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는 글을 알고 의로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하고 동흥은 동쪽에서 흥하는 마을이 되라는 뜻으로 동흥이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동흥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문의는 동흥의 윗동네다.
남해는 1개의 읍과 9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의마을과 동흥마을은 설천면에 있는 마을이다. 설천은 눈 설(雪)에 내 천(川)이다. 직역하면 눈이 오는 내라는 뜻이다. 남해는 연평균 13도라 참 따뜻한 지역이다. 그래서 눈이 오는 날이 드물다.
그런데 지리산과 인접해 있는 설천면은 지리산에 눈이 오면 남해 다른 지역보다 눈발이 흩날리는 날이 좀 있어 설천이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문의마을은 이름처럼 글을 알고 의로운 사람이란 말에 걸맞게 우리 남해에서 최초로 3대 국회의원이 되신 윤병호란 분이 나고 자란 곳이다.
구두산을 타고 내려온 줄기에 형성된 마을이라 그런지 안정지기다. 그 구두산에는 남해 상상양떼목장과 남해 양몰이학교가 있다. 이 양몰이학교는 예전에 한국관광공사사장을 지냈던 이참 사장님이 양몰이학교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해바다를 보면서 “참 좋습니다.”를 감탄했던 곳이다.
독일사람인 이참 사장님은 남해하루 투어를 할 때 내가 가이드를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우리나라를 사랑했다. 산청의 선비 남명 조식을 제일 존경한다고 했다. 또 남해 금산에 가서 주지스님이 가는 길이 좋지 않다고 가지 말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조선태조기단에 가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내려갔다.
그리고 고춧가루도 가지고 다니면서 음식에 뿌려 드시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우리나라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남해 양몰이학교가 생기고 또 남해를 찾으셨다. 예전에 한 번 안내를 한 인연으로 양몰이학교도 동행하게 되었다. 그분이 양몰이 학교에서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감탄하는 모습에 남해사람으로 참 뿌듯했다.
남해 문의마을은 이런 관광지를 보유하고 있는 마을이다. 양몰이 학교 가고 오는 길에서는 멀리 창선․삼천포대교도 환하게 보인다. 풍경이 억만 불이다. 독일사람이 반한 풍경이 있는 곳이다. 자연경관도 국보급이지만 구두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임진왜란 마지막 싸움 노량해전이 일어나기 전 사천 앞바다에 있던 왜구 500척이 그 바다를 지나서 노량으로 왔던 곳이다.
그런 역사가 있는 이곳을 여행으로 즐긴다면 더 유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문의마을 아래 동쪽에서 흥하라고 하는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여고까지 다니면서 학교를 오고 가며 걸어 다닌 그 길에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삶이 초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윤동주처럼 좋은 시를 써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래서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아름다워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들을 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고 충무공 이순신에 반해서 그분의 삶과 인격을 전하는 즐거움에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세월을 살고 있다. 동쪽에서 흥하는 마을에서 태어나 남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 속에서 시를 읊고 또 충무공 이순신을 예찬하면서 산다.
남해마을 전체가 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특히 동흥은 이름을 흥하는 마을이라고 했으니 틀림없이 의로운 사람이 많이 나올 것이고 동흥은 말이 씨 되어 세계만방에 널리 이름을 떨칠 것이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
서재심 alsgml-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