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천천히 움직이는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법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뉴스 / 권효민 사무국 인턴 기자]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누구나 휴대 전화에 음악 스트리밍 앱을 내려받아 고음질로 노래를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래 다시 LP가 유행하고 있다. LP는 ‘Long Playing Record’의 줄임말로, ‘Vinyl Record’라고도 한다. 


LP는 한 면에 약 25분 정도만 녹음할 수 있다, 게다가 레코드판을 직접 턴테이블에 끼워 바늘을 올려야 하며, 한 면의 노래가 끝나면 뒤집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한 달에 만 원 남짓 지불하고 무제한으로 다양한 곡을 들을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와 비교해 봤을 때, 특별한 장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큰돈을 들여가면서까지 불편함을 사들일까? 왜 온라인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할까? 


LP뿐만이 아니다. 요새는 휴대 전화로도 전문가용 카메라에 맞먹는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초고화질의 사진을 간편하게 찍고 또 그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또 필름카메라를 찾는다. 비싼 필름을 구매하여 카메라에 끼워 넣고, 피사체에 몰두하여 셔터 한 방을 누른다. 사진은 바로 확인하지 못하고 36개의 사진을 모두 찍은 후 필름 현상소에 방문하여 현상해야 한다. 


LP와 필름카메라 모두 지금처럼 기술이 발전하기 전, 20세기의 불편함이 묻어 있는 물건들이다. 이제는 더는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더 좋은 것들이 곳곳에 깔려 있다. 그러나 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옛것들을 찾는 것이다. 이것은 추억이나 향수의 문제도 아니다. 자처해서 불편함을 찾고, 심지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소유하고 싶어 한다. 하늘이 파랗고 아름다울 때, 우리는 그것을 그저 바라보기보다는 얼른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는다. 키우는 반려동물이 귀여운 행동을 할 때 우리는 반드시 영상으로 남기고자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아름다움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노래를 들어 보라.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한 곡 선택하면 알고리즘을 통해 나에게 맞는 노래 몇십 개를 추천해준다. 특정한 노래가 좋아도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넘어가 버리고,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 한 곡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음미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휴대 전화 사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너무 쉽게 찍고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찍고 앨범에 들어가서 잘 나왔나 확인하고, 금방 잊어버려 버려두게 된다. 사진의 질이 좋아지고 편리해짐에 따라, 역설적으로 우리는 사진을 그다지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더욱 조심스럽게 포착하고,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옆에 둘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질 좋은 음악이나 사진 따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레코드 가게에 방문하여 사랑하는 음반을 고르고, 턴테이블에 올려 재생하고, 앨범의 전곡을 음미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유의미하게 느끼는 것이다. 피사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초점이 나가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하여 셔터 한 방을 누르고, 그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하다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현상소에서 보내온 사진을 선물 상자 열 듯이 꺼내 보는 그 과정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오래 소유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LP 한 면의 음악이 다 끝나기를 기다리는 마음, 필름을 모두 쓰고 현상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포착할 기회를 준다. 너무 빨리 흘러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천천히 움직이는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이 갑갑하고 어둡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너무 빨리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좇고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방법을 찾아보자. 느린 것을 사랑해보자.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 과정마저 사랑해보자. 그러면 우리 삶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들을 하나씩 주워 담을 수 있을 것이다. 

pc 배너기사보기 2 (우리가 작성한 기사 기사내용 하단부) (898X100)
권효민 사무국 인턴 기자 vicky0616@naver.com
작성 2022.06.24 11:08 수정 2022.06.24 12:03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저작자표시 URL포함-변경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