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 웹스터(1876~1916)는 미국 소설가로 그녀의 어머니는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의 외 조카이고 아버지는 출판업을 하면서 마크 트웨인의 작품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그녀는 대학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많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교도소와 고아원 등을 자주 방문하였는데 이 소설의 모티브는 그때의 경험이 바탕을 이루었다고 한다.
웹스터는 친구의 오빠인 매킨리를 사랑하지만 그는 기혼자였고, 심한 정신병을 앓고 있던 아내에게 지친 매킨리는 웹스터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7년의 긴시간이 지난 후 이혼을 한 매킨리와 결혼을 하는데 결혼 후 1년 만에 첫딸을 낳고 사흘 만에 후유증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키다리 아저씨는 그녀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지금에 와서는 아동문학으로 분류되기도 하나 본래는 성인기에 접어드는 여주인공의 대학 생활, 직업, 결혼 등의 관심사를 다루면서 여주인공의 성장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고아원에서 지내던 제루샤 애벗이 매월 한 번씩 후원자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를 쓰는 조건으로 대학 진학 후원을 받는다. 후원자의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애벗은 현관에 드리운 긴 그림자를 보고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게 된다. 대학에 진학한 뒤 스스로 ‘주디’란 애칭을 붙인 그녀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고단한 처지를 위로하며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낸다. 주디는 기숙사의 한방에서 지내던 줄리아 펜들턴의 먼 친척 저비도 만난다.
대학 신문의 편집장을 지낼 정도로 글재주를 인정받은 주디는 아저씨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책을 내려고 출판사에 보내지만 퇴짜를 맞는다. 대학 졸업식에도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는다. 작가가 되려고 농장으로 이주한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가 병석에 있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마침내 아저씨의 집을 찾은 주디는 뜻밖의 인물임을 확인하고 그가 애달픈 사랑을 키우다가 주디의 자신감 없음 때문에 거절당하고 앓아누웠음을 알게 되는데 바로 저비였다.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지만 작품은 인간이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 냈다는 평가를 받는데 오롯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에게 보낸 편지글로 이뤄진 작품이 100년 넘게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키다리 아저씨들을 만나게 되곤 한다.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고 주민 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편지와 함께 금품을 놓아두고 가시는 분, 연말이면 수년째 빠짐없이 익명으로 기부하는 분, 그분 들이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는 좀 더 많은 키다리 아저씨가 생겨나야한다. 우리들이 그 모습을 본받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과 불안,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어려운 이들이 이를 견뎌내는데 큰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