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전성태의 짧은 소설 '이웃'에서 배우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

민병식

'콩트'란 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로 인생의 한 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유머, 풍자, 기지를 담아 쓰는 것이 특징으로 읽기에 쉬우면서도 긴 글을 싫어하는 사람도 흥미를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 박완서 선생은 생전에 콩트를 쓰기도 했는데 그것들을 모은 것이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라는 책이고 박완서 작가의 8주기에 작가를 추모하기 위해 29명의 후배 작가들이 저마다 지향하는 작품세계로 짧은 소설(콩트) 들을 수록한 것이' 멜랑콜리 헤피엔딩'이라는 콩트집이다.  이 작품은 콩트집에 실려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이 콩트의 저자 전성태(1969 - ) 작가는 전남 고흥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닭몰이'로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의 삶을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문체로 표현한 작가로 유명하다. 소설집으로 '늑대', '매향(埋香)', '국경을 넘는 일' 등과 장편 소설 '여자 이발사' 등이 있으며 신동엽 창작상, 채만식 문학상, 무영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지영 부부의 가족은 한 해변가의 야영장으로 늦은 여름휴가를 떠난다. 수많은 야영객이 머물다간 야영장에는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나무에는 노끈이 그대로 묶여 나부끼는 모습이다. 기분이 상해 불평으로 가득한 지영의 가족 옆에 다른 한 가족이 등장한다. 한 남자와 초등학생 딸 두 명이다. 지영의 가족은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그들의 멋진 캠핑용품을 부러워한다. 그 순간 부부는 자신들에게는 있으나 이웃 캠핑 가족에게는 없는 결핍을 찾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도 네게는 엄마가 있잖아” 

 

이웃 캠핑 가족보다 우월하다고 말하고 싶은 아내가 말한 것은 그 가족에게는 엄마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야영장을 떠나는 날 차에 오르며 부부는 그 남자가 그들이 불평불만을 터뜨렸던 노끈을 치우는 모습을 본다. 그는 유유자적 휘파람까지 불며 노끈을 제거하고 있었다. 숲은 언제 그랬냐 싶게 깨끗하게 정리되어 달라 보인다. 지영이 진우에게 말한다.

 

“우리 너무 자책하지 말자. 저 사람이 그냥 멋진 일을 하는 것뿐이야.”

 

왜 우리는 남과 비교를 하여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며 어떻게든 타인을 시기, 질투하고 깎아내리며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가. 왜 우리는 남의 결핍에서 나의 행복을 찾으려 하는가. 못난 모습 아닌가. 타인의 것을 탐낼 것도 없고 타인의 우위에 설 필요도 없다. 내가 가진 그대로의 것들, 작은 것들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인간이기에 타인보다 경제적이든 정서적이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으나 타인보다 내가 잘나야 하는 위에 서려고 하는 탐욕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탐욕이 아닌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고 도우려고 하는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애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11.02 08:46 수정 2022.11.0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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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