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작심삼일(作心三日)

고석근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 예수 

 

 

세계적 석학이라고 칭송을 받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을 읽으며 생각한다.  작심삼일, 인간의 결심은 사흘을 지나지 못한다는 것. 우리는 지금 인류의 종말에 대한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작금의 기후 위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우리는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과거의 여러 찬란했던 문명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어떻게 그들의 문명이 붕괴하게 되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그가 한국에 와서 최재천 교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다음과 말했다고 한다.

 

 “교통수단과 인터넷의 발달, 국제 교역과 세계화로 인하여 지구의 모든 나라는 제한된 자원을 놓고 무한경쟁을 벌이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지구는 이를테면 우주의 바다에 떠 있는 이스터섬입니다. 이스터섬의 역사는 지구촌 전체의 문명이 자체적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입니다.”

 

 그는 섬뜩한 이스터섬의 붕괴과정을 보여준다. 

 

 ‘이스터섬은 남아메리카 칠레의 남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그 섬에는 다양한 새들과 식물들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스터섬 사람들은 외부와의 교류 없이도 나름의 문명을 일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터섬의 삼림은 빠른 속도로 파괴되었고 파괴된 삼림은 섬을 황폐화했다. 결국 식량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고, 점점 식량이 부족해지자 섬사람들의 삶은 악화되었다. 식인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증거마저 발견될 정도로 문명은 완전히 파괴됐다.’ 

 

이 글을 읽으며 누구나 ‘지구를 살리자’는 깊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천둥 같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친환경 물품 쓰기부터 하자!’ ‘소비를 줄이자!’

 

그렇게 해서 소비 중심에서 차츰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작심삼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이 시대의 제일 원리는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소비가 한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사회다. 우리는 이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 지금 이 시간부터 전 인류가 결심하면 될 것이다. “지구를 살리자!”

 

하지만 소비를 줄이면 경제는? 자본주의는 자본이 계속 증식되어야 유지가 되는 사회체제다. 소비가 줄어들면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는 사회체제다. 우리는 ‘맛집’에 길들여진 우리의 혀를 다스릴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소비의 단맛에 취했다. 몸에 깊이 배인 습(習)을 끊는 것은 결심한다고 되지 않는다. 예수가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지구를 살리는 문제는 몸이 바뀌어야 하는 우화등선(羽化登仙), 천지개벽(天地開闢)의 문제다.

 

몇 년 전에는 ‘정의란 무엇인가?’가 대유행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그때보다 정의가 조금이라도 더 진전되었는가? 소피스트들은 말했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 소크라테스는 그에 맞서 정의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라고 설파했다.

 

하지만 그는 죽어야 했다. 왜? 정의는 기득권층들과의 목숨을 건 싸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정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환경 문제의 정의(正義)는 환경문제를 파괴하며 성장해야 하는 현대 문명 기득권층들과의 싸움의 문제다.

 

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한다. 하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경제성장을 할 수 있을까? 절대빈곤, 상대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 국가들에게 ‘경제성장을 하지 마!’가 통할까? 

 

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을 읽으며 절망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그 당연함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현재 전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자본들, 초강대국들이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데, 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현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의 건설은 기득권과의 싸움이 되고 동시에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현재 소비 수준을 어디까지 내릴 수 있을까? 치킨을 일 년에 한두 번만 먹을 수 있을까?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자동차 회사들이 도산할 텐데, 그 많은 실업자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래서 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를 읽으며 ‘도덕 재무장하기’ 같은 공허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우리의 현대문명의 붕괴를 막으려면 그야말로 구체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과거에서 지혜를 얻자’는 공염불만 하게 된다.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인류의 스승이라고 한다. 현대 문명의 위기를 막는 문제는 우리 모두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하는 문제가 된다.  

 

 

 다리 밑은 지금 위험 수위 

 탁류에 휘말려 휘말려 뿌리 뽑힐라

 교각(橋脚)의 풀꽃은 이제 필사적이다

 사면(四面)에 물보라치는 아우성

 사람들은 어슬렁어슬렁 물 구경 가고

 

 - 박용래, <풀꽃> 부분 

 

 

‘사람들은 어슬렁어슬렁 물 구경 가고’ 시인의 눈은 다리 밑의 ‘풀꽃’ 한 송이에 가 있다. ‘탁류에 휘말려 휘말려 뿌리 뽑힐라/ 교각(橋脚)의 풀꽃은 이제 필사적이다’

 

풀꽃 한 송이를 구하지 못하여 결국 인류는 여기까지 왔다. 이제 우리 모두 시인이 될 수 있을까?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2.11.10 10:50 수정 2022.11.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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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