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전투

비행선으로 돌아와 잠시 한 숨을 돌렸다. 리아와 함께 만났던 분들에 대한 추억을 떠 올리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캡틴 다랑도 나의 여행이 어땠는지 물어왔다. 나는 간단한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쩌면 한참을 되 뇌여야 정리가 될 것 같았다.

비행선 조종실에서 탱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랑이 조종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리아를 불렀고 나도 리아를 따라갔다.

“제 2진 사령관 로이입니다. 다랑, 수신 확인됩니까?”

“로이 사령관, 확인됩니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가 태양계에 진입한 다음, 후미에서 따라오던 안드로이드를 발견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붙었어요? 라임 사령부에 보고하셨나요?”

“사령부에 보고했고 다랑과 합동 작전하라는 승인 받았습니다. 지금 몇 대가 우리를 따라 왔는지 확인 중입니다.”

”로이 인솔 비행선은 모두 태양계에 들어와 있나요?”

“아직 3대는 밖이고 태양계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선두부터 태양계 밖으로 다시 나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안드로이드는 아직 태양계 진입로까지는 모를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곳이 노출되고 나면 바로 모행성과 연결되니 신속하게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바로 선두그룹 우회하여 청행성으로 방향 전환합니다. 청행성 방향으로 유도하여 태양계와 거리를 두겠습니다. 레이더에 잡히는 안드로이드 비행선은 모두 8대로 확인됩니다.”

“우리도 합동 작전 준비하겠습니다.”

다랑이 왼팔로 포물선을 그리며 리아에게 말했다.

“리아, 다랑 지휘선으로 집합, 긴급 송신해요.”

“네, 다랑 인솔 전대원에게 긴급 송신. 긴급 집합, 지휘선으로 합류합니다.”

우리에게 긴박한 일이 생긴 것이다. 다랑이 리아에게 말했다.

“다랑 인솔 전대원 위장 준비 시키세요. 로이 사령관 뒤에 안드로이드가 추적하고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우리는 로이 부대가 안정권으로 접어들면 출발합니다.”

“다랑, 우리의 6, 7호 비행선 시간차 있어 합류 어렵습니다. 지구에 잔류 요청해 왔습니다.”

“요청 확인하고 승인합니다.”

“다랑 인솔 6, 7호선 잔류 승인합니다. 6, 7호선은 대기 장소 이탈하지 말고 다음 송신 기다리세요. 다랑 인솔 2, 3, 4, 5호 비행선 지휘선 옆 도착, 확인합니다. 모든 비행선은 다랑 명령 기다리세요.”

리아가 다랑을 쳐다 본다. 다랑이 모니터를 응시하며 말했다.

“로이, 청행성으로 계속 움직여 주세요. 속도를 낮춰 3,000km 권장 합니다. 지금 속도 좋습니다. 안드로이드는 4대씩 편대 비행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로이 진행로를 그대로 따라 가고 있는지, 아니면 직선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태양계를 통과하는지 비켜 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태양계 옆으로 진행 중인 걸로 봐서는 직선인 것 같습니다. 우리 비행선 후미 3대의 비행선 코스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좋습니다. 후미 3대가 태양계로 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드로이드를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안드로이드가 후미를 따라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난 후, 우리는 안드로이드의 후방으로 잠입하겠습니다. 로이, 대열을 유지시켜 주세요.”

“알겠습니다. 안드로이드와 태양계의 안정권을 확보하고 나서 작전을 전개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전후방에서 안드로이드를 가운데로 몰아 넣는 게 좋겠지요?”

“그래야 합니다. 나도 안드로이드를 계속 추적 중입니다. 우리가 안드로이드 후방에 붙은 후에 로이 인솔 비행선이 정지하면 됩니다.”

“오케이 다랑.”

우리 주변에 다른 비행선이 와 있는 것이 보였다. 리아의 비행선이 지휘선인가 보다. 나는 잠자코 앉아 리아와 다랑을 바라 볼 뿐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다랑이 말했다.

“로이, 이 정도면 안전 거리가 확보된 것 같군요. 우리가 안드로이드 뒤에 붙겠습니다. 정상 속도 유지하고 나와 교신 후 전투 대형으로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정상 속도 유지하면서 위장 진행, 전투 준비하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리아, 2, 3호 좌측, 3, 4호 우측 유지하고 지휘선 따르면서 전투 준비 송신하세요.”

