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은 한국전쟁 휴전일이다.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 괴뢰정부는 1950년 6월 25일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기습 남침을 했다. 유엔군의 참전과 중국공산당(중공) 인민지원군의 참전으로 한국전쟁은 양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최대의 국제전이었다.
3년 이상 전선은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다가, 1953년 7월 27일 양측 간에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자유진영을 대표하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협정에 서명했고, 공산진영에서는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와 북한군 총사령관 김일성이 서명했다.
여기서 이해하기 힘든 것이 하나 있다. 북한군 총사령관 김일성은 서명했는데 왜 한국군 총사령관은 서명 당사자가 되지 못했을까. 국군의 작전 지휘권을 유엔군에게 넘겼다고 하더라도 형평에 어긋나는 협정임에 틀림없다. 국군통수권자인 이승만 대통령은 왜 서명 당사자에서 빠졌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이 임기 말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종전선언도 우리 대통령은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이 된다.
오늘 한국전쟁 휴전일을 맞아 국방부가 홍보하는 내용을 보니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고 하고 있다. 유엔군은 전쟁 발발 두 달 후인 1950년 8월에 본격 참전하여 낙동강방어선을 국군과 함께 사수했다. 그런데 어찌해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을 기념하여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국방부가 앞장서서 국민들의 인식 속에 한국전쟁이 휴전 상태임을 잊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직전 정권의 희망 사항이 아직도 국방부나 우리 군 내부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정전이나 휴전이라는 말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우려는 교묘한 술책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전쟁은 69년 동안 휴전 상태에 있다. 유엔군사령부도 아직 해체되지 않았다. 국제법적으로 엄격히 말하면 한국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일방이 휴전협정을 어기고 대규모 도발을 한다면 다시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이런 엄중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국방부가 트위터 대변인을 통해, 7월 27일을 '한국전쟁 휴전일'이 아닌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고 하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
휴전을 휴전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국방부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 홍길동과 뭐가 다른가.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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