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호모 사피엔스

고석근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8세 남자 아이가 하교 길에 아파트단지 안에서 개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고 입원했다고 한다. 개는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아이를 공격했다고 한다. 2분 넘게 개에게 공격을 당한 아이는 마침내 축 늘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개는 축 늘어진 아이의 목을 물고는 마구 흔들고, 아이는 대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다고 한다. 이런 위급한 상황을 우산을 쓰고 지켜 본 행인들은 그냥 지나갔다고 한다. 결국 한참 지나 택배 기사가 달려와 개를 내쫓고 119112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외면하고 지나간 행인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어디 안전한 곳으로 가서 크게 소리를 쳐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거나, 몽둥이를 가져와 개를 위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는 우산을 활짝 펴서 자신의 몸을 크게 보이게 하여 개를 내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평소에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은연중에 몸으로 익혔을 삶의 지혜들이었다. TV 같은 언론매체에서 수없이 얘기한 것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아예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폴 발레리 시인은 노래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공부는 학습(學習)이다. 배워서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몸에 배어야 공부가 완성된다. 그런데 우리의 공부는 머리로 외우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에서 공부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공부는 입시를 위한 단편적인 지식교육이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아내는 기술을 익히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8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는구나!’

 

각자도생(各自圖生), 아이는 각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 시대의 생의 지침을 처절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나도 오래전에 위급한 상황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처절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후유증이 오래 갔다.

 

자주 악몽을 꾼다. 어디 낯선 곳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게 너무나 힘겨운 상황이 수시로 연출된다. 그냥 지나친 행인들도 후유증이 오래 갈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다른 존재(특히 사람)와 공감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그들의 본성에 할퀴어진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학교 교육이 삶을 위한 공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입시 위주가 아닌 생생한 삶이 공부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그러한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인간은 동물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생각하는 존재, 인간의 운명이 되었다. 물갈퀴를 갖고 태어난 물고기는 물속에서 헤엄을 치며 살아가야 한다. 날개를 갖고 태어난 새는 하늘을 날며 살아가야 한다생각하는 존재가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면 반드시 업보(業報), 그 행위의 참혹한 보복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제비는 먼 땅을 향해 갈 때

두루미 등 위에서 때때로

쉬며 날아간다고 한다.

 

먼 땅을 향해 봄 두루미가 대열을 이루고 날아갈 때

황금빛 제비는 그 뒤를 따라간다고 한다.

폭풍우 속을 거슬러 날아가다 작은 날개가 지치면

두 날개를 펼치고 날갯짓하는 두루미 등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

 

넓은 세상을 함께 날아서

먼 길을 여행 온 새들이여- 인간들이여

만일 삶이 폭풍이 휘몰아치는 하늘이라면

누군가는 두루미, 어떤 이는 제비

 

멀고 먼 곳을 향해 회색 날개를 훨훨 저으며

공기를 가르는 푸르디푸른 두루미야, 잘 가거라

 

- 데 처어덜, <먼 길을 가는 새들이여> 부분

 

 

전래동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누군가가 나타나 도와준다. 삶의 이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아오면서 도움을 준 수없이 많은 두루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7.28 12:11 수정 2022.07.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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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