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와 빨라지는 고령화로 MZ세대의 영향력은 자꾸 커져간다. 광복 이후 최빈국에서 전쟁까지 겪고 남아 있는 자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우리의 산업세대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땀을 흘렸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잔업(殘業)도 상사의 눈치를 보며 했으니 오늘날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MZ세대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 때는 윗세대를 이해하기도 쉬웠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일제강점기부터 고생하며 살아온 부모님 세대를 뻔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밤새워 기다려 기차표를 사서 집으로 왔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우리 아버지(어머니)는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다’며 모두가 슬퍼했다. 그래서 고향은 어머니이고, 친구이고, 내가 묻힐 강산이었다.
20세기 후반은 그야말로 인류문명의 소용돌이 시기였다. IT산업의 발달로 정보(정보화)가 그 무엇보다 중시되었고 PC에서 스마트폰으로 개인적 활용도가 높아가면서 그것들은 기성세대들이 문서 작성하고 정보를 검색하는 업무용을 뛰어넘어 MZ세대에게는 자신의 몸, 생명과 같은 것이었다.
기성세대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인류였다. 그럼에도 나름 합리적 진보주의자라는 착각에 빠져 ‘나는 요즘아이들의 기발한 창의력에 한 표를 던진다’고 말하며 이해하는 척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나의 서툰 착각이었다. 기성세대의 시대적 한계인 것이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장남과 등산을 즐기기도 하고 착한(?) 작은 아들과의 사이는 그 어떤 아버지들보다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장남이 나의 답사여행에 동행하며 운전해 주고 말을 들어주는 것들이 시대에 뒤처지는 아비를 위한 배려였고, 작은 아이가 엉뚱하게 ‘춤 동아리’에 들어가 즐기는 것도 그들 세계의 보편적 행동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다른 아이들과 달리 스마트폰도 수능이 끝난 뒤에 사 주었고, 시험시기에는 아예 컴퓨터를 만지기도 못하게 했으니 몰라도 너무 몰랐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이제야 비로소 생각해 보면 나는 꼰대 중의 꼰대였다. 모든 것의 책임은 나에게 있고 이해를 해 준 이는 MZ세대 그들이었다.
어느 날 집에서 강의안을 만들다가 PPT의 동영상 작업에 애를 먹으면서 장남에게 도움을 청하였더니 강의안은 처음 만들어 본다고 하면서도 이리저리 살피고 검색해 보더니 뚝딱뚝딱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마치 농부가 발자국 소리로 농사를 지어내는 것과 같아보였다. 그들은 분명히 기성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인류였다.
뒤늦게 깨우친 것이지만 근 세기에 급격하게 바뀐(변한 정도가 아니다) 환경에서 그 환경에 최적화된 상태로 바뀌어 성장한 신인류는 그들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을 논하면서 굳이 할 말은 아니지만 후진형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정치도 MZ세대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곧 그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고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할 이들도 MZ세대 그들이다.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들은 일류로 나가는데,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는 ‘라떼는 말이야’만 외치며 기득권을 손에 놓지 않으려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미 MZ세대는 20대에서 40대를 차지하며 우리사회의 중추세력으로 성장해 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도 40대에 초강대국 대통령이 되었다.
옛 선인들도 ‘인간은 늘 새로운 명(命, 소명)을 받아들여야 하고, 천명(天命)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하였다. 옛 성인들이 급변하는 현세(現世)를 다스리고 이끌 수 없다. 또 남녀가 다르듯이 세대 차이도 인정해야 한다. 각분야별, 세대별 조화가 화음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를 탄생시킬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배워야 한다. ‘나는 기성세대가 아닌 생각이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이 기득권이고 옛사람이다. 물론 고전을 읽고 지혜를 배워 그들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MZ세대인 그들은 상상하지도 못한 기발함으로 미래를 이끈다. 그리고 또 알파세대로 이어질 것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급격하게 변한다. 그것을 예측하고 대응함에 있어서 기성세대의 지혜를 나누어 주고 미래는 MZ세대에게 맡기는 것에 주저하지 말자. 그들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기발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기성세대인 우리가 언제나 멘토(mentor)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여러 분야에서 기성세대는 이미 멘티(mentee)가 되어있다. 미래에 있어 MZ세대들의 장점은 기성세대들의 그것보다 훨씬 강하다.
[하진형]
수필가
칼럼니스트
교육부, 행정안전부 범죄안전 강사
이순신 인문학포럼 대표(이순신 국제센터)
제3회 코스미안상 금상
이메일 bluepol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