리아는 다랑의 말을 송신했다. 비행선이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이 상황이 궁금했지만 리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 못하겠다. 심각한 것은 분명했다.

“로이, 우리는 안드로이드 후방 잠입 완료했습니다. 전투 대형 진행합니다.”

“다랑, 우리도 전투 대형 완료하면서 정지하겠습니다.”

“안드로이드도 속도 줄이고 있습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로이는 안드로이드 선두 4대를 맡아 주세요. 우리는 후방의 4대를 맡겠습니다. 내가 안드로이드 전파 송신하여 지휘선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투 상황 시 먼저 지휘선을 공격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랑.”

리아가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비행선이 격하게 움직일 수도 있어. 벨트 잡고 가만히 있으면 돼. 별 일 없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벨트를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귀선의 신원을 밝혀라. 어느 행성 소속인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다랑의 음성이 다시 반복되었다. 역시나 응답이 없었다. 잠시 후 다랑이 말했다.

“리아, 중앙의 비행선으로 레이저 로켓 2 발사하세요. 아, 잠깐. 대열 확장. 적이 레이저로켓 발사했다. 우측으로 회피기동.”

“우측으로 회피기동.”

“라임 전 비행선 전투 개시!”

“라임 전 비행선 전투 개시! 레이저로 공격하라.”

“레이저 로켓 5 발사. 리아, 레이더 표적 확인 발사”

“레이저 로켓 5 발사 완료.”

우리 비행선에 섬광이 비쳤다. 비행선이 요동쳤다. 비행 방향을 이리 저리 바꾸는지 내 몸도 덩달아 흔들렸다. 다랑의 의자가 조금씩 움직였고 리아는 조금 더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또 몇 차례의 섬광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순간 순간마다 뭔가에 부딪치는 충격이 느껴지기도 했다. 비행선끼리의 전투지만 내게 보이는 것은 작은 유리창 밖의 어둠과 빛, 두 가지 뿐이었다. 상대방 비행선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투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라임의 비행선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했다.

“다랑, 2대가 동시에 사정권. 레이저 5 연속 발사.”

“됐어. 리아 잘 했어. 한 방에 날렸네. 2대 격추했어. 부사령관답다.”

리아는 계속 적을 향해 레이저를 발사했다.

“행성 터진 파편이 하부에 온다.”

다랑이 소리쳤고 비행선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비행선에 엄청난 충격이 전달됐다. 곧이어 다시 한번 큰 충격으로 온 몸이 흔들렸다.

“로이, 안드로이드가 내게 집중한다. 지휘선 파악한 듯 하다. 비행선 하부로 집중이다.”

“다랑, 행성 뒤로 이동하세요. 함포레이저 발사합니다.”

“좋아. 안드로이드를 한 곳으로 밀어 넣었어. 우리가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맨 앞에 안드로이드로 레이저 로켓 집중해!”

“네. 각도 좋아요.”

“안드로이드에 지휘선은 없어. 모행성에서 입력한 대로 움직이는 거야. 아무래도 큐라인에서 보낸거 같다. 큐라인은 도둑질 밖에 모르는 군.”

“네? 큐라인이요?”

“맞아. 확실해. 전투 동선이 그래. 예전에 경험한 것과 큰 차이가 없군. 그럼 비행선 하부를 조심해야 돼. 얘들 작전이 거의 그래왔어. 레이더에 한대가 안 보여. 리아는 보여?”

“아니요. 안 보여요.”

“지금 방향에서 직선으로 항로 바꾼다. 아래 보이는 행성 이동 경로를 따라 접근하고 있는 거 같아. 레이저를 행성으로 쏘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레이저 발사.”

곧이어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수 많은 파편이 우리 비행선에 충격을 주었다. 충격 후에 고개를 들어 보니 다랑이 앉은 앞 벽면이 움푹 패여 들어와 있었고 다랑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비행선은 여전히 상하, 좌우로 움직였다. 그 때 빛 한 줄기가 오는가 싶더니 지지직 하고 쇠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리아가 소리쳤다.

“안드로이드가 우리에게 자폭했어. 행성을 밀고 들어왔어. 다랑, 원자로 상태 어때요?”

리아는 다랑의 상태를 모르고 있다가 다랑이 아무 말 없자 그 때서야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다랑이 다친 거 같아. 안 움직여.”

“알았어. 주연아, 잠깐만 이리 와.”

리아는 내게 원형의 기어를 잡으라고 했다.

