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두 엄마

고석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어머니라는 스승이다.

- 장 자크 루소

 

강의를 가다가 공원으로 들어갔다. ‘벤치에 앉아 쉬었다 가자!’ 갑자기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물보라가 날아왔다. ‘아니? 뭐야?’ 둘러보니 한 중년의 여자가 물총을 쏘는 아이를 보고 웃으며 제재하고 있다.

 

분명히 내게 물보라가 날아오는 것을 보았을 텐데, 사과 한마디 없다. 그 여자는 계속 웃었다. 아이는 물총의 물을 다 쏘았는지, 물이 나오지 않는 물총을 들고 어디론가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다.

 

허공으로 흩어져가는 여자의 웃음소리. 나는 여자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벤치에 앉았다. ‘침묵이 금이다.’ 도시에서는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다. ,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

 

하지만 가끔, 기본적인 교양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개는 참는다. 원시인들은 어머니 혼자서는 제재하지 못하는 아이는 부족의 여자들이 함께 나서서 해결했다고 한다.

 

여자들이 회초리를 들고 와 아이의 종아리를 마구 때린다고 한다. 그러면 웬만한 아이는 철이 들게 된다고 한다. 내가 어릴 적엔 마을의 어른들이 회초리는 들지 않았지만, 잘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따끔하게 얘기를 했다.

 

지금은 남의 자식에게 말 한마디 하는 게 힘들다.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무서울 게 없는 엄마의 사랑이다. 문제는 이렇게 자란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켜야 할 규범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가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모든 인간관계의 근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간의 관계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공자의 인(), () 사람() 사이의 윤리다. 공자는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윤리를 사람 사이의 윤리로 본 것이다.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도서관으로 갔다. 그림책을 빌리기 위해. 몇 사람이 띄엄띄엄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 구석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세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함께 보고 있다.

 

아이들은 소리를 내며 읽고 있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소곤소곤 말한다. “여기서는 소리 내며 읽으면 안 돼!” 나는 그 엄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은 멀리 있으니 소리 내며 읽으라고 하셔요.”

 

그 엄마는 내게 고맙다는 표시로 목례를 하고, 아이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다소곳이 듣고.... 이 아이들은 자연스레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두 엄마의 작은 육아 방식이 아이들을 갈수록 다르게 성장하게 할 것이다.

 

가끔 드라마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소위 상류층의 마나님들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보고 따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잃어버리고서 어떤 위치에 있건, 인간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노자는 말했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빠뜨리는 게 없다.” 인간도 천지자연의 일부라 하늘의 이치에 따르게 되어 있다.

 

연필은

새 그릴 때

쓱쓱 신이 나요.

 

연필은

나무가 엄마거든요.

숲이 고향이거든요.

 

- 손동연, <연필이 신날 때> 부분

 

어느 시인은 남자는 어른이 된 적이 없나니하고 노래했다. 남자만 그럴까? 모든 인간은 한평생 엄마의 자식들이다.

 

엄마는 죽어서도 천지자연이 되어 항상 다 큰 자식들을 지켜보고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8.04 11:28 수정 2022.08.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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