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꿈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저는 ‘꿈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려는 게 절대 아닙니다. 보통의 어른들은 ‘꿈꾸는 삶이 바람직한 삶이고, 꿈꾸지 않는 사람은 발전이 없는 삶이다’며 철부지 취급을 합니다만,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삶, 발전이 있는 삶 이런 것들엔 기준이 없으니까요.
자, 그럼 다시 한 번 질문.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꿈. 꿈에는 몇 가지 뜻이 있지만, 여기서의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뜻하는 꿈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이렇게 다시 바꿔볼 수 있겠네요.
‘당신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은 무엇입니까?’
아, 그래서 제 꿈이 무엇이냐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입니다. 그렇다면 행복하게 산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감정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행복 :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우선 우리가 어떠한 생활을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우리는 어떠한 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보낼까요? ‘취미’생활도 그 중 하나일 테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생활 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한, 소위 ‘직장’생활도 있겠습니다.
그 중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직업’과 관련한 활동일 것 같은데요, 오늘은 저의 ‘직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느꼈던 나의 행복과, 선택한 일을 하다 발견하게 되었던 내 행복의 모순점들……. 그러면서 다시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여정의 기록을 지금 여러분께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음악을 합니다. ‘오늘의라디오’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곡도 쓰고 노래도 부르는, 소위 ‘싱어 송 라이터’ 입니다. 꼭 무슨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 같지요? 제 본명은 장준호 라고 하는데요, 유희열 씨가 ‘Toy’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음악가의 꿈을 가지고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축구선수도 되고 싶었다가, 가수도 되고 싶기도 했고, 선생님도 되고 싶었다가... 장래희망 자주 바뀌는 뭐 그런 아이였습니다.
머리가 조금 커지고 나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진 한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당시 어머니께서 한문교실을 하셨고, 당연히(?) 저 또한 한문공부를 꾸준히 했었는데, 자연스레 이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곤 했었지요. 그 중 수입이 괜찮은 직업이 한의사였고, 그렇게 장래희망은 한의사가 되어버렸습니다.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지도 않았고, 다른 직업을 갖게 되도 상관없는. 딱 그 정도랄까요.
그러던 중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합주를 하고 첫 공연을 하는데, 이게 기분이 보통 즐거운 게 아니더라고요.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생략하겠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을 매일매일 하면서 살면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게 저의 장래희망은 음악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곧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건 ‘생각’이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행복하고자 하는 ‘본능’ 부모님께서 잠시 반대하셨지만, 본능을 알아채신 부모님은 꽤나 금방 허락해주셨고, 다음해가 되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제 행복의 기준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면서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려고 음악을 선택했는데, 하기 싫은 일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재미난 곡들을 연주하고, 멋진 곡을 써서 사람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계속 연습하고, 썼던 곡들을 몇 번이나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되는데요. 재미난 연주와 공연은 몇 번을 해도 참 즐겁고 행복한데, 연습과 곡 작업은 주로 하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 멋진 공연은 하고 싶은데, 연습과 작업은 하기 싫은 것이죠.
어쨌거나 ‘하고 싶은’걸 하려면 ‘하기 싫은’걸 해야 하나 봅니다. 그리고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과연 나는 하기 싫은 것을 한 적이 있을까?
예를 들어, 제가 연습을 했습니다. 만약 제가 연습이 하기 싫었다면 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 하기 싫은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싫은 연습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연습을 한 것이겠지요. 반대로 제가 연습을 하지 않았습니다.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건, 연습을 안 ‘하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요?
저는 늘 하고 싶은걸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재밌네요. 나는 분명 매일매일 하고 싶은걸 하며 살고 있는데, 그렇게 살면 행복해야 하는데, 분명 불행하다고 느끼는 날들도 많았거든요. 그리고 그것이 내 꿈이었다면, 나는 이미 꿈을 이룬 채 살고 있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나는 항상 행복하지는 않단 말입니다.
나의 꿈이, 내가 추구했던 행복이 내 모순에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면 행복하다’는 말은 애초에 잘못된 명제였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고 항상 행복한 건 아니다’ 가 맞겠네요. 그런데 저는 한동안 이 잘못된 명제가 ‘내가 행복으로 가는 최고의 길’ 일거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사전을 펼쳐보았습니다.
‘행복 :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행복. 행복하게 사는 것.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 행복한 삶을 산다는 건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걸까요?
우리는 늘 ‘오늘’을 살아갑니다. 지나온 내 인생은 모두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오늘이었고, 나의 미래도 결국 오늘 이 하루가 만들겠지요. 그리고 오늘 이 하루는 한 시간 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지고, 그 한 시간은 1분 1초가, 그 1분은 지금 이 순간들이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답답했던 마음이 이제야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행복한 삶이란 ‘오늘 하루, 1분 1초 매 순간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며 보내는 삶’ 이라는 뜻이고, 바꿔 말해서
‘지금 이 순간 내가 충분히 만족하고 기쁘다고 느낄 때’
그 때 우리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말이 되겠네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고, 수많은 책들이 이 같은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자 했지만, 마음으로 이해가 되는 것은 역시 직접 느껴지는 경험인가 봅니다.
행복을 찾는 제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았고, 제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물론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까먹기 일쑤라, 대부분의 삶을 불만족스럽고 기쁘지 않게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불만도 많고, 나와 남을 비교하는 것도 참 잘하는, 짜증이 꽤나 많은 성격이거든요. 까먹는 것도 하도 잘 까먹어서 배가 부를 지경이구요.
그래서 제게 제일 중요한 건 행복하게 사는 법을 ‘잊지 않기’입니다. 앞으로 ‘매순간 충분히 만족하며 기쁘게 살기’ 이런 글귀 적어서 벽 이곳저곳에 쪽지라도 붙여놓아야겠어요. 까먹을 만하면 보이고, 까먹을 만하면 보일 수 있도록. 그러다 보면 앞으로 내 삶에서 행복할 순간들이 점점 잦아질 테고, 꿈을 이룰 순간들도 조금씩 많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