“이거 잡고 앞에 초록 불빛이 들어오면 몸 쪽으로 당겨. 비행선 위장 필름이 벗겨졌어. 다시 복구해야 돼. 이게 없으면 레이저에 쉽게 노출돼.”

초록 불빛이 들어왔고 기어를 당겼다. 내가 물었다.

“됐어?”

“아니, 다시 해봐. 내가 오케이 할 때까지 계속 해.”

비행선에서 지지직 하는 쇳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나는 걱정이 되는데 리아는 동요하지 않았다. 리아의 모니터에는 여러 개의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고 노랗고 붉은 선들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리아는 적과의 교전으로 정신 없어 보였다.

내가 세 번째 기어를 당기자 리아가 말했다.

“오케이. 위장 필름 복구 됐어.”

나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리아와 로이의 교신이 이어졌다.

“로이, 우리 비행선이 안드로이드 자폭 공격을 받았어요. 레이저가 작동 안 해요. 잠시 뒤로 빠질게요.”

“알았어. 후퇴해.”

비행선이 아래로 푹 꺼지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비행선이 안정되자 리아가 말했다.

“다랑 헬맷 뒤편의 파란색 라인 좀 봐줘. 라인 전체에 불빛이 들어와 있는지 아니면 부분인지.”

다랑에게 다가가 헬멧을 보니 파란색 긴 라인 전체에 불빛이 있었다.

“파란색 긴 라인에 불이 들어와 있어.”

“다행이야. 그게 생명선이야. 전체가 파란색이면 문제 없는 거야.”

나는 재빨리 자리로 돌아왔다. 리아가 로이와 통신했다.

“로이, 우리는 외곽으로 빠져 나왔어요. 우리에게 붙은 비행선은 없어요. 안드로이드 4대 격추된 게 맞아요? 숨어 있는 건 아니죠?”

“모든 비행선이 안드로이드 4대에 집중 발사 중이야. 은닉중인 안드로이드는 없어. 다시 교신하자.”

리아는 긴 숨을 내 쉬며 벨트를 풀고 다랑에게 다가갔다. 리아는 다랑이 앉은 의자를 안쪽 방으로 이동시켰다. 의자는 자동으로 이동했고 다랑은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안정을 취하시면 될 거야.”

다랑의 의자가 뒤로 눕혀지고 천정에서 어떤 유리관이 내려와 다랑을 덮어 주었다. 유리관 내부에서 스캔 되는 광경이 보였다.

“이건 무슨 장치야?”

“검진해 보는 거야. 자동으로 몸 상태를 확인하고 알맞은 조치를 취하도록 해 주는 거지. 자체적으로 수술까지 할 수 있어. 이곳에 다랑의 신체 정보가 다 입력되어 있어서 이상 징후는 바로 파악할 수 있거든.”

리아는 다시 조종실로 향했다. 나는 잠시 다랑을 바라보다가 리아에게 갔다. 조금 전에 조종실 쪽으로 움푹하게 패여 있던 곳의 상당 부분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모니터 쪽의 깨진 것들도 대부분 원상태였다.

“리아,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아, 원래 상태로 돌아온 거야. 여기 있는 것들은 스스로 원형으로 회복되는 기능이 있어. 살아있는 것처럼 자생회복 기능이 갖춰져 있거든.”

생명체도 아닌 비행선이 살아있듯 움직이다니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타는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소화가 되었나 보다.

“아까 비행선이 타는 냄새도 있었는데 괜찮은 거야?”

“그건, 우리 비행선을 보호하는 위장필름이 레이저 공격을 받아서 그런 거야. 네가 복구했잖아. 비행선은 불이 붙지 않으니까 괜찮아. 다시 출격할게.”

리아는 동료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리아의 뒷모습은 전사였다. 이 전투에서 나의 역할은 없지만 나의 피가 끓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정의를 위한 행동에 나서는 듯한 비장한 심정이 솟구친다. 처음에는 그저 긴장되었지만 점점 강심장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거 내가 쉬고 있었군. 상황은 어때?”

다랑이 순식간에 조종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직 4대 남았어요. 우리는 퇴로 막고 로이 쪽에서 공격 중이에요.”

“그래. 퇴로 주파 레이저 멈추면 안돼. 나도 계속 발사할게.”

“네, 지금 로이쪽에서 한 대 격추했어요. 이제 3대 남았어요.”

