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자기희생이다. 이것은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이다.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신의 벌을 받고 인간이 된 천사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내와 어린 아들들과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는 구두 수선공 시몬은 어느 추운 겨울 날 양가죽 외투를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온다. 이웃 사람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벼르고 벼르던 양가죽 외투를 살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길모퉁이에 있는 교회에 거의 이르게 되었을 때, 교회 뒤에서 뭔가 희끄무레한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간 그는 벌거숭이 남자를 보고 놀랐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교회에 기대어 있었다.
그는 쓸데없이 참견했다가 나중에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자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시몬,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는 낯선 남자에게 돌아갔다.
그는 그 남자를 데리고 집으로 함께 갔다. 양가죽 외투를 사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던 아내는 남편을 보고 실망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아내는 낯선 남자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 낯선 남자, 미카엘도 함께 살게 되었다.
미카엘은 시몬이 가르쳐 주는 모든 것들을 곧바로 익혔다. 어느 날, 털가죽 외투를 입은 부유한 신사가 마차를 타고 나타났다. 그 신사는 장화를 맞추려 왔다. 미카엘은 그 신사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장화가 아닌 시신에게 신길 실내화를 만들었다.
신은 천사 미카엘을 인간 세상에 내려보내며 세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되면 천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었다. 미카엘은 시몬이 자신을 구하는 것을 보고 첫 번째 진리, 사람에게 무엇이 있는가?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카엘은 자신이 해가 지기 전에 죽는다는 것도 모르고 으스대던 신사에게서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두 번째 진리를 알게 되었다. 6년의 세월이 흐른 후, 한 여자가 자신이 낳지도 않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는 것을 보고 세 번째 진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톨스토이도 오랜 방황을 겪으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깨달았다. 왜 사람은 긴 방황을 겪어야 진리를 깨닫게 될까? 자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나’라는 의식이 있어, 나 중심의 인간이 되기 쉽다.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온갖 욕망의 화신이 되어 살다 결국엔 파탄에 이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파탄에 이르는 삶을 살다 간다. 하지만 톨스토이처럼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물처럼 흘러 우리 모두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면 좋겠지만, 우리의 강한 자의식이 그 소리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물은 기어코 흘러간다. 돌멩이가 가로막으면 에돌아간다.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으면 서로 힘을 합쳐 기어코 넘어간다.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아는 공감능력, 사랑을 타고 태어났다. 자아가 있어 이 마음을 가로막지만 마음은 물처럼 흐르게 되어 있다.
오랜 방탕과 방황을 겪어야 깨닫게 되는 게 자아를 가진 인간의 숙명이다. 모든 사람이 사랑을 깨닫게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함께 고해(苦海)를 견뎌내야 한다.
사랑은
헤아릴 수 없는 것.
비교한다는 것 역시
하나의 헤아림이기에
한계를 긋는 것입니다.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는 것은
한계를 긋고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우리 사랑은
한계도 없이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 없이
아픔이 멎는 순간까지 영원합니다.
- 에밀리 디킨슨, <아픔이 멎는 순간까지> 부분
이 시대의 사랑은 한계 짓는 사랑이다. 사람 사이에 안전거리를 두라고 한다. 우리는 안전한 사랑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목마르다.
‘사랑은
한계도 없이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 없이
아픔이 멎는 순간까지 영원한 것’이기에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