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진목(眞木)마을과 비란(飛鸞)마을 이야기

진실한 나무와 비상하는 난세

비란 마을
진목 마을

 

남해 진목마을은 예전에 이 동네에 참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참 진(眞)에 나무 목(木)을 써 진목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참나무가 잘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마을에는 대국산성이 있다. 

 

산성에는 오래전에 우물지도 있고 여러 가지를 추정하면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산성이라고 하는데 이 산성의 전설을 보면 마을에 예쁜 처자가 있었는데 형제가 한 여성을 좋아했다고 한다. 

 

어느 날 동생이 제안하기를, “나는 저 위 산에 산성을 쌓고 형은 밤새 읍내까지 큰 돌을 짊어지고 갔다가 오고 처자는 저고리를 짓고 그래서 이기는 사람이 처자가 지은 저고리를 입고 아내로 맞이 하자.”고 했다. 그런데 형이 큰 돌을 지고 읍내까지 갔다가 오는데 산성이 보이는 고개에 올라서니 이미 산성은 완성이 되어있었다. 

 

크게 실망한 형은 그길로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처자가 짓던 저고리가 채 옷고름을 달지 않았는데 날이 밝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형이 사라지니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고 동생도 그 처자를 취하지 않았다는 전설이 서린 산성이다.

 

지금은 남해 바래길 ‘대국산성길’로 명명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성이다. 산성에 올라서 보면 남해의 읍이 다 보이고 이동, 창선, 고현, 설천이 환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탁 트인 좋은 곳이다.

 

중학교 2학년 가을소풍을 그곳으로 갔었는데 그때 김하순이란 친구가 ‘퇴계로의 밤’이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반해서 그 아이 주변을 맴돌다가 친구가 되었다. 지금은 과천에서 살고 있지만 서로 연락되지 않은 시간이 십 년은 넘은 듯하다. 가끔 그때가 생각나고 그 아이가 궁금할 때가 있다.

 

비란은 한자 그대로 날 비(飛)에 난세 란(鸞)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난세처럼 날아오를 인물이 날 것을 염려한 일본사람들이 마을 이름을 동녘 동(東) 아닐 비(非)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지만,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다시 이 마을 사람들이 비란으로 불렀다. 일본사람들은 정말 치밀한 사람들이다. 난세처럼 날아오를 인물이 날 것을 염려하여 마을 이름까지 바꾸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세상사는 영악한 사람들로 인해 약간 혼란스럽다가도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간다. 물론 그 시간이 아주 잠깐이거나 지칠 만큼 오래 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바른길을 찾아간다는 것을 하늘이 알게 해 준다.

 

참 진(眞)을 쓰는 진목마을에는 아마 진실한 사람들이 많이 탄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설 속의 새 난세처럼 뛰어난 인물이 날아오른다고 한 비란마을에서는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최근 남해 비란 사람이 남해마늘연구소 소장님이 되었다. 혹시 전설 속의 새 난새가 비상을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어본다.

 

작성 2022.10.27 09:50 수정 2022.10.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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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