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임진왜란 전적지 답사

고흥, 흥양전선소

임진왜란 발발 직전인 1592년 음력 2월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은 전라좌수영 관하의 5포를 초도순시하면서 흥양(현재의 고흥군)에 있는 1관 4포에 들렀다. 2월 19일 전라좌수영을 출발한 이순신 장군은 당일 백야곶(여수시 화양면 안포리) 감목관과 이목구미(여수시 화양면 이목리)를 거쳐 여도(고흥군 점암면 여호리)에 이르렀다.

[이순신 장군의 고흥 초도순시 행로 = 발포역사전시체험관]

20일에는 영주(흥양, 현 고흥읍)를 거쳐 22일 녹도(고흥군 도양읍 봉암리)로 가는 길에 흥양전선소에 들러 배와 기구를 점검한 후 녹도로 향했다. 이후 발포-->여도-->방답을 거쳐 2월 27일에 초도순시를 모두 마무리짓고 전라좌수영으로 복귀했다.

 

여기서 흥양전선소의 위치가 어디인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순신 장군의 초도순시 행로를 따라가면 흥양전선소는 영주(고흥읍)에서 녹도(녹동항)로 가는 중간 쯤에 위치한 발포 근처로 추정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가 되기 전인 1580~1582년 만호로 근무한 곳이 발포(고흥군 도화면 발포리)다. 충무사가 있는 발포성지에 가면 안내 표지판에 발포 관할구역 내에 '본현 선소'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발포진성]

'본현 선소'는 이순신 장군이 1592년 2월 22일자 난중일기에서 언급한 흥양전선소를 말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흥양전선소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 고증한 자료를 찾기는 힘들었다. 다행히 발포역사전시체험관에 있는 '이순신의 고흥 방문 기록'이라는 안내판에 흥양전선소가 표기되어 있다.

 

2019년 1월 30-31일 서울여해재단(이사장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이순신학교 교수진들이 고흥지역 역사탐방에 나섰다가 흥양전선소 추정지를 발견하였다.

[정걸 장군의 12대손인 정종주 님]

애초 답사 목적은 이순신 장군의 조방장으로 멘토 역할을 했던 정걸 장군 생가터와 묘소 등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답사 첫날 정걸 장군의 12대손인 정종주 님을 만나 정걸 장군 생가터, 사당, 묘소 등을 둘러보았다.

[정걸 장군 묘소]

 

정걸 장군의 묘소로 가는 길에 위치한 도화면 사덕리 '구암지구 간척지' 근처에 배를 만드는 선소가 있었다는 증언을 들었다. 정종주 님은 어릴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구전으로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마을인 고흥군 도화면 덕흥리와 사덕리 사이의 도로가 '덕흥선소길'이라고 도로표지판에 적혀 있는 것이 흥양전선소를 찾는 하나의 단서가 되었다.

주변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도화면 사덕리 1250번지 일대는 바다로부터 도화천을 타고 들어온 깊숙한 곳에 위치하여 전선소를 둘만한 곳이다. 목선인 판옥선과 거북선의 출입이 가능하고, 외적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는 곳에서 배를 만들 수 있는 지형이다.

[흥양전선소 추정지 = 고흥군 도화면 사덕리 1250번지]

구암저수지 아래에는 '구암지구 간척지'라는 표시석이 있다. 이 일대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증거이며, 사진에서 보듯 매립사업과 저수지 건설사업을 하면서 용머리 모양의 산자락을 깎아버린 흔적이 남아 있다. 정종주 님도 "매립사업 당시 발파를 하여 용머리가 잘려 나갔으며 그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증언한다.

고흥군 도화면 사덕리 1250번지 일대가 흥양전선소였다는 결정적 증거는 김정호가 그린 동여도에 나온다. 동여도는 비록 임진왜란 후인 1800년대 중반에 김정호가 그린 지도이지만 지명이나 지형의 변화가 적었던 조선시대의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한 참고자료가 된다. 동여도 상에는 발포성지 서측에 선소(船所)라고 정확히 표기 되어 있다.

[동여도에 나타나는 발포와 선소]

흥양전선소 추정지 일대는 비포장도로를 사이에 두고 창고로 보이는 건물과 마늘밭이 마주 보고 있다. 일대에는 흥양전선소와 관련된 표지판 하나 없으며, 발굴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흥양전선소 추정지 일대가 마늘밭으로 경작되고 있다.]

이번 답사 결과 이 일대가 흥양전선소라고 추정되지만 앞으로 더 세부적 고증과 함께 발굴, 복원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흥양전선소는 현재의 고흥군 도양읍 축두리 축두마을이라는 주장도 있다. 매립과 경작으로 묻혀버린 역사의 현장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고흥군은 전라남도, 문화재청 등과 협조하여 이 일대를 발굴하여 흥양전선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유적지를 보존해야 할 것이다.


이봉수 기자
작성 2019.02.03 16:08 수정 2019.02.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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