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부부유별(夫婦有別)

고석근

 

진정한 결혼은 두 사람 사이의 영()적인 동질성을 인식할 때입니다. 중요한 것은 영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 조셉 캠벨

 

 

부부유별,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라만상의 이치가 그렇다. 물 한 방울을 보자. 겉으로는 물만 보이지만, 실은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

 

물이 되기 위해 수소와 산소가 없어진 게 아니다. 수소와 산소가 자신을 조금도 손상하지 않고 물이 되어 있다. 만일 수소가 허공으로 날아가면 물은 어떻게 될까? 산소도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물은 사라지고 만다. 수소와 산소는 서로의 존재를 100% 인정해줘야 물이 존재하게 된다. 천지자연이 이리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건, 모든 존재가 서로를 소중히 완벽하게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사회는 어떤가? 서로의 존재를 100% 존중해주고 있는가? 우리는 그런 완벽한 인간관계를 찾기가 힘들 것이다. 공자는 인()을 인간사회의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인은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한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연애는 각자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결혼은 두 사람의 관계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결혼과 연애는 전혀 별개라고 말한다. 연애를 잘하다가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파탄이 나는 커플들이 많다.

 

각자의 존재를 충분히 존중해 준다고 해도, 둘이 만들어 가는 관계를 소중히 하지 않는다면 결혼은 유지되기가 힘들 것이다. 부부는 육체를 가진 존재로서는 별개로 존재한다. 각자의 개성이 있다. 하지만 육체를 넘어서는 영적 존재로서는 하나다.

 

삼라만상은 겉으로는 서로 다르지만, 영적 존재로서는 하나다. 물질을 넘어서는 존재로서는 하나로 연결된 존재, 만물제동(萬物齊同)이다. 부부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서로의 관계는 하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혼은 하나이면서 둘인 관계인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물질을 숭배하는 사회다. 그래서 각자의 개성은 강조하지만, 서로가 하나 되는 관계는 중시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관계는 집단주의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랫동안 집단주의가 우리를 옥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우리사회는 아름다운가? 우리는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마음껏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피해라는 것을 어떻게 산정할 수 있는가?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갖 혐오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혐오감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해버리면 해결이 되는가?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물질지상주의다. 물질을 신으로 선기는 물신(物神) 사상이다.

 

현대양자물리학에서는 우리 눈에 물질로 보이는 것들은 실은 에너지라고 한다. 물질로 볼 때는 각자 존재하지만, 에너지 차원에서는 삼라만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에너지를 신(),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어떤 물질도 무심히 바라보면, 물질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보면, 얼마나 신묘한 것인가! 물질에 대한 경외감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마음은 어떤가? 자신을 물질로만 생각하며 누리는 자유는 정말 신나는가?

 

우리는 삼라만상에 대한 경외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삶의 환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부는 서로를 존중하며 동시에 서로의 관계도 소중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미리 맛보는 천국(R. 브라우닝)’이라고 하지 않는가?

 

 

게임

끝나

사람

집에갈 때

네트

여전

그들사이

있다

 

- 로저 맥거프, <40 러브> 부분

 


우리는 40대 중년의 사랑은, 아니 이후의 사랑은 다 이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같이 웃고 떠들며 정답게 테니스를 치고 돌아오는 길, 왜 여전히 는 두 사람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가?

 

를 없애려면 두 사람은 공기처럼 가벼워져야 한다. 마음껏 서로에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작성 2022.09.01 11:47 수정 2022.09.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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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