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윤흥길의 '땔감'에서 보는 아버지의 마음

민병식

 

윤흥길(1942 - )은 어린 시절 한국 전쟁을 경험하였고 그 이후 전후 세대를 살았다. 바로 그가 경험하고 느낀 전쟁의 아픔과 전쟁 후의 치열했던 삶이 이 작품에 녹아있다고 보는데. ‘땔감은 땔감을 소재로 3개의 에피소드를 묶어 놓은 소설이다. 작품의 배경은 한국 전쟁 직후이며 가난 때문에 땔감을 도둑질하게 되는 어려운 서민의 삶을 담았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버지와 주인공이 청솔가지를 훔치게 된 이야기이다. 구들장의 고래가 막혀 온 가족이 추위에 떨고 결국 고뿔에 걸리자 가족을 위해 아버지와 나는 결국소라단으로 청솔가지를 구하러 가는데 이유는 청솔가지가 막힌 구들을 뚫어준다는 효험이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소라단은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삼촌을 찾아다니던 유명한 학살의 장소였다.

 

아버지는 산감의 눈을 피해 청솔가지를 꺾기 시작했으나 서투른 솜씨 때문에 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크게 나면서 산감에게 발각되고 산감은 양민증을 제시하라고 소리친다. 아버지는 양민증이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글맞게 자네가 누군데 양민증을 제시하라고 하느냐는 등 산감과 맞서기에 이른다. 산감이 나를 데려가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게 눈짓으로 도망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산감에게 애원을 하기 시작한다.

 

죄 없는 자식 앞에서 아버지로서 보여주지 말아야 할 꼴을 꼭 보여주어야겠냐는 등 산감의 동정 심리를 자극하는 발언이었고 인정이 많았던 산감은 아버지를 보내주었다. 산기슭에서 만난 아버지는 내게 산감을 혼내주고 청솔가지를 가져왔노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조개탄을 훔친 이야기이다. 나는 석탄을 실은 뚜껑이 없는 무개화차에서 석탄을 훔치기 위해 두목 길봉이에게 바보짓을 하면 입을 찢어도 좋다는 약속을 하고 패거리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곧 두각을 나타낸 나는 길봉이에 이어 2인자의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게 6.25 직전에 나와 한 반이었던 진권이가 패거리에 들어오길 원한다. 나는 반대 했으나 진권이도 나와 똑같은 약속을 하고 합류한다.

 

진권이와의 첫 도둑질 날, 거의 성공을 앞두고 철로의 가동 궤조가 본 궤조에 들러붙을 때 그 사이에 진권이의 발을 끼이고 진권은 비명을 지른다. 그렇게 도둑질은 실패하고 길봉과 나는 도망을 친다. 진권이는 따라오지 않고 있었는데 그때 열차가 오고 있었다. 결국 진권이는 죽었다. 그날 밤 나는 아버지에게 회초리를 맞는데 아버지는 다 자신의 잘못이라며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올리고 나에게 회초리를 쥐어준다.

 

세 번째 이야기는 토탄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네에서 토탄이 좋은 땔감이라는 소문이 돌자 아버지는 토탄을 파기로 결심한다. 아버지는 논 임자하고 거래하기 전에 몰래 뾰족한 장대로 논을 찔러보며 토탄의 양을 재고는 토탄 채취 작업을 하는데 그날 토탄을 집으로 옮기느라 식구들은 녹초가 된다. 그런데 파면 팔수록 물기를 머금은 진흙이 나오고 논 임자가 나타나 토탄을 가져가랬지 남의 귀한 흙까지 가져가랬냐고 소리를 지르며 면박을 준다. 아버지는 토탄을 파던 자리에 내게 누우라고 하고는 땔감이 떨어지는 날이 오면 자신의 몸을 태워서라도 식구들을 따뜻하게 하겠노라고 말하고 나는 그 말에 목이 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도둑질까지 해야 했던 아버지의 모습, 능력이 없으면서도 아들 앞에서는 커다란 존재이고자 했던 아버지의 모습,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을 거쳐 가난으로 점철된 질곡의 삶을 살아온 나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고통 속에서도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삶을 두 어깨에 짊어졌던 고단 했던 그 시대 아버지의 모습에서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지금의 선진국을 만들었는지 뒤돌아본다. 먹고 살기도 어려웠던 시절, 땔감도 구하기가 어려워 도둑질까지 해야 했던 궁핍의 시대에 우리의 아버지들이 감내했던 아픔에 감사하는 마음을 우리는 지금 가지고 살고 있는지, 또 우리의 후세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아버지가 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04.27 11:32 수정 2022.04.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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