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한 자루의 촛불] 단군신화의 철학적 해석

김관식

어느 민족의 신화이든지 신화에는 그 민족 집단의 꿈과 이상, 그리고 지혜가 담겨있다. 유대인 신화가 바로 성경이다. 수백 년간 나라 잃은 설움을 겪었던 유대인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민족국가를 형성했던 것도 기실은 신화의 지혜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많은 박해와 피밥 속에서도 나라를 세우고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면서도 세계의 정신을 뒤흔드는 것도 모두 신화에 그 뿌리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신화가 있지만 대표적인 신화가 단군신화이다.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 집단 공동의 이상과 꿈, 그리고 지혜가 담겨있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필자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상상력으로 단군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겠다. 단군신화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이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바탕으로 고조선이 건국되었다. 한웅이 무리 삼천을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밑에 내려와 신시라 하니 한웅천왕이라 불렀다.

  

무리 삼천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삼의 숫자는 신성의 숫자이다. 우리나라를 삼천리강산이라 하는 의미도 함께 포함되었다고 본다. 신단수(神壇樹)의 의미는 신령에게 제사드리는 장소에 서 있는 나무로 지상에 있으면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성한 지점의 표시하는 세계 중심, 또는 우주 중심의 생명의 나무로 나타내는데 생명의 나무는 우주의 기원과 만물의 탄생을 상징하는 나무로 수많은 종교에서 신적 존재 또는 신이나 현인들에게 지혜를 주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한웅이 아버지의 도움으로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사실에서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과 곰과 호랑이가 사람 되기를 신청하여 곰이 변신한 웅녀와의 결혼으로 단군왕검을 낳았다는 사실에서 호랑이의 용맹스러움 보다는 곰의 지혜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지혜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면 사람이 된다는 사실에서 쑥의 강인한 생명력과 왕성한 번식력을 상징한다.

 
쑥과 마늘은 본래 생명력이 무척 강한 식물이다. 한 겨울에도 마늘은 싹을 틔울 정도다. 오늘날 쑥과 마늘은 건강한 식품이기도 하다. 보릿고개에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을 쑥을 먹고 목숨을 끈질기게 유지해왔고, 오늘날까지 여전히 건강식품 중의 하나다. 쑥은 쑥국을 끓여먹기도 하고 한방에서 말려 혈액순환을 돕는 쑥뜸의 재료가 된다. 냄새를 없애기 위한 방향제 역할도 한다. 마늘 또한 건강식품으로 우리민족의 식탁에 매일 오른다. 우리는 쑥과 마늘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마늘은 땅속에 뿌리를 함께 뻗고 여러 조각이 자라면서도 한가운데 뭉쳐 굳건한 지주대를 세운다. 그게 바로 마늘종이다. 마늘종은 우리의 가정이나 사회나 민족 집단의 각각이 추구하는 공동이념이고 공동목표이다. 그 공동목표가 사라지면 마늘은 여러 쪽으로 나누어지고 또 다른 생명력으로 뿌리를 뻗어 새로운 공동목표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마늘종은 우뚝 자라서 고개를 숙일 줄 안다. 마늘종이 뽑히면 그냥 쉽게 뽑힌다. 공동이념이 사라졌기 때문에 자리를 양보할 줄 안다


그리고 남은 마늘은 잠시 뭉쳤다가 흩어지게 되고 각각의 조각들이 다시 새 생명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마늘종 또한 뽑혀서 음식의 재료가 된다. 장아찌를 담아 먹기도 한다. 모두 쓸모 있는 재료가 되고, 흩어진 마늘은 껍질이 다 벗겨져 짓이겨지게 되고, 짓이겨져 모든 음식의 맛을 내는 양념이 된다. 짓이겨질 때 냄새를 풍기게 된다. 이것이 마늘의 마지막 운명이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가정의 공동목표가 사라지면 자식들이 마늘처럼 뿔뿔이 흩어져 각각 가족을 이룬다. 요즈음 이혼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마늘종도 만들지 못하고 흩어지는 꼴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직장사회도 공동의 목표에 의해 뭉친다. 공동의 목표가 번창하면 마늘종은 튼튼하게 자라게 되고, 공동의 목표가 뚜렷하지 못하면 마늘종은 물론 그 뿌리까지 튼튼하지 못하게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여러 이익 집단이 공동의 목표아래 뭉치는데 그게 바로 마늘종이다. 마늘은 씹으면 냄새가 나고 혀끝이 얼얼하게 된다. 그것은 각각 흩어지는 마늘마다 흩어질 때의 아픔이 있다는 의미이다. 마늘의 지혜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학급을 맡은 담임교사는 학급의 공동목표인 마늘종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고, 학교관리자는 마늘종이라는 학교집단의 공동목표를 세워야 한다. 공평하게 똑같은 신분으로 마늘종을 중심으로 뭉치는 공동목표가 있어야 한다. 공동목표가 뽑히면 마늘은 살아있기는 하나 흩어져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단군신화 속에 숨어 있는 지혜를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가정에는 마늘종이 튼튼한가? 내가 맡은 내 학급에는 마늘종이 있는가? 있다면 튼튼한가? 우리 학교에는 마늘종이 있는가? 있다면 튼튼한가? 우리는 마늘처럼 공동 집단이 껍질이 벗겨지고 짓이겨져서 역한 냄새를 풍기며 다른 음식의 양념이 되고 있는지 한 번쯤 냉철하게 점검해볼 때다. 일제 강점기 일본사람들이 한국인의 마늘 냄새를 매우 싫어했다


그리고 마늘냄새가 나는 조센징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바로 그 역한 냄새가 흩어져 역한 냄새를 풍기는 살아있는 한민족의 정신이 싫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마늘도 이제 여러 종류로 개량되어가고 있다. 다문화시대가 열린 것이다. 마늘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러나 모두 그 마늘들은 그들 나름대로 마늘종을 만들어 낸다. 다양성의 시대, 그러나 마늘은 마늘로서의 가치는 변함없는 음식의 양념 역할이다. 마늘이 양념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마늘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19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국내 총생산(GDP) 세계 15(2009)로 성장하고, 무역 규모 세계 9위의 저력은 바로 단군신화의 저력에 있다. 우리는 단군신화의 숨겨진 저력을 알고 당당하게 자기가 맡은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쑥과 마늘의 지혜로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작성 2022.05.30 10:43 수정 2022.05.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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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