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장녹수>

박성훈·임택수·전미경

유차영

역사 속 사람이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서 울고 있다.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전미경의 목청에 걸린 <장녹수>가 이런 노래다. 노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충돌과 마찰을 화해시키고, 응결하는 마력(魔力)이 있다. 그래서 노래는 사람들 삶의 선택과 관계 속에서 영감(靈感)과 지침(指針)을 가름하는 뇌()의 저울이 되기도 한다. 우리들 가슴속 울렁거림은 말이 되어 입으로 나오기 전에 머릿속을 한 바퀴 도는데, 이 순간 횡적인 공유문화의 감흥이 일어나고, 그 공유된 순간들이 행동으로 표출되어 횡적으로 누적되어 역사의 마디가 되는 것이 인생사(역사)


이것이 바로 시대 이념과 민중의 감성을 담는 그릇 노래(유행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래는 세상과 통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자가 말하는 치세락() 난세분() 망국탄()이다. 즐거운 노래, 분통 터지는 노래, 한탄하는 노래다.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이 망국기(亡國期)였음을 누가 부인하랴, 또 조선 10대 임금 연산군(燕山君) 시절을 난세로 가름하지 않을 이가 누구이랴. 그 임금을 치마폭에 싸고 나랏일을 헝클었던 여인이 장녹수다. 곤룡포 한 자락에 구곡간장 애를 태우던 여인~.

 

가는 세월 바람 타고 흘러가는 저 구름아 / 수많은 사연 담아 가는 곳이 어드메냐 / 구중 궁월 처마 끝에 한 맺힌 매듭 엮어 / 눈물 강 건너서 높은 뜻 걸었더니 / 부귀도 영화도 구름 인양 간곳없고 /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 한 조각 구름 따라 떠도는 저 달님아 / 한 많은 사연 담아 네 숨은 곳 어드메냐 / 곤룡포 한 자락에 구곡간장 애태우며 / 안개 강 건너서 높은 뜻 키웠더니 / 부귀도 영화도 꿈인 양 간 곳 없고 /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https://youtu.be/Q7urN8t9k8g


가는 세월 바람처럼 구름을 타고 흘러가는 듯한 삶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있을까. 그 세월에 걸린 눈물 강을 건너지 않고, 고갯마루를 터벅거리지 않은 이가 누구일까, 한 조각 구름 따라 검은 밤하늘에 떠도는 저 달님은 바로 나다. 나그네다. 이런 나그네는 신시시대(神市時代)로부터 오늘날 통령시대(統領時代)까지 엇대어 있다. 누군가는 부(), 누군가는 인(), 누군가는 의(), 누군가는 주(), 누군가는 선(), 또 그 누군가는 연()에 매달려 대롱거린다. 이런 여인네(사람)들의 집합체가 조선시대 내명부(內命婦)였다고 하면 지나칠까. 왕과 왕자와 왕비와 궁궐 일을 보는 관품(官品, ·귀인·소의·숙의 등)을 부여받았던 여인네들... 왕비로 치면 주로 후궁들이 이에 걸려 있는 여걸들일 터.

 

조선시대 3대 여인 스캔들 주인공은 연산군의 장녹수, 세종의 유감동, 성종의 어얼우동(어우동)이다. 그 시절에는 여인으로 인하여 조정의 종사를 그르치거나 역사의 물꼬를 돌려놓은 사례들이 많았다.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 이 노래 <장녹수>의 주인공 연산군의 애첩 장녹수, 중종의 제2계비 문정왕후, 숙종 폐비 장희빈, 영조 계비 정순왕후, 순조 비 순원왕후, 고종 비 명성황후 등도 이들 중의 하나들이다. 이들이 권력의 전면에 등장했을 때마다, 내명부에는 피바람이 불었고, 조정은 파탄이 났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었다. <장녹수> 노래가 바로 이런 파탄을 역사 속에서 반추한 노래다. 안개 강 건너서 허무맹랑한 높은 뜻을 허공중에 매달았던 아낙네~.

 

장녹수는 조선 10대 왕 연산군(1495~1506. 30)의 후궁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장한필은 문과급제 후 청원군 문의현령(면장)을 지냈고, 어머니는 천인(賤人)이었다. 당시 모계 천인은 천민이 되는 관례에 따라 장녹수는 성종의 종제 제안대군의 노비로 살면서, 그의 가노와 혼인하여 아들을 하나 낳았고, 생활고로 몸을 파는 일도 했었단다. 하지만 그녀는 천부적인 요부(妖婦)였으며, 이 사실을 알아차린 연산군이 입궐시켜 숙원(淑媛, 4)에 봉하고, 1503년 숙용(淑容, 3)으로 승진 시킨다. 장녹수는 연산군보다 10살 위였으나, 30세에도 16세처럼 아름다웠단다.

