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를 극복하시라. 추석 대목 앞에 다가오는 반갑지 않은 이 불청객은, 2022년에 발생한 열한 번째의 초강력 열대폭풍 물비바람이다. 2003년 괌 근처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매미보다 더 강력하단다. 그 때는 9월12~13일 어간에 사천~통영~대구를 습격했었다. 그해 추석은 9월 11일 이었다. 그 이전의 태풍에 대한 악몽도 있다. 1959년 사라호 태풍이다. 이 폭풍은 그해 9월 17일 추석날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이때 발생한 상흔을 위무한 대중가요 유행가가 최숙자가 통창(痛唱)을 한 <눈물의 연평도>이다. 태풍 피해 발생 5년 뒤에 불린 노래다. 그해 9월 11일, 남태평양 마리아나군도 사이판섬에서 발생한 광풍은 오키나와 서해상과 동중국해를 휘돌아 북상하여 추석날 새벽에 우리나라를 강타했었다. 올해는 추석이 9월 10일이다. 태풍이 원수더냐 한 많은 사라호~. 이와 같은 노랫말로 시절을 위무하는 유행가가 다시 불리지 않도록, 모두가 기습해 오는 적(敵)과 같은 태풍에 대비하시라.
조기를 담뿍 잡아 기폭을 올리고 / 온다던 그 배는 어이하여 아니오나 / 수평선 바라보며 그 이름 부르면 / 갈매기도 우는 구나 눈물의 연평도 // 태풍이 원수더냐 한 많은 사라호 / 황천 간 그 얼굴 언제 다시 만나보리 / 해 저문 백사장에 그 모습 그리면 / 등대불만 깜박이네 눈물의 연평도.
https://www.youtube.com/watch?v=orQotJx1OfY
1959년 사라호 태풍 당시 연평도 연근해 바다어장으로 조기잡이를 나갔던 어부들 대부분이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연락도 없고 시신도 찾지 못했다. 1964년 이 애절한 사정을 김남풍이 가사로 짓고 김부해가 곡을 엮어서 23세이던 최숙자가 불렀다. 노랫말에 한숨과 눈물방울이 아롱진다. 말이 황천 간 그 얼굴이지, 그 분이 나의 육친(六親, 부모형제자매)이라면 감흥이 아니라 감한(感恨)이다. 오죽하면 갈매기도 울었겠는가. 지금부터 63년 전, 1959년 추석날의 현재이다.
그 당시 연평도에는 갈매기는 조기떼를 따르고, 어부들은 갈매기를 따르며, 섬마을 주막집 색시들은 바다내음을 온 몸에 휘감고 휘척휘척 거닐던 어부들을 졸졸 뒤따랐단다. 돈이 많이 풀리던 포구에 떠돌던 풍문(風聞)이다. 연평도는 파시(波市)가 서던 섬. 파시는 물결을 타고 바닷물 위에서 출렁출렁 열리는 시장, 즉 고깃배 위에서 그날 잡은 생선을 팔던 시장이다. 그 시절 서해어장의 3대 파시는 연평도·위도·흑산도였다. 그 중 연평도는 한때 가구 500호에 인구 3천 명에 불과한 섬인데, 260여 개의 선술집과 색시집을 아우른 술집이 있었고, 물새로 불리는 400명의 색시들이 어부들의 주머니 속을 곁눈질했단다. 연평도 조기 풍어기는 4월 중순~6월 상순경까지 약 50일이다. 이때는 ‘사흘 벌어 1년 먹는다.’는 말이 떠돌았다. 당시 연평도에는 골목길을 배회하던 개, 견공(犬公)들도 만 원 권 지폐를 입에 물고 다녔단다.
연평도 북한군 포격 사건은 어쩌랴.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경 북한군이 대연평도를 향해 170여발을 포격하였고, 해병연평부대는 80여발의 대응사격을 하였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원 2명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고,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때 전사한 문광욱 일병과 서정우 하사는 휴가를 스스로 반납하고 작전현장에 투입된 전사(warrior)들이다. 이 사건은 천안함침몰사건(2010.3.26, 북한군 어뢰공격) 이후 벌어진 만행으로 북한의 실체를 다시 인식하는 신안보의식(新安保意識)이 정립된 계기였다. 우리나라의 안보의식 현주소는 어디인가. 평화 주장이 곧 안보인가.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 평화는, 유사시에 대응할 수도 없는 허망한 상태의 굴종(屈從)을 준비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평화는 나를, 우리를, 나라를 지켜낼 힘(국방력·외교력·동맹력·비대칭대비력 등)이 전제되었을 때 지켜낼 수가 있다. 이런 평화상태를 평상(平常)이라고 한다. 우리는 평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평상을 유지할 능력을 견지하고, 평상력을 강화해가야 한다. 평상~ 평상, 평상력을~.
