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형 칼럼] 고맙소? 고맙소!

하진형

사진=하진형


두어 해 전 어느 TV방송사에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방송을 내보낸 것이 계기가 된 후 근래에 보기 드물게 트로트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개인들의 이동은 물론 국가 간 수출입 등 경제활동도 꽁꽁 묶었다. 그 여파는 국가 간의 모든 배와 비행기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사람들은 감염과 격리공포로 집안에만 갇혀 있었고 마스크 쓴 입으로도 말을 삼켜야 했다. 그야말로 근세기 초유(初有)의 사태였다.

 

그때 무대에서 관객도 없이 경연자가 부르는 영상으로만 흘러나온 트로트는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덕분에 그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세상은 참으로 희한한 것이다. 어느 한쪽은 역병(疫病)으로 인해 움직임 없이 낮게만 조용히 행동하는데 트로트의 인기는 하늘로 올랐다. 세상도 질량 총량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나 보다.

 

온 국민들을 TV 앞에 묶었다. 그곳에서 나온 노래 중 하나가 고맙소였다. 어느 중견가수가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아내를 생각하며 지었단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로 시작하는 노랫말은 구구절절 아내에게 미안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며 남겨진 세월도 함께 가자며 호소(?)하고 있다. 조강지처(糟糠之妻) 아내에게 미안해하는 것이 나로 하여금 또는 세상 대부분 남편들의 마음을 간접적이나마 대신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은 다르다. 삶에서 누구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큰일을 겪는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쳐오며 세상이 멈추자 나는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 선조들은 위기를,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을까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고전(古典)과 위인들이 겪은 시련(試鍊)이었다. 역사는 타산지석이었고 시련의 극복을 읽으며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맹자(孟子) 고자편(告者篇)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 적에는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맛보며 정련화(精練化)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라는 대목을 접하며 부족한 스스로에게 내린 시련을 받아들이고, 정작 그것을 사람들이 겪고 난 후 깨닫게 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진정으로 자신의 발자국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어떤 것의 재목이 되지 못하더라도(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깨달음의 고마움을 느낌에 더없는 가치가 있었다.

 

하여, 무엇이든지 그 때가 있나 보다를 깨우치면서 생각이 다르다고 느껴온 아내도 고맙고, 고전과 경전들의 깊이를 조금(아주 조금) 깨달으면서 풀 한 포기, 작은 돌멩이 하나, 비 한 방울, 바람 한 줄기도 고맙게 여겨졌다. 요즘 고맙소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것을 발견하며 세상의 모든 것이 그 뿌리가 하나이듯 사람의 본성(本性)도 결국은 같은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이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고마운 것이다.

 

아내는 못난 나를 만나서 고생만 시킨 사람대목에서 내 남편이 이제야 철이 드는구나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더욱 좋아한다. 그리고 묻힐 뻔한 노래가 다시 태어나 뭇사람들에게 즐겁게 불리어지고 깊은 깨달음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니, 그래서 세상 모든 것이 고맙고 또 고맙다.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교육부, 행정안전부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3회 코스미안상 금상

이메일 bluepol77@naver.com



작성 2022.06.17 10:27 수정 2022.06.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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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