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202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염승숙의 단편 ‘믿음의 도약’에서 보는 희망 잃지 않기

민병식

염승숙(1982 - ) 작가는 1982년생으로 2005년 ‘현대문학’에‘뱀꼬리왕쥐’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소설집으로 ‘채플린, 채플린’, ‘노웨어 맨’ ‘그리고 남겨진 것들’ 등과 장편소설 ‘어떤 나라는 너무 크다 등이 있다. 

 

이 작품은 2022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7편 중 1편으로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 철과 영은 다섯 살 된 아이를 키우는 부부다. 적어도 전세 보증금은 마련하고 아이를 갖자는 영의 말에 두 사람은 결혼한 지 십 년이 돼서야 빌라를 구하고 임신을 확인했다. 아이가 커가고 코로나 시국에 돈을 모으기는 더욱 어려워지는데,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오는데 집주인은 꼭 철이 아닌 영에게 연락을 한다. 철이 알려온 집주인의 연락은,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전세 대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남은 3개월에 집을 수리할 테니 밖에 나가서 살라는 것이었다. 당장 사는 곳은 여관에서 산다 해도 많은 짐들은 어찌할 것인가.

 

영은 ‘우리한테 누가 있어, 여보. 아무도 없어, 아무도’라고 반복하며 집착적으로 수많은 영양제를 구해다 아이와 남편에게 먹인다. 믿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는 듯이 말이다. 유산균, 종합비타민, 오메가3, 비타민C, 비타민, 실리마린, 소화효소를 주고 때마다 사과식초와 배도라지 즙 등 열 몇 가지 영양제를 주고 건강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수리한다던 집은 집주인이 3개월 전부터 이미 부동산에 내놓았고 집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 전세로 오겠다는 사람은 없고, 지금 세 들어 살고 있는 철과 영이 별다른 대답이 없자 또다시 영에게 연락해 세입자였으니 싸게 팔겠다며 집을 사라고 권한다. 지금까지 덕분에 잘 살아왔을 뿐더러 앞으로 이렇게까지 좋은 가격의 전세는 없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 말에 영은 분노한다. 영은 어떻게든 이사를 마음먹게 되지만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장누수증후군'으로 병원을 찾고 유산균을 먹어야 한다고 처방받는다. 영은 그간 자기가 챙겨왔던 영양제들이 장 누수로 모두 누수 되었던 것에 충격을 받아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해, 용량을 높이면 장 누수 증후군 약과 함께 복용해도 영양제 누수 없이 모두 흡수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영은 가족에게 영양제를 더욱 챙겨주며 본인도 약을 챙겨 먹고 철과 함께 집을 알아보러 다닌다.

 

겨우 한 동짜리 집을 알게 되어 매물을 보러 가는데 집은 7층 18평, 6층 23평, 5층 28평 등 아래로 내려갈수록 평수가 넓어지는 형태다. 둘은 대출을 최대로 받아 18평형 7층으로 계약한다. 이사는 순조로이 이루어졌고, 엘리베이터가 양쪽의 건물 모두 부실했으므로 사다리차 비용을 양쪽 건물에서 모두 내야 했지만 철과 영은 본인들의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짐을 모두 꾸리지는 못했지만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이사하는 기분도 모두 냈고, 잠잘 준비를 한다. 그날 밤, 가까스로 펼친 침구 속에 몸을 뉘였다가 철과 영은 무언가 꽝! 내리치는 소음에 눈을 뜬다. 철이 거실로 뛰어나가 베란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건물 바깥 쪽 벽으로 폭포수 같은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온전하다 믿었던 창호의 틈새로 물이 들이쳐 베란다는 이미 물바다였다. 이사 기념으로 새로 산 잿빛 슬리퍼가, 둥둥 떠다니고 폭발음은 이후로 한 번 더 들리고 철과 영은 잠을 자지 못한다.

 

전세가 아니라 자가로 아파트를 사서 삶이 좀 나아진 거겠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착각이었다. 철과 영의 삶은 그전과 다를 바 없다. 대출금은 갚아야하고 수시로 사고가 터지는 낡은 집이라 오히려 이사를 가고 싶어도 자기 집이어서 안 팔리면 가지도 못한다. 열심히 억척스럽게 살아도 끝이 안 보이는 요즘의 경제. 오로지 믿을 것은 건강뿐이라는 등장인물 부부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코로나에 금리 인상에 경제는 어려워져 점점 살기 힘들고 아파트값이 아무리 내려간다 해도 서민은 집 한 채 갖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세상, 그래도 영양제라도 먹어가며 희망을 잃지 않고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 부부와도 같은 우리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11.16 12:11 수정 2022.11.16 12:1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