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비치의 '암소'에서 배우는 사랑의 마음

민병식

본명 안드레이 플라토노비치 클리멘토프(1899~1951)는 아버지 플라톤 클리멘토프의 이름에서 따온 플라토노프라는 필명으로 문단에서 활동했다. 가난한 집안을 돕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일용직 노동자, 철도 기관사 조수 등으로 일했고 완벽한 사회주의자를 지향했으나 ‘반 소비에트주의자’로서 러시아 문단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작가로 알려져 있다.

 

철도 선로지기의 헛간에 암소가 한 마리 살고 있다. 선로지기 아들인 ‘바샤’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밤낮으로 암소를 보살핀다. 암소가 낳은 수컷 송아지는 병이 났는지 아버지가 수의사에게 보이려 데려가자 아버지를 대신하여 바샤가 어두운 밤에 기관차를 통과시키는 선로지기 역할을 맡게 된다.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는 기관차의 피스톤 축에 이상이 있는 것을 알아채고 기관사에게 알리고, 수증기가 새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면서 기관차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래를 계속해서 선로에 뿌려주는 기지를 발휘한다. 기관사는 바샤를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후미 쪽도 점검해 달라 부탁하고, 바샤는 무사히 기관차가 지나가도록 돕는다.

 

돌아온 아버지는 송아지가 수놈이라 필요 없다며 팔았다고 말하는데, 마당에서 울고 있는 암소를 보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울고 있는 암소를 바샤가 달래보지만 소용이 없다. 암소는 여물도 먹지 않고 밤새 울부짖는다. 아버지는 암소에게 들에서 풀을 뜯으라고 풀어주지만 암소는 저녁까지 가만히 있기만 하였고 달래주려는 바샤를 뿌리치고 들판으로 멀리 사라진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암소는 돌아왔다. 그 후로도 들판에 풀어놓으면 암소는 위험하게 선로 쪽으로 자주 다가간다. 

 

어느 날 바샤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다 얼마 전 도와준 기관사가 끄는 기차에 암소가 치여 죽은 모습을 보게 된다. 10분 동안이나 기적을 울렸지만 암소는 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 암소를 사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기관사는 1백 루블을 주면서 보태라고 하고 의아해하는 아버지에게 기관사는 바샤에게 도움 받은 일을 얘기한다. 바샤는 기관사에게 모래 적재함에 대해 묻고 기관사는 바샤의 말대로 실행했다고 전한다. 바샤는 학교 과제로 써야 하는 글을 암소에 대해 쓴다. 암소는 우유, 새끼, 고기, 가죽, 내장, 뼈를 바쳤으니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려 깊고 마음이 따뜻한 소년 바샤는 암소를 단순한 가축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사는 식구로 여기고 인간적으로 사랑하고 고마워했다. 우리는 바샤의 따뜻한 인간애와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주고 떠난 암소가 전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을 배운다.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송아지를 팔고 와서 슬퍼하는 암소를 보고 후회하는 마음이다. 아들 바샤는 어떤가, 아버지를 대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로 성실함을 상징하고, 그것을 본 기관사의 아낌없는 칭찬과 새로운 송아지를 사야하는 바샤 가족에게 1백루블의 돈을 주었다.

 

작가는 공동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 중심 매개체가 바로 암소이다. 암소는 농사일을 돕고, 우유를 제공하고 새끼를 낳고 죽어서도 고기와 가죽을 인간에게 제공해 준다.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모두를 주고 가는 암소를 통해 바로 우리 인간 세상도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희생하는 공동체 세상을 만들며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의 시대는 어떤가. 남을 짓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내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이웃이 어찌 되든지, 세상이 어찌 되든지 관심이 있을까. 사랑하는 여인을 ‘가스라이팅’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상대의 가족까지 몰살하는 만행의 시대, 실질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되었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인권보호를 빙자하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인면수심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시대에 국민 세금으로 먹고 운영되는 법 시설 안에서 진짜 참회하고 후회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째 죄진 사람이 더 뻔뻔한 거꾸로 가는 기차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프기만 하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11.23 13:36 수정 2022.11.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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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