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코스미안상 은상] 우울증: 이 시대의 질병 강인한 의지로 극복하다

이지훈

 

우울증이 만연한 사회다. 젊은이들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고, 자살률은 치솟고 있다. 두 현상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울증이라는 병이 사회에 대두된 이후,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기 전에는 자살하는 사람의 비율도 지금만큼 높지 않았다. 특히 선진국인 미국과 한국에서 우울증을 겪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 어느 시대보다 물질적으로 부유하고 다양한 삶,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세대지만, 역설적으로 우울함과 자살 충동은 증가하는 현상, 기묘하지 않은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왜 극단적 선택을 하는가? 우울증 환자의 진술, 그리고 관련 저서에 의하면, 우울증은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만든다. 몸은 무거워지고 무기력한 일상이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점점 상태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이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라는 증언을 한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끝내 극단적인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우울증을 발병하도록 만드는 거시적인 이유를 먼저 살펴보자.

 

우울증에 대처하는 사회의 인식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대부분은 우울증을 무서운 병이라고 믿는다. 가까운 예로 대학교 커뮤니티에 ‘우울증에 걸렸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면, ‘병원에 가봐’라는 댓글이 항상 달린다. 방송에 나오는 의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우울함이 과해지면 ‘우울증이라고 명명’하고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혹은 은근슬쩍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에는 ‘우울증은 심각한 병’이라는 인식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력하게 심는다. 물론 정신과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진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과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명한 정신 의학자이자, <이기적 감정>의 저자 랜돌프 네스는 우울함, 공황장애같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다루는 진화 정신의학을 창시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과거 선조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나라는 충동’을 기제로 발현된 감정들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공황장애는 초원에서 사자를 만나면 벗어나라는 ‘뇌의 지시’이자 화재경보기인 셈이고, 우울함은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으니 당장 타개하고 앞으로 나가라는 뇌의 경고 작용이라는 말이다. 즉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작용이다. 더 이상 인간이 야생 동물에게 위협받지 않는 상황에서 공황장애를 느끼는 것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만, 랜돌프 네스는 이를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이라고 진단한다. 

 

즉, 실제 위협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황장애가 발생하면, 이를 단지 잘못 울린 경보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화재경보기가 몇 번 잘못 울렸다고 화재경보기를 탓하지 않는다. 10번 잘 못 울려도 1번의 제대로 된 화재 경고음을 통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려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공황장애를 단지 감정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오작동이라고 여기면 공황장애를 무서워하는 경향이 감소할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위급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뇌의 오작동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기기보다 무서운 질병 혹은 나를 잠식하는 ‘악마적 요소’라고 인식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을 약하게 만드는 마음가짐이다. 현대 사회가 정신적 질병이라고 규정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같은 것들을 무서워하면 할수록 인간은 부정적으로 변하고 약해진다. 

 

인간은 자신이 믿는 것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공황장애가 실제로 심각한 병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공황장애를 겪어도 그 상황을 굉장히 거대한 문제라고 받아들이는데, 이는 공황장애 증세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반면에, 공황장애를 단순히 ‘경고 시스템의 오작동’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공황장애를 겪어도 비교적 쉽게 그 상황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믿음의 방향에 따라 심리 상태가 크게 달라진다. 강인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은 우울증, 공황장애에서 쉽게 벗어나고 약하고 부정적인 사람들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우울증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술했듯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믿는 것을 강화하는 심리 기제가 있다. 우울증이 있다고 믿고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믿을수록 역설적이게 우울증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과하게 이야기하면, ‘우울증은 실재하는 게 아니다.’라고 믿는 편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나는 강해’ ‘나는 힘이 넘쳐’ 이런 강력한 문구와 믿음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구체적인 근거가 없더라도 괜찮다. 긍정적인 자기 암시는 인간이 역경을 극복하는 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된다. ‘나는 우울해’ ‘나는 우울증 환자야’ 같은 부정적인 자기 암시는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고 점점 ‘우울함의 늪’, 그 깊은 곳에 도달하여 희망의 구멍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만든다.

 

무엇이 현세대들을 이렇게 약하게 만든 것인가? 젊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병적으로 무섭게 여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주정주의, 공감주의 등의 사상이 있겠다. 현 사회는 위로, 공감과 같은 약한 감정에 호소한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게 만든다. 이는 미디어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다.

 

너무나도 안락해진 생활도 문제다. 현대인들은 폭력의 위험, 의식주 문제, 전염병 등 외부적 위험 요소들이 현저하게 감소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폭력이 없어지는 건 당연히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저항력 즉 ‘안티프래질’한 태도를 잃어버렸다. 안티프래질이란 유약함의 반대를 의미한다. 역경을 겪고 이를 긍정적으로 여길수록 강해진다는 의미다. 죽지 않을 정도의 시련은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불과 3세대 만에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무기력과 무저항적 태도를 학습했다. 그러니 조금만 힘든 일이 발생하면 주저앉고 스트레스를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우울증 사회를 극복하고 강한 에너지를 사회 전반에 퍼뜨리려면, 주정주의를 타파하고 합리주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전의 폐단을 불러온 합리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변용된 합리주의를 말한다. 강인한 태도를 학습하고 이성적 판단력을 길러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미디어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며, 편향된 교육, 동료 압박 등에 굴복하는 비주체적이고 나약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체적인 개인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단단해진다. 인류의 번영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나약한 인간 사회는 언젠간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다. 외부의 침입, 재해, 내부 분열 등으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강인하고 합리적인 마인드를 장착해야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신체와 정신도 동시에 단련해야 한다. 강인한 신체에 강인한 영혼이 깃들고, 강인한 의지가 샘솟는다. 주 3회 이상 운동하고 나머지는 경력과 야망에 집중한다면, 우울증이 다가올 틈조차 없을 것이다. 설령 우울함을 느끼더라도 금세 극복할 수 있다. 우울증이 없다고 믿는 ‘몸과 마음이 강인한 사람’은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어디서든 그 활력을 잃지 않으며, 실패에 좌절하지도 않는다. 현세대는 이런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역경을 찾아 나서자. 그러면 신체와 정신은 자연스럽게 강해진다.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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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2.10.17 14:56 수정 2022.10.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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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