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1986년 ‘한국문학’ 6월호에 발표된 양귀자(1955~ ) 작가의 단편소설로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의 4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작중 화자는 7살이다. ‘나’에게는 27살 먹은 친구가 둘 있는데 그중 하나는 형제슈퍼 주인인 김반장과 시인으로 불리는 ‘몽달’이다. 김 반장은 동네 반장에다가 이웃과도 잘 지내는 사람이고 '나'의 셋째 언니인 선옥 언니를 좋아하지만 언니는 서울에 있는 이모 양품점에서 일을 한다.
몽달 씨는 대학교를 잘리고 시를 적은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외우고 다니는 좀 모자라 보이는 특이한 사람이다. 김 반장은 몽달 씨를 시인인 척 추켜세우며 이것저것 일만 시켜 먹는다.
어느 날 부모님의 싸움이 저녁까지 이어지자 이를 피하기 위해 형제 슈퍼 앞에 있는 비치 파라솔에 앉아 졸고 있었다. 갑자기 골목이 시끄러워지면서 한 사람이 슈퍼 안으로 도망하고 험악한 두 사람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자세히 보니 도망가는 사람은 몽달 씨였고 그 험악한 사람들에게 맞고 있었다.
주위에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외면해버린다. 김 반장은 도와달라는 몽달 씨를 외면하며 세 사람을 밖으로 쫓아버리고 나는 지물포로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지물포 주 씨에 의해 폭행은 멈춰지고 두 사람은 도망간다. 몽달 씨는 묻지 마 폭행을 당한거다. 김반장은 경찰을 부르겠다는 말에 불량배들이 도망을 치고 상황이 정리가 되자 뒤늦게 나타나 몽달 씨를 부축해서 집으로 데려다 준다.
그 사건 후 몽달 씨가 10일 만에 헬쓱한 모습으로 나왔는데 그는 여전히 김반장의 일을 거들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밤 일을 다 보았다고 하며 김 반장은 나쁜 사람이라고 ‘몽달 씨’에게 말하지만 ‘몽달 씨’는 아니라며 쪽지를 한 장 건네준다. 아주 슬픈 시라면서..
“마른 가지로 자기 몸과 마음에 바람을 들이는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는 순교자 같다. 그러나 다시 보면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고 싶어 하는 순교자 같다…….”
7살의 주인공의 시선으로 보아도 작품에서 김 반장은 아주 약삭빠른 인물이다. 사람을 이용만 해 먹고 급할 때는 도와주지는 않는 이해타산이 빠른 인물의 전형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볼 때 세상은 부조리투성이다. 지금도 이런 김반장 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지 않나.
길거리에 누가 쓰러져도 관심 없고, 어떤 일이 생겨도 자신이 피해당할까 봐 피해 가기 일쑤다. 경찰에 신고라도 해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냥 그 장소를 피해 나만 안전해지면 가던 길을 간다. 세상은 넓고 세월은 빠르며 누구 하나 없어져도 아무도 모른다.
작가는 시를 통해 ‘몽달 씨’가 세상의 부조리를 그냥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전하고 김 반장의 비열한 마음과 몽달 씨의 순수한 마음을 대비시키면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우리 마음의 메마름과 비열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누가 원미동 시인을 얼빠진 시인이라 할 것인가. 내가 보는 원미동 시인은 그냥 그는 순수하게, 인간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