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다. 사라져야 할 것이 사라지지 않으면 추하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들의 흔적은 아름답다. 사라지는 것들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기록한다. 인간만이 기록할 뿐 지구상의 어떤 동물도 기록하지 않는다. 다만 흔적을 남겨지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의해서다. 불가해한 자연의 힘을 인간들은 과학으로 증명해내려 한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영역이나 사실들은 신의 영역으로 추정하거나 믿는다.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문자언어가 없기 때문에 흔적을 남겼다. 육신의 언어다. 화석이다. 지구의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묻혀서 화석을 남겼다. 수억 년 전 지구상에 우리 공룡이 살았다는 명확한 증거를 남긴 셈이다. 화석에서 발견된 지구상에 사라진 동식물의 흔적들은 우리는 박물관에 귀하게 모셔진다. 지구의 신비한 역사를 보기 위해서다.
수억 년의 지구 역사는 신비할 뿐이다. 우리가 밟고 살아가는 흙과 돌멩이, 바위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수억 년의 장구한 역사가 담겨있다. 그 흙에 생명의 씨앗을 뿌려 가꾸면서 우리는 생명을 유지한다. 약육강식의 자연 질서에 의해 식물은 동물에 의해 먹히면서도 왕성한 생명력으로 뿌리와 포자와 열매 등으로 대를 이어 지구상에 존재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구를 지배하는 인간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지구의 환경을 마음대로 바꾸고 변질시키고 다른 생명들을 무참히 희생시키며 욕망을 실현시켜왔다.
인간 제일주의의 사고로 지구를 지배해왔다. 인구가 많아지자 욕망은 부풀어졌고 그 멈출 수 없는 탐욕은 급기야 지구환경의 파괴에 이르렀다.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린 것이다. 무분별하게 땅을 훼손하여 도로를 건설하고 집을 짓는 등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먹고 살기 위해 식량자원으로 식물을 재배하는데, 생태계가 파괴되어 병충해가 들끓자 병충해를 퇴치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고, 돋아나는 잡초를 뽑는 일이 귀찮아 잡초들의 생명을 죽이는 제초제를 개발하여 살포하는 등 자연의 질서파괴와 잔인한 폭력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역사는 자연파괴의 역사라 할 정도다.
인간의 탐욕이 거대하게 커지고 그것을 만족시킬 과학기술의 진보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를 열어놓은 산업화 이후 지구환경은 걷잡을 수 없이 급격한 파괴를 가져왔다. 지구촌에서 생존하는 생명체들과 인간 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쟁의 승리자는 인간이지만 결국 인간 자신도 생태환경의 피해로 자연의 재앙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지구의 종말로 이어져 수만 수억 후의 화석으로 남지 않겠는가? 지속가능발전을 이루려면 모두가 탐욕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의식주 생활로 검소한 생활과 절약하는 생활을 하지 않으면 지구의 자원은 고갈되고 지구환경은 파괴되어 지구촌에 쓰레기더미로 황폐해질 것이다.
땅속에 묻혀있는 석유와 석탄 자원인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들고, 난방장치를 가동하여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해오고 있지만 어느 시기에 자원이 고갈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비규환의 세상이 이어질 것이다. 인간의 탐욕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전쟁을 일으키고 과학기술은 인간을 죽이는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지구를 한순간에 멸망시킬 위력의 핵무기를 개발하여 판도라 상자를 열어 버린 지 오래되었다.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다. 자연의 수명이 다 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름다울 뿐 인간의 잔혹한 폭력에 의해 사라지는 것은 더욱 추악하다. 우주와 자연의 질서에 의해 수명을 다해 사라져가도록 지구촌에 사람들이 모두 생태환경을 복원해 나가야 한다. 인간의 폭력에 의해 흔적조차 남김없이 멸종되는 동식물이 많아지고 있다.
멸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지구상에서 떠나버린 것이다. 공룡시대 공룡의 멸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탐욕을 줄여나가야 한다. 에이즈,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메르스, 최근의 코로나19 등 모두 인간의 탐욕과 폭력행위에 대한 부메랑이다. 지구촌 사람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생태 질서의 파괴의 응징이자 신의 경고다. 이래도 사라지는 것이 아름답다고 할 것인가? 사라지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지구상에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는데도 영원할 것이라는 탐욕은 사라지는 것을 아름답게 하지 못함을 깨달아야 할 때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