만에 진격하며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옥포해전에서 처음 패하고 난 뒤 일본은 그 굴욕감을 참지 못하고 다시 옥포로 재침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남해 임진성 아래 바닷가 이름이 옥포다. 그래서 남해 사람들은 남해 옥포로 오는 줄 알고 급하게 민관이 협력하여 성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임진년에 성을 쌓아다고 해서 임진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임진성에서 멀리 바라보면 충무공 이순신이 머물렀던 여수가 환하게 보인다. 나라 걱정에 잠 못 이루시던 충무공이 저 바다를 지나 거제로 가서 옥포해전을 치르고 사천에서 사천해전을 또 치렀다. 통영에서는 한산해전을 부산에서는 부산포해전을 치르며 수없이 오고 간 곳이 임진성길 아래 저 바다이다.
임진성길 위에는 아난티 남해골프장이 있고 장항숲을 지나 남해스포츠파크까지는 참 아름답고 정다운 길이다. 특히 천황산 임도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큰 배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하동화력발전소와 포스코가 생기면서 남해와 여수 사이 바다에 국제항로가 만들어지고 큰 배가 지나다니기 좋게 바닷속 준설토를 퍼 올렸다.
그 준설토를 받아서 지금의 아난티, 스포츠파크가 생기게 되는데 그 당시 초대 민선 군수였던 김두관 남해군수는 바다에서 퍼 올린 준설토로 메운 땅에 스포츠파크를 조성했다. 독일에 가서 배운 기술로 천연잔디를 가꾸고 그 잔디로 축구장, 야구장을 만들어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에서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게 만들었다. 그 명성으로 2002년 월드컵 때는 덴마크팀들이 남해스포츠파크에서 훈련했었다.
각 지자체에서 남해스포츠파크로 벤치마킹 오신 분들을 많이 안내를 했다. 그래서 타 지역에 남해스포츠파크와 유사한 잔디 구장이 많이 탄생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두관 전 군수는 가장 어린 나이의 지자체 단체장으로 당선되어 남해라는 지역을 우리나라에 크게 알린 사람이다.
스포츠파크까지 걷는 남해바래길 12코스 임진성길은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역사가 공존하는 이야기를 기억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더욱이 높은 임도에서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사람이건 자연이건 너무 가까이서 보면 실망하기가 쉽다. 임진성길은 멀리 자연을 잘 조망하면서 걷는 길이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만의 특별한 시간을 담아 갈 수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길이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
서재심 alsgml-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