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토사구팽(兎死狗烹)

고석근

 

한 가지 뜻을 세우고, 그 길로 가라. 잘못도 있으리라. 실패도 있으리라그러나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라. 반드시 빛이 그대를 맞이할 것이다.

- 임마누엘 칸트

 

 

토사구팽,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 사냥개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냥개 주인의 입장이 되어보면 충분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토끼 사냥을 위해 잘 먹이고 잘 돌봐준 게 아니었던가? 이제 토끼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이다. 더 이상 필요도 없는데, 계속 사냥개를 돌볼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한평생 살아가면서 사냥개처럼 당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과거에는 토사구팽의 사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하는 귀족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현대자본주의사회에서는 누구나 쉽게 사냥개처럼 당하게 된다. 과거 봉건사회에서는 가문, 마을이 한 개인을 보호해 주었다. 지금처럼 노숙자들이 없었다. 거지들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노숙자 개념은 아니었다.

 

노숙자는 자본주의 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는 특이한 존재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것이 상품화된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다고 웃었지만, 지금은 당연히 물을 사고 판다. 물이 상품이 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마음껏 쬘 수 있었던 햇빛도 상품이 되었다. 일조권이 얼마나 비싸게 팔리고 있는가? 당연히 사람도 상품이 된다. ‘몸값이라는 좀 더 고상한 이름으로 불린다. 사람 상품을 몸값으로 부르니 사람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당해보면 안다. 결국 자신은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안 팔리면 가치 없이 버려진다. 비싼 몸값을 받고 취직을 하더라도, 언제 팽 당할지 모른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토끼 사냥을 위한 사냥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쓸모가 없어지면, 쓰레기처럼 버린다. 과거 봉건사회에서는 협업으로 농사를 지었기에 서로 협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들끼리도 싸우고 화해하며 지냈다. 누가 누구를 팽 당하게 할 수 없었다.

 

현대사회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상품, 도구, 수단으로 쓰기에 쓸모가 다하면 퇴출시키게 되어 있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사람은 두 종류 중 하나가 된다. 사냥개 주인이냐? 사냥개냐? 대다수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사냥개가 되어야 한다. 옛날 같으면 산에 들에 먹을 게 널렸지만, 이제는 다 돈을 주고 사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사냥개 신세가 안 될 수 있을까? 자신을 가꿔가야 한다.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오롯이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다 꽃피우며 살아야 한다. 공자는 말했다. “학야녹재기중(學也祿在其中), 공부를 하면 녹()이 그 안에 있다.”

 

사람이 공부를 하면 돈이 그 가운데 들어 있어, 의식주는 따로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과 다르다. 자기계발은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해 자신을 계발하는 것이다.

 

공부는 이와 다르다. 세상이 말하는 상품, 몸값과 관계없이 오로지 자신의 잠재력을 꽃 피워가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 이렇게 살아보았다. 알 수 없는 열정이 나를 이끌어갔다. 묘하게 좋은 운이 따라왔다.

 

캄캄한 동굴 같은 곳에 들어섰는데, 어디선가 불빛이 비쳐왔다. 길이 끊어진 곳에서 문득 새로운 길이 나 있었다. 콩쥐를 도와주는 참새들, 검은 소. 백설 공주를 도와주는 난쟁이들...... 나는 많은 요정들의 도움을 받았다.

 

값비싼 사냥개들처럼 기름진 산해진미는 먹지 못하지만, 나는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나는 죽을 때, 니코스 카잔차키스처럼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고 조용히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것이 아니면

터럭 하나라도 가질 수 없지만

오직 강가에 부는 맑은 바람과

산에 떠 있는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면 색이 된다네

그것을 가진다고 막을 사람 없고

그것은 쓴다고 고갈되지 않으니

조물주가 준 무진장한 선물이로다.

 

- 소동파, <적벽부> 부분

 

사냥개가 되는 것과 늑대로 살아가는 것, 누가 더 많은 것을 얻을까?

 

늑대로 살아가면, ‘쓴다고 고갈되지 않으니/ 조물주가 준 무진장한 선물이 세상에 즐비하다는 걸 알게 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8.18 10:45 수정 2022.08.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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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