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오정희 작가의 단편, '돼지꿈'에서 찾는 진정한 행복이란

민병식

오정희(1947~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작품은 주로 헝클어진 가족관계나 중년 여성의 문제 등을 많이 다루었으며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감정 묘사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한국 최초로 해외문학상을 받은 작가로 작가 특유의 경험과 사유에서 탄생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한국 여성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우화소설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엽편소설보다는 길고 단편소설보다는 짧다. 어쩌면 콩트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오락실을 운영하며 혼자 살던 중년의 순옥은 돼지꿈을 꾸고 그녀의 돈, 삼백만 원을 떼어먹고 달아난 육촌 시누이를 찾으러 춘천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탄다. 그녀는 기차 안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여자를 만나 그녀의 딱한 사정을 듣는데 아기 엄마는 도망간 아기 아빠의 시댁을 찾으러 춘천에 왔다가 허탕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다.

 

아기 엄마가 잠든 사이 옆자리에 누인 아기가 깨어 칭얼거리자 순옥이 잠시 안았는데 아기를 낳고 키워본 적 없는 그녀는 아기 엄마를 대신해서 아기의 울음을 달래며 처음으로 묘한 감동과 따스함을 느낀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아기엄마는 화장실에 간다며 아기를 놔두고 도망가버린다. 순옥을 아기를 코트에 품고 열차에서 내리며 지난 밤 돼지 꿈을 떠올린다.

 

작품은 돼지꿈을 꾸고 떼인 돈을 받으러 가기 위해 서울행 열차를 탔던 중년의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젊은 여자의 아기를 떠맡게 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돈만 바라보고 살면서 옷 한 벌 제대로 해 입은 적이 없고 친척들에게 몰인정하다고 손가락질을 받고, 아이를 한 번도 낳아보지 못했으며 남편을 일찍 여읜 중년의 여자다.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돈이 최고다. 그러나 그리 악착같이 사는데도 주인공의 삶은 재미나 희망이 없다. 그녀의 삶은 고독하며 황폐하며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의 돼지꿈은 주인공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무슨 변화일까. 돼지꿈'을 꾸면 길몽으로 해석되고 재물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다. 주인공에게 돼지꿈은 친척에게 빌려 주었다가 떼인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주인공 앞에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여자와 그 여자의 아기가 나타나고, 아기를 낳아 본 적이 없는 순옥은 아이에게서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각박하기만 한 삶을 살아왔던 순옥이 이전에는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앞부분에서 돼지꿈의 의미와는 달리 주인공의 돼지꿈은 평생 돈만을 숭상하며 메마른 삶을 살았던 주인공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 따뜻함과 사랑을 느끼게 하는 아기였던 것이다.

 

이는 물질이 많아야 꼭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물질이 없어도 고통스러운 것은 맞다. 아기를 친엄마가 잘 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그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젊은 엄마의 고통을 주인공이 맡음으로써 어쩌면 주인공과 아이가 더 행복해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우리의 삶이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08.31 10:44 수정 2022.08.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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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