태풍에 이름을 처음 붙이기 시작한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정치꾼)의 이름을 태풍에 붙이곤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공군에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고, 이때는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1978년까지는 태풍 이름이 여성이었다가 이후부터는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번갈아가며 사용된다. 1999년까지는 세계기상기구(WMO) 규정에 따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지역특별기상센터(RSMC)에서 1999년 제7호 태풍을 뜻하는 ‘9907’과 같은 숫자로만 태풍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부여하였고,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JTWC)는 영문이름을 붙여 왔다. 영문 알파벳 순서대로 작성된 태풍이름표에 따라, 여자 이름만 사용됐으나, 성차별이라는 여성운동가들의 주장이 제기되자, 1978년 이후부터 남녀 이름을 골고루 부여하였다.
오늘날 사용하는 태풍이름은 1997년 제30차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의 고유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 쓰기로 결정하였다. 한국·북한·미국·중국·일본·캄보디아·홍콩·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라오스·마카오·미크로네시아 등 14개국이다. 이 나라에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을 세계기상기구(WMO)에서 공식명칭으로 부여하고 있다. 그 이름은 ‘나크리·크로반·사리카·펑선·두쥐안·하이마·기러기·카이탁·덴빈·우사기·사라·매미’ 등이다.
이 태풍은 발생 지역에 따라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cyclone), 북태평양 중동부와 북대서양 서부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이라고 한다. 코리올리힘 영향으로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코리올리(1792~1843)는 프랑스의 토목기사, 물리학자이다. 그는 토목기술 이론적 고찰에서 역학의 기초원리 및 그 응용 면에 대하여 연구하였으며, 1828년 회전좌표계에서 나타나는 겉보기 힘인 코리올리힘을 도입했다. 일정하게 회전하고 있는 계(系)에서는 회전 중인 물체에 원심력이 생기지만, 만약 물체가 운동하고 있으면 원심력뿐만 아니라, 운동의 방향에 수직한 속도에 비례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오늘날 호모사피엔스 인류는 5가지 종류의 적(敵)에 대처하면서 살아간다. 진화·강화·승화해간다. 그중 제1의 적은 서로를 향하여 총구를 겨냥하고 있는 실체이다. 적을 적이라고 결연하게 말할 수 있어야 나라가 적대적 상황에서 더욱 굳건해 진다. 제2의 적은 ‘우리’라는 공동체에 위협을 가하거나 가할 가능성이 있는 실체이다. 주변 나라와 또 다른 유기체와 같은 저항세력이다. 요즈음은 적이라는 말과 전쟁(戰爭)이라는 말이 너무 쉽게 횡횡거린다. 정쟁(政爭)도 전쟁이라고 하는 세상이다. 무지(무식)의 소치인가 의도적인 객기(강짜)인가. 정쟁은 상대방과 타협(妥協)을 목표로 하지만, 전쟁은 상대적인 격멸(擊滅)을 지향한다. 제3의 적은 공공의 적이다. 국제마피아·갱단·마약·폭력·테러·사이버공격·금융 등등의 해코지를 하는 실체이다. 제4의 적은 의료·기상천재지변이다. 코로나-19같은 역병·태풍·기근·화재·폭우·해곤충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제5의 적은 내부의 적이다. 이는 적이나 적국에 이롭게 하는 활동을 하는 내부의 간첩·내부자를 말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가치체계는 이 모두의 적과 마주하고 있다. 버거운 현실이지만, 극복하고 승화시킬 과제이다.
<눈물의 연평도> 노래의 모티브 지역 연평도는 북위 37도 40분에 위치한 섬, 대연평도 까치산 높이는 해발 127m이고 소연평도 연화봉은 214m이다.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2천여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상주하고 있다. 이 섬은 서해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중 하나로 군사적 요충지이며,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어업 상으로도 중요한 지역이다. 조선시대에는 황해도 해주군(벽성군) 송림면이다. 병자호란(1636~1637) 때 임경업 장군 (1594~1646)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훗날 효종 임금)을 구하기 위해 서해 바다를 건너가던 중 선원들의 부식(식량)이 떨어지자, 연평도에 배를 대고 나뭇가지를 꺾어 개펄에 꽂아두었더니, 바닷물이 빠진 뒤 나뭇가지마다 조기가 걸려 있어, 이것이 연평도 조기잡이의 시초가 되었다는 설화가 오늘날까지도 전해진다. 이곳의 행정구역명이 1999년 7월송림면에서 연평면으로 개칭되었다. 인천항으로부터 뱃길로 120km 지점에 있는 이 해역은 삼국시대 신라 장군 김춘추(태종무열왕. 602~661)가 당나라를 오고가면서, 고구려 군사의 추격을 받다가 사마르칸트 소그디아 출신 신라인, 호위무사 온군해(溫君解)의 살신 충정으로 살아난 곳이기도 하다.
2022년 추석 대목에 기습해온 제4의 적, 태풍 이름 힌남노는 라오스에서 붙인 것이다. 힌남노는 라오스 캄무안주에 있는 자연보호구역, 국립보호구역이다. 이곳에는 1,520여종의 관다발식물과 530여종의 척추동물이 서식한다. 제4의 적 태풍을 이겨내는 것도 국력이다. 국력은 국가(대한민국)의 총합력이다. 태풍 힌남노를 음유하거나 풍자하는 유행가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기를 간절하게 빌어마지 않는, 대한민국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호인 필자의 바램은 엇박자다. 태풍이 원수더냐 한 많은 힌남노 같은~ 유행가가 탄생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은.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