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형 칼럼] 영화 ‘한산’, 영화는 영화다

하진형

코로나19를 뚫고 오랜만에 영화 한산이 개봉되었다. 이순신장군의 인문학에 빠져 새로운 삶을 새겨가고 있는 기쁨에 개봉하자마자 달려갔다. 시원한 극장 안은 피서 효과도 있었다. 막 개봉한 탓인지 관람객이 적다. 좀 많이들 와서 이순신 정신도 배우고, 스트레스도 풀고, 영화산업에 보탬이 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앞선다. 제대로 봐야지 하는 생각에 이틀 걸러 두 번 보았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전개도 빨랐고, 같은 날 치러진 육전(陸戰) 웅치·이치전투까지 함께 전개시킴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알려 오직 성웅 이순신에만 머물지 않는 것도 꽤 괜찮았다. 무엇보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은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려 있는 관객들의 답답한 가슴을 후련히 털어 버리게 하는 것은 영화의 특성을 십분 발휘하였다. 또 한여름의 무더위와 태풍까지 날려버리게 하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임진왜란 자체가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닌, 즉 명분이 있는 전쟁이 아니라 의()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는 냉철한 분석적 정의를 내리고 의를 위해 불의를 물리치는 사필귀정의 전개과정이 더욱 좋았다. 또 무언(無言)의 표정은 많은 말보다 의미가 깊고 무겁다는 말처럼 적은 대사로 관객을 흡입하는 이순신의 마력도 돋보였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아무리 영화이지만 역사적 사실(팩트)과 조금 거리가 있는 상황의 설정과 전쟁터에서의 장수(武將) 이순신만을 강조하는 모습에 이순신의 진면목이 간과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

 

가끔 이순신 강의를 할 때 수강자들로부터 영화에는 이러이러하게 나오는데 지금의 강의내용과 왜 다릅니까?’라고 물어올 때 영화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관객을 많이 모으기 위해) 허구적 요소가 들어가서 그렇다고 얘기를 해도 머리를 갸우뚱하며 수긍하지 않는 모습들을 생각하면서 사실(fact)적 표현의 아쉬움이 자꾸 눈에 밟혔다.

 

예를 들면, 영화의 재미를 위해 이해는 하지만 한산대첩 전에 이순신의 조선수군은 견내량 너머에 왜군이 정박중인 사실을 알고 대비한 측면이 있지만 이에 비해 일본 수군은 조선수군이 인근 당포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그대로 알리지 않고 영화에는 양측이 서로의 배치를 알고 첩보전을 펼치며 전투했다고 전개시키고 있다.

 

또 조선수군이 일본수군의 위치를 먼저 알게 되는 결정적 요소인 미륵산 목동(牧子) 김천손의 정보 전달 장면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이 부분이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전투에 미친 영향이나 이순신 장군의 애민정신을 보면 당시 엄격한 신분제도를 초월한 사람존중 사상과 이로 인해 백성들이 수많은 첩보를 자진해서 이순신 수군에게 제보하거나 전쟁터로 따라 나선 것을 간과하였다.

 

이순신 장군의 이러한 가치관은 운주당(運籌堂)’이라는 곳에서의 작전회의 시 직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고, 전투가 끝난 뒤에 임금에게 올리는 장계(승첩보고서)에도 신분과 관계없이 천민과 노비의 공적까지 꼼꼼히 적어 올린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순신의 장계는 내용이 길다. 본질적인 것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북선의 충파(衝破)가 충돌전술이냐의 여부, 실제 전투의 주력선이 거북선이 아닌 판옥선이라는 것, 당시에는 통영(統營)이라는 지명이 없었던 것 등등의 것들은 차치하고라도 임진왜란을 막아낸 사람은 의병을 포함한 조선 백성 모두인 점을 감안할 때 죽음을 무릅쓰고 내달려서 왜군의 정보를 알려준 민초(民草)의 존재도 알렸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조선의 충효(忠孝)를 기득권의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오늘의 국민주권 사회에서 더욱 그렇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이후 전개 상황의 자막은 역사와 일치해야 한다. ‘한산대첩이 있은 3차 출동은 7.11. 부산포 공격으로 그 대미를 장식한다.’고 나오는데 부산포 공격(부산대첩)3차 출동(한산대첩, 안골포해전) 7.11. 전라좌수영으로 귀환하고, 4차 출동 때인 9.1. 부산에 있던 왜군의 주둔지를 공격하여 100여 척을 깨뜨린 전투이다. 이는 영화의 특성인 허구적 픽션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다.

 

어쨌든 왜군 장수에 비해 대사가 적으면서도 깊게 고민하는 이순신 고유의 무게는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에 기록된 이순신은 수양하고 있는 선비와 같고 속에는 담기(膽氣)가 있다.’는 모습이 제대로 투영된 것 같아 좋았다. 진정한 리더가 부족한 작금의 현실에서 이순신은 리더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제대로 표현한 우리 영화감독들이 세계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휩쓰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고맙다.

 

영화는 영화다라는 것을 알지만 한산을 보면서 이순신 연구자로서 소감을 몇 자 적었다. 여러 정세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가져다주었다. 혼신을 다한 한산의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보낸다. 그대들 덕분에 올여름은 시원할 것이다.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교육부, 행정안전부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3회 코스미안상 금상

이메일 bluepol77@naver.com


작성 2022.08.05 09:51 수정 2022.08.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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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