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암행어사 Mr.박

억울해서 우는 사람 달래고 보살피는 호걸

박춘석 / 박춘석 / 장군멍군

암행어사가 그리운 시절이다. 난세를 헤쳐 나갈 진취와 조화의 깃발을 든 영웅이 절실하고, 강국행민(强國幸民)을 주창하는 호걸 기다림으로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하다. 왜 이리 졸뱅이들이 넘치는가. 이제는 저들을 향하여 비웃음을 던지는 소()도 사라져가는 세상이니 어찌하면 좋으랴. ‘우리라는 말은 어디로 가고, ‘끼리로 뭉친 짝패(one's mate=me+me)’들만 풍컬거리는가. ()도 없고, ()도 없고, ()들 끼리만 끼룩거리면서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세상이 왔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이쪽 깃발을 든 새들은 가시나무새처럼, 저쪽 깃발을 든 나비들은 불나방처럼 스스로 죽을 곳을 향하여 날개 짓을 하는 듯하다. 이런 시절에 그리운 이가 암행어사이다. 역참에서 언제라도 새 말()을 갈아타고, 쉰 비린내가 푸럭거리는 탐관오리들을 향하여 달려갈 수 있는 표식, 마패를 허리춤에 찬 선량과 한량을 아우른 도랑(道朗)이라 부를만한 암행어사. 이런 도랑은 우리 선조들의 세속 사()에 또록또록하게 많았다. 그 중에서 박문수를 기억해내시라. 어사 박문수, 그를 음유한 유행가가 <암행어사 Mr.>이다. 억울해서 우는 사람 보살피고 달래주던 호걸~.

 

발길이 닿는 대로 동서라 남북/ 조랑말에 마패 하나 벗을 삼아/ 어딘들 못 가리/ 억울해서 우는 사람/ 달래고 보살피는 사나이/ 효자 열녀 찾아다니며/ 한양 천 리 임금님께 포상을 내리도록/ 인정 많은 정의의 사나이/ 암행어사 미스타 박// 해 저문 산마루에 갈 길은 멀어/ 주막집에 발을 멈춰 한잔 술에/ 시름을 달래며/ 동네방네 뜬소문을 들으며/ 찾아가는 사나이/ 착한 사람 잘 사는 세상/ 팔도강산 방방곡곡 태평세월 누리도록/ 눈물 많은 의리의 사나이/ 암행어사 미스타 박.

 

https://youtu.be/w-X229lU2HU


노랫말 속의 주인공이 눈에 선하다. 저런 도랑 하나 언제쯤 마주할 수 있을까. <암행어사 Mr.> 노래가 대중들의 가슴팍을 후련하게 뻥~ 뚫어준 시기는 1988년이다. 우리 대중가요 100년사에서 트로트(뽕짝) 바람결이 일어난 시대로부터 권위와 낭만의 충돌, 서울의 봄을 지낸 30여년의 세월 말미였다. 3S(스포츠·스크린·섹스) 시대를 지나 전통가요 부활정책의 문턱을 넘어서던 시절이다. 1933년 일본제국주의 조선총독부의 레코드음반취채규칙으로부터 시작된 금지곡 터널, 해방광복과 미 군정기와 6.25 전쟁기를 이겨낸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지향하며 금지곡이 해금된 19878월로부터 1년이 지나가던 시절의 유행가다. 그 시절 답답한 백성(百姓, 국민)들을 위무하고 지나가던 소들로부터 헛웃음을 받던 소인배들을 향하여 눈총과 마음의 총질을 한 유행가가 바로 이 곡이다. 그래서 유행가는 탄생시기의 시대이념과 대중들의 감성을 얽어서 빚은 유물·보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공자(BC 551~479)가 설파한 노래는 세상과 통한다는 말, 치세 락(난세 분(망국 탄()’의 의미도 이와 엇대인다.

 

지금부터 꼭 331년 전에 출생하여, 그 시절 환난 속에 허적거리던 우리 선조들의 곤혹한 삶을 위무해준 인물이 박문수다. 그는 임금의 명을 받고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 어사(御史)를 여러 번 역임하였지만, 암행어사에는 단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조선 백성들은 박문수를 암행어사의 대명사로 인식했었고, 그의 행적은 바람결을 타고 들불처럼 번져서 제주도에서 함경도까지 풍설을 일으키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런 유명세를 탄 박문수가 유행가의 주인공으로 환생한 것은 당연한 귀결, 그 노래가 박춘석이 노랫말과 가락을 얽어서 장군멍군이 세상을 향하여 절창한 <암행어사 Mr. >이다.

 

평민 복장에 죽장을 들고 괴나리봇짐을 맨 거사(어사)가 눈에 어른거린다. 행색은 남루했지만 눈매는 매섭고, 귀 문은 늘 활짝 열고 다녔다. 따끈한 가슴팍에 인정도 많았다. 그의 발길을 끄는 이정표는 헛짓거리를 하는 관리들과 치인들을 향한 백성들의 동네방네 뜬소문이었다. 착한 사람 사는 세상, 방방곡곡 태평세월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고 사명이었다. 2022년 하 수상한 소인배들이 파락거리는 대한민국에 안성맞춤인 행관(行官)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분은 눈을 닦고도 마주하기가 어렵고, 한 쪽 눈·한 쪽 귀만 벌렁거리는 졸뱅이들만 득실거리니 어이할꼬. 이제는 이런 치졸들의 까발랑거림에 눈총알·말총알도 쏘기가 아까울 지경이니 가슴팍이 갑갑하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반듯한 잣대와 오롯한 저울추를 품은 의리의 사나이, 이순신 장군을 닮은 영웅과 그를 도운 31세 연상의 조방장(참모장) 정걸 장군을 닮은 호걸은 언제쯤 오시려나.

