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가정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울대학교 학생이 주인공으로 '나'로 시작하는 일인칭 소설이다. 이 작품을 통해 박완서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깨우침을 주고 싶었을까. 작품속으로 들어가 보자.
친구의 소개로 하루 2시간씩 방문 학습지도를 하는 가정교사를 하게 되는데. 첫날 부잣집 여주인은 아이가 막내아들이니 학습보다는 형처럼 지내달라고 한다.
아이를 지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험을 보았는데 여주인은 국어점수가 92점이라면서 100점 받은 아이가 그 반에 12명이나 되는데 어찌 그 점수를 받게 지도했느냐는 듯 나무란다.
가정교사 학생의 집은 아버지가 동네에서 식품점을 하고 있고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알뜰하게 살려는 근검절약이 배어있는 가장이다. 식구들은 주인공이 과외비를 받으면 무엇을 사달라는 식이다. 큰동생은 기타를, 막냇동생은 빵을 사달라고 하고 아버지는 엄마 크림을, 엄마는 아버지 담배 한 보루를 사드리라는 식인데 가정교사비로 번 돈 보다 많다. 그리고 하는 말이 하루 이틀 시간은 가고 보수를 지급할 사흘이나 지난날 부잣집 안주인이 난처한 듯 말한다.
“우린 해가 진 후엔 절대로 돈 지불을 안 하기로 돼 있어요.”
낮에 집으로 들르란다. 밤에 금전거래를 하면 손재수가 있다는 안주인의 말에 주인공은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버스비가 다 떨어진 주인공은 낮에 부잣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날 그 집에서는 재수굿을 하고 있었다. 남이 장군 할머니가 굿을 하면서 삼지창 끝에 돼지 대가리를 꽃은 채 세우기를 하는데 창이 곧게 서지 않고 휘청거리자 할머니는 계속 싹싹 빌며 기도를 한다.
결국 돈을 더 우려내려고 어떻게 엉큼을 떠는 것이다. 작가는 위의 광경은 그로테스크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바깥주인은 검찰청에 다니는 점잖은 양반인데 돼지 대가리의 은총을 구걸하고 있는 모습이 가관이다. 주인공은 웃음을 참기 위해 전신을 강직시키고 어금니를 고통스럽게 악물었다.
“암만해도 관재구설이 있다고 그러시는데.”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주머니에서 오천 원짜리를 꺼내 할머니의 이마와 뺨에 붙여주고는 만 원짜리는 돼지 아가리에 물린다.
“아니 어쩌자고 재수굿 하는 날 돈을 받으러 와요. 오긴!”
“아줌만 어쩌자고 재수굿날 돈 받으러 오는 사람을 집안에 들이우"
그러나 그 부잣집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무당 ‘장군 할머니’를 데려다가 재수굿을 한다. 무당 할머니는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부리고 굿을 통해 온갖 재수가 들어 온다고 믿는 그 부부는 무당이 시키는 대로 한다. 주인공이 가르치는 아들도 무당이 점지해 주어서 낳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가정교사 과외비도 해가 넘어가면 지불하는 법이 없다. 밤에 주면 재수가 없다는 무당 할머니의 말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황망히 그곳을 빠져나온다. 이 동네는 아름다운 동네였다. 인기척이 안 들려 묘지처럼 아름다운 동네, 주인공은 자신이 본 상황이 황당하고 우스워 웃고 싶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영영 못 받게 될지도 모르는 과외비 때문에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작품은 자신들의 안위와 미래를 '재수굿'에 의지하는 부자들의 이중인격을 저격하고 있다. 재수굿을 할 때는 싹싹 빌며 무당의 농간에 넘어가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자신들이 약자로 판단하는 가정교사의 과외비는 질질 끌면서 주지 않는, 약한 자에게 강하고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되면 무시하는 어떤 부유층의 단면을 통해 모든 인간의 비루한 속물근성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그리 살고 있지 않은가. 그 어느 누구에게 약자라고 은연중 무시하는 마음이 없는지를 돌아봐야 할 일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