전투는 계속 되었다. 나는 주먹을 쥔 채 라임의 비행사들이 주고 받는 내용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다랑의 레이저에 한대가 격추 되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또 한대를 격추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잠시 후 로이의 음성이 들린다.

“안드로이드 마지막 한대 잡았다. 라임 전투 비행선의 승리 송신합니다.”

그때 여러 전투조종사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전투에서 이겼다는 기쁨을 나도 느낀다.

“안드로이드 마지막 한대는 냉각레이저로 잡았습니다. 추가 냉각 레이저로 고체화 작업 들어갑니다.”

“잘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모든 라임 전투 비행사들은 상황 보고해 주세요.”

라임의 비행선은 모두 무사했다. 조금씩의 손상이 있다고 하는데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라임의 전투비행사들은 실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했다. 다랑은 모든 비행선을 한 곳에 모이게 했다.

“라임의 전사 여러분, 실전 경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전투에서 멋지게 승리했습니다. 곧 라임 사령부로 보고하여 여러분의 성과를 알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승리는 라임과 지구의 승리입니다. 지구 여행을 통해 얻은 값진 경험이 여러분의 미래를 더욱 밝게 비춰 줄 것입니다. 전사 여러분의 용기가 자랑스럽습니다. 이제부터 루이 사령관님의 부대는 루이 사령관님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여러분의 지구 임무가 끝나면 라임에서 여러분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라임 전투비행사들의 응답이 들려왔다.

“루이 사령관님, 포로로 잡은 안드로이드는 우리가 호송하여 라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라임으로 돌아오면 같이 건배 하시지요.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루이 사령관이 인솔하는 부대를 배웅하겠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난 후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창 밖을 보니 비행선이 줄지어 우주하늘에 떠 있었다. 왠지 짜릿함이 느껴진다. 루이의 비행선들이 다시 지구를 향해 출발하는 것 같았다. 비행선 마다 아주 밝은 빛 줄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다랑 부대의 전사 여러분, 비행선 이상 유무 다시 한 번 점검하세요. 점검 완료 후 라임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랑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리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리아, 잘해냈어. 우리 비행선 원자로에 약간 이상 징후가 있어. 내가 점검해 볼 테니 라임으로 연결하는 거 준비해 줘.”

“네, 준비할게요.”

다랑이 조종실 바닥의 도어을 열고 내려갔다. 리아는 조종실에서 라임행성으로 통신 연결을 준비한다. 리아가 말했다.

“주연아, 우리 여행 마치자 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치?”

“그래. 라임 비행사들 정말 대단해. 전투에서 아무도 안 다치고 적을 물리치다니 말이야.”

“우린 라임 전투비행사니까. 하하하”

나도 리아를 따라 웃었다. 얼마 후 다랑이 올라왔다.

“큰 문제는 없어. 세 시간 뒤면 정상적으로 작동할 거야. 라임으로 연결은 잘 되고 있어?”

“네, 통신도 곧 가능해요. 십 분 정도면요. 우리 비행선만 상처 입었나 봐요. 다른 비행선은 괜찮대요.”

“좋아요. 그럼 비행사들에게 출발 전까지 휴식을 취하라고 해 줘.”

리아가 다른 비행선과 대화를 한다. 나는 잠깐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안드로이드에 대해 물었다.

“다랑, 우리와 싸운 안드로이드는 누구였어요?”

“큐라인에서 온 로봇들이야. 큐라인에서 우리 행선지를 알아내려고 보낸 것 같아. 10년 전에 우리와 크게 전쟁을 벌였던 행성이지. 그들이 우리의 타임머신을 탐내고 있거든. 큐라인은 우주에서 정의롭지 못한 행성이라 언제든 경계 대상이지. 그들에게 태양계의 위치가 노출되면 곧바로 지구가 위험에 처해질 거야. 큐라인에서 볼 때 지구는 너무 탐나는 행성이거든. 우주에서도 지구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 중의 으뜸이야.”

“그렇군요. 지구가 그렇게 아름다운가요?”

“상상 이상이야.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는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 물론 인간이 살수 있는 최고의 환경까지 갖추고 있으니까 소중하게 보존해야 하는 거지.”

내가 살아 온 곳은 아주 지협적이었다. 그래서 지구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높은 산에 올라 먼 풍경을 보듯, 지구를 그런 시각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리아와 작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리아의 지구 여행이 막바지고 곧 지구를 떠날 것이다. 나는 의자에 앉아 리아와 다랑을 바라본다. 앞 날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안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