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낙엽에게

신연강

 

누운 낙엽을 위해 오늘 잠시 시간을 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그처럼 누울 테니까요. 여름이 지나고 계절 따라 낙엽이 진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다만, 낙엽은 자신의 색깔을 내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다면 말입니다.

 

“당신의 색은 뭡니까?”라는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은 소신이 있거나, 자신만의 철학이 있거나, 또는 굳은 신념이나 이상이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런 질문에 답하기가 망설여지지 않을까 싶고, 저부터도 뭐라 답할까 궁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색’에 관한 질문은 결국 “어떤 삶을 살아오셨습니까?”라는 질문으로 환치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은 까닭에, 한 마디로 ‘난문난답(難問難答)’이라 할 수밖에 없겠는데, 괜히 누운 낙엽에 삶을 연관시키는 생뚱맞은 일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낙엽은 있는 그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편안히 몸을 맡기고 자연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누운 낙엽은 모든 것을 다 초월해서 아주 편할 텐데, 세속을 넘어서지 못하고 관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 마음과 사고가 문제이겠군요. 

 

가을은 동굴입니다. 튼실한 가지를 떠나 지상으로 내려온 나뭇잎들이, 한여름 뜨거운 햇볕을 가득 담아온 열매들이 툭툭 떨어져 동굴로 향합니다. 자연의 많은 것이 한겨울로 향하는 통로에 들어와 긴 시간을 나려고 합니다. 그 길을 생각하면서 저의 동굴도 깊어갑니다. 조금은 외롭고 따뜻한, 조금은 길고 묵묵한 그 길을 따라 사고의 샘을 향합니다.

 

낙엽이 저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손을 흔듭니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시간을 풀어냅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이리저리 잘 피해왔습니다. 남들 다 걸렸다는 코로나를 용케도 잘 피해오다 마침내 앓아누웠지만, 결국 또 멀쩡하게 살아났습니다. 알게 모르게 많은 분이 떠났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그들이 이름과 주소를 묻고 이승을 떠났네요. 질병뿐 아니라 여러 경로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이 각자의 안식처에 낙엽처럼 초연히 누워있을 것입니다.

 

낙엽. 오늘 그 색과 몸짓을 보고, 지나온 향을 맡으며……. 그 초연함을 잠시 생각해봅니다. 길 위에서 멈추고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바람처럼 흐르고 떠남이… 자연스럽고 아름답습니다. 동굴도 그처럼 흘러갈 테니까요.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신연강 imilton@naver.com

작성 2022.11.29 11:07 수정 2022.11.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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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