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계속해서 강조되는 4차산업혁명 속에서 기술만능주의 팽배의 문제성이 대두되었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융합하면서, 사람들은 ‘기술이 질병도 낫게 해주고, 인간에게 어렵거나 위험한 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데, 우리는 계속해서 기술 발전에 몰두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이다.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자태에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과 지능을 갖춘 로봇인 인공지능(AI), 말 그대로 “찌르면 피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인간”이 등장했다.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논점들을 다룬 책에서는 세계 최초 반려견 로봇으로 알려진 소니의 ‘아이보’부터 식당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고 인간의 감정을 모사하여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소프트뱅크의 ‘페퍼’까지 인간 삶에 널리 퍼진 인공지능들을 소개하였다.
나아가 인간의 인지-정서를 치료해주는 치료 로봇 ‘파로’를 언급하면서 과거의 기계 로봇과 달리 현대의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과의 관계를 지향하는 로봇으로 발전되었다고 하였다. 입력된 정보에 따라 정해진 일을 처리하던 도구가 어느새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상당히 긍정적으로 조망되던 관계 지향적 로봇에도 부정적인 논점이 있다. 바로 반려견 로봇, 치료 로봇과 함께 제시된 관계 지향적 로봇, ‘섹스 로봇’이다. ‘섹스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이 과연 긍정적인 의미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까?’가 오늘날 인공지능의 딜레마 중 하나이다.
섹스 로봇이 성 관련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 성 상담자이자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본래 “주인의 명령에 복종한다.”라는 로봇의 원칙을 고려한다면 섹스 로봇은 그저 주인의 욕망, 욕구에 따라 움직일 뿐이고 오히려 실제 인간과의 심리적 공감대 형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도구에 불과했던 로봇이 어느새 인간과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존재로 발전하였는데, 정작 사람들이 여전히 인공지능 로봇을 일종의 수단이자 도구로 여겨 자신의 목적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새로운 관계는커녕 기존의 인간과 인간의 관계조차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기술 발전에 혈안이 되어 정작 다른 것은 일절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 4차산업혁명은 또 다른 의미의 “찌르면 피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인간”을 만들어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을 통해 사람들은 단순히 일상의 편리함만을 추구하지 않고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오래도록 젊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두 번의 생각에 그치지 않고 젊음과 불멸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수많은 것들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우선, 어떤 사람이 절대적인 젊음과 수명을 추구한다면 우선 상대적인 젊음과 수명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남들보다 더 젊게, 남들보다 더 오래, 어떻게 얼만큼을 살더라도 남들보다는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게 된다.
“함께 잘살아보자.”에서 “남들보다 잘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되면 무엇을 하던 남들보다 잘살고 싶다는 욕심에 제 몸만 생각하고 제 이익만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자 펼쳐진 4차산업혁명은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으로 제 삶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 “썸머워즈”는 지금으로부터 약 11년 전에 개봉한 일본의 애니메이션이지만 4차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여실히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 인터넷 가상 세계인 ‘오즈’는 단순한 인터넷 사이트, 커뮤니티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교통, 소방, 군사 등 각국의 주요 행정기능이 작동되며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이 자신만의 아바타(가상 캐릭터)를 통해 함께 활동하는 전 지구적 공론장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있다며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속할 수 있고 이 가상 세계와 연결된 시스템이라면 가벼운 게임부터 시작해서 교통정보, 개인 건강정보 확인까지 불가능한 것이 없다. 하지만 수많은 시스템과 행정기능이 연결된 하나의 가상 세계가 해킹당하면서 단순한 가상 세계의 해킹을 넘어 현실 세계의 혼란이 발생한다.
개인정보 침해부터 전국의 교통 마비, 나아가 ‘오즈’를 통해 실시간으로 건강관리를 하던 환자의 죽음과 특정 지역에 군 미사일 발사 명령까지. 인간에게 일상의 편리함과 윤택함만을 안겨주리라 생각했던 인터넷 가상 세계가 한순간에 혼란과 죽음, 그리고 재난을 안겨주던 순간이었다.
‘오즈’가 해킹당했기 때문에 발생한 불상사가 맞지만, 근본적으로 ‘오즈’라는 가상 세계 하나에 너무 의존적이었기 때문에 발생한 참사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따위가 주를 이루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 혁명과 함께 도래한 기술들은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줄 ‘희망’이자 인간의 삶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어버릴 ‘절망’이다.
오늘날 끊임없이 발전되고 강조되는 4차산업혁명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급진적인 기술 발전이 과연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개발되었다 할지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인간을 위해 연구되고 개발되어온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욕망에 눈멀게 하고 서로를 해치지는 않는지. 찌르면 피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인공지능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도래했지만, 오히려 우리는 찌르면 피 한 방울도 안 나올 매정하고도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눈부신 발전으로 이룩해낸 뛰어난 기술은 매사에 기술의 일면만을 바라보지 않고 꼼꼼히 살펴보는 비판력, 이러한 기술들이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지 다방면으로 생각해보는 상상력,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함께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협력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빛난다.
[조승우]
군인
제35회 한밭전국백일장 고등부 산문 금상
제24회 대덕백일장 운문 은상
제3회 코스미안상 은상
이메일 aaaa254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