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너대니얼 호손의 ‘켄터베리의 순례자들’에서 보는 ‘성지’는 어디인가

민병식

 

너대니얼 호손(1804-1864)은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 출생이며 고향 세일럼에서 12년간 지내며 여러 잡지에 단편소설을 기고하다가 외교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엄격한 청교도 가문에서 태어나 종교와 인간 심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의 조상 중 한 명은 세일럼 마녀재판 당시 판사였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 된 '주홍글자'17세기의 청교도 식민지 보스턴에서 일어나 부정한 사건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도덕, 종교, 인간 심리에 관한 세밀한 통찰과 인간 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로 말미암아 19세기의 대표적 미국소설로 꼽힌다.

 

소설에서 켄터베리는 성지를 뜻하며 산꼭대기에 있는 셰이커 교단을 말한다. 이곳은 속세와 끊어진 곳이다. 조슈아와 미리엄은 셰이커 교단에서 만나 가정을 이루기 위해 켄터베리를 떠나 속세로 향하고 있던 중 샘물이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반면 네 명의 순례자들은 속세를 떠나 교단을 향하던 중 조슈아와 미리엄을 만나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여행자들은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 한 명과 소년 한 명이었다. 그들은 검소한 차림새였으나 옷은 기나긴 여름 낮의 뿌연 먼지에 온통 더럽혀졌고, 밤이슬에 축축이 젖어 있었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세상사의 고통과 슬픔이 발걸음을 더욱더 무겁게 만든 듯이 얼굴은 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순례자 중 한 명은 시인이었는데 그는 속세의 사람들이 시인의 영혼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켄터베리로 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시인의 속마음은 속세에서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니 교단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길을 나선 것이다. 사실 시인이 원한 것은 정신세계가 아니라 자신을 인정해 주는 세상이었다.또 한 명은 장사꾼이었는데 속세에서 장사를 하다 망했다.

 

그의 말로는 재산이라는 것이 허무하다는 것을 알고 켄터베리에 가서 수행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셰이커 교단으로 가서 교단의 재정을 관리하면서 돈을 벌 욕심으로 성지로 향하는 것이었다.세 번째 사람은 한 부부의 남편으로 평생을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어 삶에 회의를 느껴 켄터베리로 가는 중이었다. 그는 생존의 고통스러운 삶을 벗어나 교단에서 평안한 기쁨을 얻으려 했다.

 

나머지 한 명은 그 남편의 아내로서 평생 남편과 살았으나 가난은 별문제가 안 되지만 남편과의 사랑이 식어 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희망이 없어 성지로 가는 중이었다. 네 명의 순례자들은 서로의 갖가지 이유로 속세를 떠나 켄터베리로 가는 중이었다. 그들은 조슈아와 미리엄에게 속세로 가지 말고 같이 켄터베리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조슈아와 미리엄은 세상에 있는 고통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작별을 한 후 속세를 향한다.

 

성지를 향하여 가는 것은 이 세상에 살면서 느끼는 고통과 아픔을 벗어나고 싶어서다. 하지만 그곳에 가도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시인이나 상인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그곳을 향하고 있지만, 성지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속세에서의 그들의 욕심과 같다. 부부의 남편 또한 켄터베리를 간다고 해도 속세에서 하던 것처럼 켄터베리에서도 무언가를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외로운 아내의 경우도 속세에서 못다 한 사랑이 켄터베리에서 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외롭고 쓸쓸할 수도 있다. 속세를 향하는 조슈아와 미리엄은 비록 고통이 있고, 다툼이 있을지라도 켄터베리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속세로 가서 많은 것을 이겨내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길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 힘들다고 그것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다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없다. 우리의 삶에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을 것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 하고 우리가 지금 삶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가는 내 삶의 현장이 바로 진정한 성지임을 말해주고 있다. 성지는 다른 곳이 내 마음 안에 있고 천국을 만드는 것은 내 자신임을 잊지 말라고 작품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어렵다. 정치, 경제, 국제관계의 복잡함, 게다가 세기의 전염병 코로나19까지, 그래도 우리는 하나가 되어 내 마음 안에 성지를 만드는 마음으로 서로 보듬고 함께 사는 성지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07.27 11:26 수정 2022.07.27 11:3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