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여름이 경복궁 안으로 들어왔다. 구중궁궐 안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계절을 따라온 꽃들도 어김없이 피고 있다. 고요한 연못가에 핀 원추리가 여름을 즐기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서로 다투고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원추리꽃은 그저 고고하게 피어 계절과 조화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태양이 북회귀선을 찍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는 하지를 지났으니 점차 낮이 짧아질 것이다. 그러나 한 여름의 폭양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럴 땐 경회루에 올라 녹음 속에서 시원하게 낮잠을 자는 꿈을 꾼다.
계절이 스스로 흐르듯이 인간도 흐른다. 경복궁의 여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찾고 있지만 경복궁의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꽃 하나도 다 자연의 섭리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녕”
고사리손을 흔들며 꽃에게 인사하는 어린아이처럼 우리도 자연에게 말을 건네보자. 경복궁을 지키는 꽃과 나무와 돌과 바람에게 다정한 인사 한번 나눠보자. 이 여름의 경복궁이 거기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