 

어사 박문수는 1691(숙종 17) 평택시 진위면 외가에서 출생하여 1751(영조 32)에 타계한 조선의 명 선비, 호걸이었다. 그는 9세경 아버지(박항한)를 여의고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굶더라도 머리를 채워 아는 힘을 길러야 한다.’ 어사 박문수 어머니의 교훈이다.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 초계 변씨와 닮았다. 어사 박문수는 이순신 장군보다 146년 후예 문신이다. 그는 33세에 과거에 급제했다. 그가 급제한 시문은 낙조(落照)’란다. ‘지는 해 푸른 산에 걸려/ 붉은 해를 토하고/ 찬 하늘에 까마귀가/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나루를 묻는 길손/ 채찍질 급하고/ 절 찾아가는 스님의/ 지팡이도 바쁘다/ 뒷동산 풀어놓은 소/ 그림자 길기만 하고/ 망부대 위로 아낙네 쪽(머리카락 묵음)/ 그림자 나지막하다/ 오래되어 예스런 고목들이/ 줄지어 선 남쪽 냇길에/ 짧은 머리 초동이/ 피리 불며 돌아온다.’ 


일모도원(日暮途遠) 같은 시라서 마음이 서늘해진다. 하여, 이 시에 대칭되는 일출(日出서광(瑞光) 같은 시문을 지어들고 대한민국을 우뚝하게 할 영걸을 학수고대하는 갈망이 크다. 박문수는 소론계로 1723년 문과에 급제하지만 이듬해 노론계 집권으로 파직 당한다. 하지만 3년 뒤 정미환국(1727, 영조 3. 당파중심을 깬 정부 개편)으로 복직되어 영남안집어사로 임명된다. 이듬해 영남도관찰사와 뒤이어 영남 감진어사를 지내고, 1737년 병조판서에 이어 청나라 사신(동지사) 파견, 함경도 관찰사, 어영대장(영조 임금 경호실장), 예조판서를 역임했다.

 

그 시절 박문수는 영조 임금의 깊은 신뢰를 받은 선비다. 정치적으로도 상대방을 적대논리로 대하지 않은 영조의 탕평책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영조는 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박문수이며, 박문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나였다. 잠잘 때 외에는 언제나 경을 생각한다.’고 했단다. 그는 영조가 탕평책을 시행할 때 명문벌열(名門閥閱) 중심의 인사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했으며, 4(남인·북인·노론·소론)의 고른 인재 등용을 건의하였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암행어사의 대명사로 인식되었고, 훗날 그의 행적이 유행가의 주인공으로, 영화·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환생을 했던 것이다.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 <암행어사 Mr. > 같은 노래는 많다. 1950년대 신라송의 <암행어사 박문수>(김문응 사, 이재호 곡)를 필두로 <암행어사 이도령>(백년설), <나그네>(안다성, 영화 암행어사 주제가), <암행어사>(하춘화·봉봉), <암행어사 박문수>(어린이 만화영화 주제곡), 암행어사(김상범) 등등.

 

박문수는 1727(영조 3) 9월 영남별견어사로 영남(문경 새재 이남 지망, 현재 경상도)에 파견되었다. 다음 해 3월까지 안동·예천·상주 등지를 순행하며, 지역에 명망 있는 인사들과 공개적인 만남을 가졌고, 이때 나라의 양식 배분, 고위 관료 급여 삭감, 허허로운 백성들 구제 등등의 행적을 남긴다. 박문수가 영남으로 갈 때 잠시 쉬어갔다는 소나무(박문수소나무)가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에 있고, 그가 문경새재 제3관문을 통과하면서 마패를 잠시 걸어두었다고 하는 마패봉(마역봉)이 있다. 충주·괴산과 문경이 연결되는 해발고도 940m의 고개다.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들이 넘어야할 세월고개는 해발고도로 치면 몇 천 미터가 될까.

 

2022년 대한민국의 암행어사 박문수는 어디에 계시는가, 언제나 오시려는가. 어사여~ 박문수여~. 두 쪼가리로 갈라진 백성들의 영혼 없는 몰골과 작태가 보이시는가. 본문은 읽어보지도 않고, 내편의 댓글에 편을 드는 스스로의 영혼이 들어가지 않은 댓글을 달고 있는 저 척박한 영혼들의 천박한 행태가 보이시는가. 그들을 자기치력(自己治力)의 수단으로 편용(偏用)하려는 졸뱅이들을 언제쯤 응징 하시려는가. 저 졸뱅이들을 향한 필궁(筆弓명궁(名弓신궁(神弓)들은 어디에 계시는가. 202011월 박문수가 출생한 평택시 진위면에 건립한 <암행어사 박문수문화관>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어사 박문수의 영혼을 다시 불러 세울 요량이었지 않을까.

 

두 눈을 가리고, 귀문을 닫고, 청산 속으로 은둔하고 싶기까지 한 오늘, 대한민국의 치열(治列)에 오합지졸로도 대오를 갖추지 못한 졸뱅이들, 그들을 향하여 글() 화살을 정 조준하는 밤이 야심해 간다. 2022년 여름을 관통하는 제5호 태풍 송다(SONGDA)가 몰고 온 장대 빗줄기가 유리창문을 두드린다. 저 요란한 빗속을 헤치며 내달리는 암행어사 박문수를 태운 말발굽 소리가 구렁구렁 들려오는 듯하다. 어서 오시라 박문수여, 코스미안 세상이여~.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

유차영 519444@hanmail.net


작성 2022.08.01 11:27 수정 2022.08.0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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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