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우주는 나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 파울로 코엘료
TV 드라마 ‘빅마우스’는 승률 10%도 채 되지 않는 변호사가 거대한 기득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ㄱ 시 권력 집단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다. 그는 우연히 높은 수임료를 받고 살인 사건을 맡게 된다. 하지만 거대한 권력층들 간의 암투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 노릇을 하게 되고, 결국엔 빅마우스의 후계자가 된다. 그의 아내는 말한다. “좋은 빅마우스가 되어 큰 악을 응징해!” 작은 악으로 큰 악을 응징하라는 것이다.
작은 악으로 큰 악을 응징하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질까? 예수는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혁명을 일으킨 돼지들이 인간들보다 더한 독재자가 되어가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혁명 후의 세상이 혁명 이전보다 다 나쁘게 되어버리는 경우를.
드라마 빅마우스에 흠뻑 빠져 있을 때는 얼마나 행복한가! 우리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동안 당해 왔던 악들을 상상으로나마 응징하는 즐거움. 우리는 잠시 이 즐거움을 만끽하고 다시 누추한 현실 속으로 들어간다.
인생은 고(苦)라고 하니, 견뎌야 하는 거야. 우리는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대중문화가 주는 사탕의 단맛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현대의 많은 예술이 사탕으로 전락하고 있다.
예술이 문화가 되어 싸구려 마약, 사탕이 될 때, 예술은 타락한다. 많은 문화 행사들을 우리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베스트 셀러 작품 중에도 이러한 사탕이 얼마나 많은가!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말하는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드라마 빅마우스를 멀찍이서 보게 되면, 많은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빅마우스의 범죄 조직은 어떻게 돈을 벌어들일까? 그들은 엄청난 돈을 복지단체에 기부한다. 드라마는 그 돈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여준다.
종교에서는 선행을 구원의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믿음이 구원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되면, 선행을 왼 손이 모르게 오른 손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믿음이 없는 사람은 보답을 받기 위해 선행을 한다.
보답이 오지 않으면 그는 화를 내게 되고, 결국에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리게 된다. 노자는 우리에게 보원이덕, 원한을 덕으로 갚으라고 말한다. 덕(德)은 도(道)에 맞는 삶을 말한다.
어떤 사람이 도를 알아서 저절로 선행을 하게 될 때는 덕이 된다. 하지만 도를 모르는 사람의 선행은 덕이 아니다.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빅마우스가 된 변호사의 선행은 덕일까? 구원받을 만한 선행일까? 드라마 장면 중에 그와 아내의 절절한 사랑이 나온다.
또한 조직원들 간의 강고한 의리가 나온다. 이러한 부부간의 사랑, 조직원들 간의 의리가 세상을 향해 확장되어 가면, 그러한 행위들은 덕이 될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를 성찰하여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세상의 정의를 새워나가면, 그들의 행위는 덕이 되고 그들은 끝내 구원을 받게 될 것이다.
TV 드라마에는 한 시대의 소망과 절망이 동시에 담겨있다. 우리는 드라마를 보며 우리의 소망을 읽어내고 우리 모두의 꿈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에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
지금의 그대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를 안고
그래도 그래도
골목 저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 최영철, <쑥국 –아내에게> 부분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이런 소망이 시인에게만 있을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타고난 도를 아는 마음, 덕이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