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두령은 강원도 평창군 속사에서 홍천군 내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예전에 얼마나 길이 험했으면 구름도 망설인다고 했을까. 백 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호랑이들이 득실댔을 것이다. 척박한 산에서 팔밭을 쫏아 삶을 이어가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가장 강원도다운 곳을 여행하려면 이곳 계방산과 오대산 언저리를 짚고 넘어가는 운두령을 가봐야 한다. 영동고속도로 속사IC에서 빠져나와 인제, 창촌, 홍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방아다리 약수도 있고 곳곳에 고랭지 밭이 많이 보인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사건 당시 외딴 산골의 국민학교 분교에 다니던 이승복 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항거하다가 무참히 살해된 곳이 계방산 운두령 자락이다.
한때 이상한 사람들이 이승복 군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무장공비가 이승복 군에게 콩사탕을 건네자 "나는 콩사탕이 시러요"라고 했다고 우겼다. 이승복 군이 다녔던 분교는 이제 이승복기념관이 되어 보전되고 있다.
이승복 군이 살아있다면 지금 몇 살이나 되었을까 안내소에 물어보았다. 1959년 기해생 돼지띠라고 한다. 세월이 무상하다. 소년이 이제 노인이 되었다.
여행을 할 때는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그래야 활력이 생기고 곳곳의 절경과 사람 사는 모습을 잘 구경할 수 있다. 속사에서 운두령으로 가다 보면 곳곳에 송어횟집이 많이 있지만, 강원도 다운 곤드레밥 집에 들렀다. 알고 보니 허영만 화백이 백반기행을 했던 집이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높은 계방산 아래 운두령을 넘는 것은 백두대간의 진수를 느끼면서 강원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오지여행의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