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비타당성조사와 법치주의

예비타당성조사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공공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그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이다. 정책적 효과도 감안하지만 비용효과분석 기법에 의하여 각 프로젝트별로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 예비타당성조사의 핵심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고 법제화 시킨 취지는 무분별한 공공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고 예산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있다. 그렇게 해야만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한정된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지역 민원해소 차원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압력을 행사해 올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이다.

이번에 정부가 전체 사업비 24조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공공사업에 대하여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국가재정법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하게 되어 있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초법적 발상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번 면제조치가 법률의 규정을 뛰어 넘는 고도의 통치행위로 볼 수도 없다.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가 예산집행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어버린 이번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목소리를 내야 할 야당도 지역구의 표가 무서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전에 한 말이 생각난다. 악법도 법이다.

이봉수 논설주간

 




이봉수 기자
작성 2019.01.30 10:41 수정 2019.02.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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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