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는 키치문화가 범람하는 시대다. 키치라는 말은 1970년 독일의 남부에서 예술가들 사이에서 물건을 속여서 팔거나 강매한다는 뜻에서 쓰이다가 그 의미가 확대되어 저속한 예술품, 일상적인 예술, 대중 패션 등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거리에서 쓰레기를 수집한다”는 뜻으로 “저속한 싸구려 모조품” 독일어에서 유래된 용어인데, “진짜가 아니면서 진짜인 척하는 모조품과, 이 모조품에서 자기 기만적인 만족감과 위로를 구하려는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아방가르드가 낡고 익숙한 것의 인식에서 벗어나는 실험적 순수예술이라면 키치는 익숙한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저속하고 값싼 것을 드러내는 지점에 있는 오늘날 유행하는 대중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속물성을 인정하고 찬양하는 키치문화의 시대다.
대량생산, 대량 소비사회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심을 잃은 아웃사이더의 소외의식을 감추려는 대중의 감성을 잘 표현한 문화이다. 부정적인 개념으로 “속물적이고 촌스러운 예술적 감성을 상징”으로 한국사회에서 한 때 유행했던 “촌티 패션”, “이발소의 물레방아 도는 그림”, “버스 기사 좌석 옆에 매달려 있는 기도하는 성자그림”, “장식용 전집물 책”을 비롯하여 최근 “짝퉁 가방”, “짝퉁 시계”, “유명 화가의 진품을 베낀 복제품” 등 가짜인 것, 저급한 것, 몰취미하고 경박한 것, 대중의 취미에 맞춘 촌스럽고 번지르르한 것, 쓸데없고 가치 없는 것,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것, 모든 실용과 상관없는 장식성 물건들을 다 포함하고 있다.
대학로, 홍대 거리의 동화 속같이 꾸민 가게 안에 진열된 조잡스런 액세서리, 간단한 생활용품, 민속주점 안을 장식하는 옛날 농촌의 물건들 장식, 가짜 보석 등 저렴한 가격에 한순간의 환상을 만족시켜주는 일회용 물건들 등 고급스럽기 보다는 천박하고, 세련되기보다는 촌스럽고, 새것이라기보다는 낡은 것 같고, 대중적이라기보다는 유일무이한 자신의 것을 추구하는 경향들로 오늘날 키치는 산업사회 특유의 소비행태이면서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의 성 모양을 흉내 낸 웨딩홀, 모텔, 외국 유명건축물을 흉내 낸 구조물, 비잔틴 양식, 고딕 양식 등 건축물에서 음식점 앞의 돌하르방, 정원에 장식용 석탑, 건축이나 조형 예술 등 오늘날 우리 생활문화 전반에 걸쳐 이질적인 내용이 공존하거나, 촌스러운 원색적인 광고, 외형적인 것을 모방하는 모든 것들까지 포함하고 있고 대중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중들의 인기를 끌었던 것도 키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어린이들의 의복, 책가방, 신발, 학용품 등에도 키치문화를 볼 수 있다. 키치문화의 이면에는 가질 수 없는 것을 쉽게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허황된 욕망이 잠재해있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못생긴 사람이 잘생긴 사람처럼 보이려는 심리적 장식 때문이다. 강남의 성형문화, 유명 브랜드의 선호 경향 모두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키치문화를 탄생시켰고,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생활문화로 정신세계를 황폐화시킬까 우려된다. 거짓이 진실로 주인 노릇하고, 허황된 꿈을 가다가 자기파멸에 이를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따라서 교사가 먼저 키치문화 속에 숨겨있는 인간의 위장심리를 통해 진실한 가치를 발견하는 안목과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다.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정신적 가치까지 평가 절하 되어버리지 않도록 세상을 바로 보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야 물질주의 시대 물질가치의 허황된 인간의 욕망 실현의 수단으로 위장한 키치문화가 정신적 가치인 것으로 착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