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인류 절멸의 날 (1)

신의 은총인가, 경고인가

신연강

“심해(深海)로부터 잠수정이 올라온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적이라고는 없고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육지. 실험을 위해 원숭이 한 마리를 태우고 바닷속 깊이 내려갔던 잠수정이 올라와 보니, 핵전쟁으로 지상은 초토화되어 불모지가 되어있었다. 사람 하나와 원숭이 한 마리가 남은 세상에서 이제 주인공은 원숭이와 더불어 낯선 미래에 봉착하게 된다.”

 

이것은 솔 벨로우와 함께 1940년 미국문학을 대표했던 유태계 작가인 버나드 맬러머드(Bernard Malamud : 1914~1986)의 소설, 『신의 은총』에 나오는 내용이다. 

 

『신의 은총』(God's Grace, 1982)은 맬러머드의 마지막 소설로서, 핵전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주인공 캘빈 콘(Calvin Cohn)조차 결국엔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이 전하는 ‘신의 은총’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의 야수적 파괴 본능에 대한 신의 경고로 해석된다. 작가는 우리 인간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인간은 사랑받을 수 없으며, 심지어 신으로부터도 사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강조하여 인간 간의 사랑과 상생의 지혜를 촉구한다. 

 

핵전쟁의 위기와 참상을 예견하고 작품화한 맬러머드의 소설을 자꾸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가상이 현실이 될 소지는 매우 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세계의 주요 이슈인데, 여차하면 핵미사일을 쓰겠다고 버튼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면 핵전쟁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공포를 낳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예기치 않았던 일들이 이어지고, 전쟁은 당사국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전 세계가 실감하게 된다. 자칫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어쩌다 보면 모두가 전쟁에 얽혀 들어갈 상황이다. 

 

오늘날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지역이 세계이고, 세계가 곧 지역이 되는 끈끈하고 촘촘한 관계망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세계의 곡물창고로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식량 수출을 제대로 못 함으로써 세계 곡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북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는 가스공급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두 나라만의 전쟁으로도 전 세계가 영향을 받아 휘청인다. 자칫하면, 양측을 각각 지지하면서 지원하는 집단이 대규모 전쟁에 휘말릴 상황이다. 지구 대전쟁이 뭐 별것인가. 집단으로 싸우면 세계대전이 되는 것이다. 3차 세계대전이 코앞에 와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것은 핵전쟁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면적을 초토화하는데 몇 개의 핵폭탄이 쓰이겠는가를 짐작한다면, 지구상에서 벌어질 핵전쟁의 위험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로선 현재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실험하며 핵미사일을 수십 기로 늘려가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과거 일본 히로시마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핵폭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날의 핵폭탄은 고성능, 초소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5,900여 기의 핵탄두 중 오늘 당장이라도 1,500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말 히로시마에 투하된 15kt 핵폭탄으로 14만 명이 사망했는데, 오늘날에는 1,000kt 핵무기도 있다고 하니 엄청난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로 죽이겠다고 그런 어마어마한 무기를 만들었다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핵무기의 위력은 핵탄두를 얼마나 소형화하고, 그런 고용량의 소형 핵탄두를 얼마나 멀리 실어 보내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광대한 바다를 건너 대륙에서 대륙을 오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을 통해 핵 강국을 노리는 것이다. 핵무기의 본격적 출현은 2차 대전 이후 냉전기에 소련과 미국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려서 다량의 핵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면서부터다. 미. 소 양국이 지구를 통째로 날려 버릴 어마어마한 양의 핵폭탄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거대 양국 소련과 미국이 만나 핵무기를 감축하기로 합의한 것이 솔트(SALT: Strategic Arms Limitation Treaty) 조약으로, SALTⅠ(1972년)에서 미국은 ICBM 1,054기, SLBM 710기, SSBN 44척으로 제한하고, 소련은 ICBM 1,618기, SLBM 950기, SSBN 62척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미.소의 감축량에 차이가 있는 것은 이 협정은 핵 감축이 아닌 동결을 목적으로 하는 조약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1979년에 SALTⅡ에서 본격적으로 감축을 진행하며 양적 제한이 아닌 질적 제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이로 인해 양국은 모두 2,250기의 핵 운송 수단을 가질 수 있었으며, 특히 다탄두 미사일의 경우 1,200기, 잠수함과 폭격기는 합쳐서 총 1,320기로 제한하는 협정을 맺었다. 그리고 소련이 개발한 신형 ICBM SS-16의 보유가 금지되었다. (* SALT 협정에 관한 내용은 네이버>나무위키>전략무기제한협정 내용을 참고함)

 

그 과정과 기록이 한 곳에 오롯이 담겨있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은 세계에서 단연 앞서는 거대한 규모의 자연, 인류, 문화의 변천사를 담아놓은 보고(寶庫)이다. 그 큰 박물관 한쪽에 ‘항공우주박물관’이 있는데, 그곳에 우주인이 달에 도착할 때 사용했던 아폴로 11호라는 조그만 철제 캡슐이 보존되어 있다. 더불어 냉전 시대에 소련과 미국이 개발했던 ICBM 기체가 전시되어 인류의 핵미사일 발달과정을 한눈에 잘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엄청난 높이와 위용을 자랑하는 미사일이 있는가 하면, 날렵하고 소형화된 미사일도 있다. 무서운 핵미사일도 알맹이를 제거한 미사일 본체는 인류에게 큰 교훈과 배움의 장을 제공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핵무기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에는 핵미사일을 보유한 국가가 부쩍 늘었다. 각국의 핵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핵무기 보유국은 미, 러, 중국, 프랑스, 영국,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북한의 총 9개국이다. 핵탄두 보유 수는 러시아(5,977기), 미국(5428), 중국(350), 프랑스(290), 파키스탄(165), 인도(160), 이스라엘(90), 북한(20) 등이다.

 

눈여겨볼 점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운용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멀지 않아 ICBM을 운용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든다고 하니, 동북아 군사 안보에 큰 파열을 일으키고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동북아 군사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보 불안에 편승해서 우리나라도 핵무기 개발론이 솔솔 나오고 있고, 그런 움직임은 곧 일본, 대만, 나아가 동남아로 이어질 것이다. 비핵화 지대를 꿈꾸던 한반도 평화 구상은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신연강 imilton@naver.com

 

작성 2022.11.22 11:52 수정 2022.11.22 12:0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