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코스미안상 은상] 코로나에서도 피어난 아이들

고효숙

 

어느덧 봄이 찾아와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봄 날씨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잔인한 3월이 되었습니다만, 2022학년도 신학년 신학기 희망찬 나날이기를 희망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조금 더 실천하여 주시고...

 

저는 20년 차를 넘어서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윗글은 올해 3월 초 우리 반 부모님들께 보냈던 인사말의 서두예요. 2020년과 2021년의 교육계는 그야말로 잔인하고 혼란스러웠던 나날이었습니다. 올해는 그나마 조금 더 완화되어 가는 일상인데요, 혼란과 완화 속에서 겪게 되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는 현재까지 3년째 3학년을 담임하고 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유래조차 없는 학사 운영 과정에서 교육부, 교육청의 단위학교에 대한 소통 및 현장에 대한 인식 부재로 교육의 최전선에 계신 단위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은 데에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의 차이,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부담 등이 컸습니다. 

 

2020년 5월까지 개학이 연거푸 연기되면서 교육계는 처음으로 전국 단위의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1~2학년은 텔레비전을 통해 EBS 라이브 방송으로 학습이 진행되었고, 3학년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인 ZOOM을 통한 실시간 화상수업이 들이닥쳤습니다. 일부 교육계와 학부모님들로부터 온갖 반발이 일어났지만 현장에 있는 학급 담임 선생님들은 천천히 또박또박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은 새로운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사실을 선생님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꿋꿋하게 학급 아이들과 함께 차근차근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전국 단위로 원격수업을 단계적으로 들어갈 무렵, 학급의 몇 부모님들로부터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아니, 3학년 애들이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러니 더욱 부모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퇴근하신 후 아이가 접속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몇 번 연습하여 주시면 아이들은 습득이 빨라 쉽사리 익숙해질 수 있을 거예요.” 

 

 줌으로 하는 수업이 다져진 상황에서도 “OO아, 바르게 앉아라, OO이는 먹는 거 치우자. 얘들아, OO이가 아직도 줌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구나. 전화 좀 해볼 테니까 어디 어디 좀 하고 있어 줘. 누구누구는 숙제 제출이 안 되었네. 체크 된 게 있는 친구들은 다시 해서 제출해줘”라는 말을 해야만 하지요.

 

또한, 학습에 부진한 아이들을 별도로 교실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등교수업이 이어졌을 당시에도 결석하는 아이들은 한 반에 내내 대여섯 명을 반복했죠. “선생님, 우리 애 아빠가 코로나 걸려서 가족이 격리에 들어가요.”, “네, 고생되시겠어요. 격리 끝나는 대로 아이 등교시켜 주시고, 당분간 OO이는 학급 수업을 줌으로 연결할 테니까 실시간 참여하도록 해주세요.” 어디 그뿐인가요? 어떤 날은 학교 관리자분들께서 “OO 선생님,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들어왔어요. 민원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해요.”

 

물론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각각 학급들에 대해 쏟아지는 다양한 민원과 맹렬한 공격들이 수업만으로도 힘든 선생님들을 참으로 많이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총체적 난국이었고, 참 힘들었습니다. 모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냈습니다. 모두가.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해냈습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은 아이들 덕분입니다. 배움의 열정을 가득 피워낸 기특한 우리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르면 물었습니다. 밤늦게도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또박또박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담임한테 확인을 맡고 스스로 격려하며 어려운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그렇게 자신감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담임교사는 한껏 똑똑해진 기분입니다. 또한, 아이들과 더욱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힘들다고 했던 것들을 담임은 아이들과 함께 이뤄냈습니다. 담임도 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아이들한테는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더욱 믿음과 신뢰를 주려고 했기에 아이들은 담임을 믿으면서 차근차근 잘 따라와 줬습니다. 

 

출근하신 부모님들을 뒤로하고 홀로 집에 있다가 늦잠 잤던 아이들을 일일이 깨웠던 것도 선생님들이셨습니다. 그러니 코로나 시국에 아이들과 담임은 더욱 애정이 쌓일 수 있었던 것이죠.

 

아이를 깨울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담임으로서 내 아이를 좀 더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내 아이가 어떤 집에서 어떤 모습으로 수업에 참여하는지 볼 수 있는 것마저도 행복이었습니다. 학부모님들과는 아웅다웅하면서도 더 가까워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 발짝씩 물러나서 학부모님의 입장과 담임의 입장을 서로 헤아리게 된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 아이 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코로나 시국을 통해 학급에서 비로소 실현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속에 저 또한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니 너무 큰 행복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일자리를 잃은 많은 분이 계셨습니다.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훨씬 더 각별해지고 촘촘해진 담임의 역할에 때때로 힘들고 귀찮은 생각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시국을 겪으면서 제가 존재할 수 있는 교실에서 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을 순간순간 언제까지나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교실에서 생활합니다. 모두의 얼굴을 가린 채 생활하고 있는 지금의 이 순간도 아이들이 등교해서 함께 교실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감사하고 좋습니다. 교실 속 사소한 작은 일상이 저에게 가장 소중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고효숙 teacher6636@hanmail.net

 

작성 2022.10.12 10:25 수정 2022.10.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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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