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의 외국어 표기 한심하다

언어 사대주의의 표상인 중국어 표기 책임자 밝혀야


외국어 표기와 관련한 언어 사대주의가 극에 달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언제부터인가 슬쩍 중국의 지명과 인명을 중국식으로 표기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이런 현상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키이우, 하르키우 등 들어보지 못한 지명들을 언론사 마다 앞을 다투어 표기하고 있다. 키예프는 러시아 발음이라며 키이우로 표기해 줄 것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지명과 인명은 현지인들이 발음하는 것을 기준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외국어 표기 기준을 따랐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키예프공국의 역사를 알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수도는 키예프라고 알고 있는데, 갑자기 키이우로 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국이 요구한다고 습근평은 시진핑이 되고, 강택민은 장쩌민이 되고, 호금도는 후진타오가 되었다. 연변은 옌벤이 되고 흑룡강성은 헤이룽짱셩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공자는 꽁쯔, 맹자는 멍쯔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어이없고 부끄러운 일이 누구의 발상으로 시작되었는지 지금이라도 밝혀내야 한다.


중국인들은 우리의 서울을 한쳉(漢城)이라고 발음한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알아서 기는 것인지 중국의 중경을 충칭이라 하고 남경은 난징으로, 북경은 베이징이라 부른다. 그러면 미국은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어메리카'로 표기해야 하고, 영국은 '유나이티드 킹덤 오브 그레이트 브리튼 앤드 노던 아일란드', 독일은 '도이칠란트라'고 표기해야 형평에 맞다. 이런 식이라면 멕시코도 메히꼬라고 해야 하고 모스크바는 뫄스끄바로 표기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또 무엇때문에 호주라고 하고 타일랜드는 왜 태국이라고 부르는지 정말 혼란스럽다.

외국어 표기와 관련하여 이제 중심을 잡고 자존심을 지켜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1919년 당시 중국에 세운 망명정부를 '상해임시정부'로 배웠다. 천안문 사태가 톈안먼 사태가 된 것도 오래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문을 써 놓고 우리 식 발음대로 하면 얼마나 편리하고 자존심이 살아나는가. 북한이 시진핑이라 하지 않고 습근평(習近坪))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 중국 이외의 여타 지명이나 인명도 우리가 전통적으로 써 온대로 표기하면 된다.

외국어는 외래어와 달라서 현지의 정확한 발음으로 표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렌지를 아륀지라고 혀를 굴리다 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사람도 있지 않은가. 오랜 기간 우리가 사용해 온 표기법을 일시에 무시하고 하루 아침에 생소한 발음의 표기를 하는 사람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언어는 한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요즘 정치권에서 윤핵관, 이핵관, 개딸 등 온갖 약어와 은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언론들이 앞장서서 외국어를 중구난방으로 표기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런 문제는 문체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작성 2022.07.11 19:12 수정 2022.07.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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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