 

연산군의 어릴 적 아명(兒名)이 백돌이었는데, 장녹수는 연산군을 전하(殿下)라고 부르지 않고 백돌아~’라고 부르며 치마폭에 싸고 놀았단다. 이 같은 왕의 총애를 통하여 그녀의 오빠 장복수와 아들을 양반 신분으로 바꿔주기도 하였지만, 권력을 함부로 휘둘러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단다. 장녹수의 이러한 방만은 150692일 중종반정 때 완전히 무너진다. 중종반정(中宗反正)은 연산군이 폐위되고, 진성대군 이 역(李 懌)이 조선 11대 임금(중종)으로 옹립된 사건이다. 이유는 연산군이 무오·갑자사화를 통하여 저지른 폐단, 임금이 공부하던 경연제도 폐지, 신하들의 입을 막는 신언패(愼言牌) 실시, 성균관의 연락(宴樂)장소 화(), 도성 30(12) 이내 민가 철거, 언문(한글) 도서 폐기 등의 폭정에 있었다. 또한 연산군은 탑골공원 지역에 있던 사찰 원각사를 폐하여 연방원으로 고치고, 흥청(興淸, 궁중 안의 왕의 여인)들과 기거를 함께하며, 채청사(採靑使)를 지방에 파견하였으며, 국정은 도외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반발하여 훈구세력이 중심이 되어 중종반정을 일으켰다.

 

중종반정이 성공하고 연산군이 폐위된 뒤 그녀(장녹수)는 반정 사람들에게 잡혀가서 군기시 앞에서 참형 되고, 수 많은 백성들이 그녀 시신에 돌을 던지며 욕설을 퍼부어 돌무덤이 되었단다. 군기시(軍器寺)는 고려, 조선 시대에 병기·기치·융장·집물 따위의 제조를 맡아보던 관아로, 오늘날 방위사업청과 비슷한 역할을 행하였으며, 오늘의 서울시청 자리에 있었다. 1466(세조 12)에 군기감을 고친 이름이다. 이는 1884(고종 21)에 폐지하고 그 일은 기기국으로 옮겼다. 관원은 병조판서나 병조참판 중에서, 도제조와 무장(武將) 중에서 제조를 두어 감독하게 하였다. 장녹수의 인생 말미는, 노래처럼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 양 간 곳 없는 종말이었다. 이 종말을 그녀가 죽은 지 489년이 지난 1995년 박성훈 작사 임택수 작곡으로 대중가요로 탄생시킨 곡조가 <장녹수>.

 

훗날 조선 왕조사의 폭군 대명사로 오명이 붙여진 연산군은 성종의 적장자로 7세에 세자로 책봉되었고, 19세에 왕위에 올랐었다. 하지만 중종반정으로 폐위된다. 왕으로 12년을 제위 하였으나, 왕의 존칭인 종()이나 조()를 붙이지 않고 왕자 칭호 군()으로 기록되었으며, 재위 기록은 실록이라고 하지 않고 일기라고 한다. 연산군일기. 15021125일 연산군일기에 장녹수는 영리하여 사람의 뜻을 잘 맞추고, 아들을 하나 낳은 뒤에 노래와 춤을 배워서 창기(倡妓)가 되었다. 또한 30세 나이에 16세처럼 보였고, (연산군)이 궁중으로 맞아들여 숙원(淑媛)으로 봉했다. 그녀는 남모르는 교사(巧詐)와 요사스러운 아양을 떨었고, 왕이 혹()하여 금은보화를 다 그녀의 집으로 보냈다. 그녀는 왕을 조롱하기를 마치 어린아이같이 하였고, 왕에게 욕하기를 마치 노예처럼 하였다.’라고 실려 있다.

 

<장녹수> 노래를 열창할 당시 29세이던 전미경은 1966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경복여상고·서울예술대를 졸업하였으며, 영화배우 윤정란의 막내딸이다. 1982<들국화>로 데뷔하였고, 대표곡은 <장녹수>, <해바라기꽃>, <추억의 남자> 등이 있다. 전미경의 데뷔곡 <들국화>는 원로가수 황금심의 일대기를 그린 노래로서, 서울예대를 다니면서 불렀고, 이어서 1991<추억의 남자>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트로트(뽕짝)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유행가 <장녹수> 한 가락을 읊조리면서, 이 험상궂은 세상이 진정한 코스미안으로 진화되기를 갈망한다. 그 노랫말과 가락에 어깨를 덩실거리기보다는 곁눈으로 흘기면서 오늘의 변덕(變德)과 질곡(桎梏)을 마주하여 헤쳐 나가고 있다. 마음의 거울을 바라보면서 목연단좌(穆然端坐)하고, 역사 속 거울을 책으로 읽으면서 반추하고, 유리알 속 나를 바라보면서 허우대 멀쩡한 껍데기를 질타하고, 스스로를 꾸짖는 진언(嚍言)을 한다. 그리고 예민한 붓을 벼리어 칼날보다 더 예리하게 글을 휘갈겨간다. 이 붓의 끝자락은 혼미한 오늘, 자유대한민국의 우매한 백성(百姓)들 가슴팍을 지향하고 있음을 각성하시라. 우리가 갈망하는 코스미안, 코스미안뉴스여~.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

유차영 519444@hanmail.net


작성 2022.07.12 10:40 수정 2022.07.12 10:5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