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왜란 당시 원균이 수사로 있었던 경상우수영은 거제 오아포(현재의 거제시 동부면 가배리)에 있었다. 관할구역은 낙동강 서측에서부터 전라도와 경계인 남해현까지였다. 관할구역 내 수군이 편성된 고을인 8관으로 하동현, 곤양군, 남해현, 사천현, 고성현, 진해현, 거제현, 웅천현이 있었다. 수군 진영이 있는 해안 포구로는 16포가 있었다. 16포는 가덕진, 천성보, 제포, 안골포, 영등포, 율포, 옥포, 조라포, 지세포, 가배량, 당포, 사량, 소비포, 적량, 미조항, 평산포 등이다.
1593년 7월 한산도에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었을 때 경상우수영은 거제 오아포에서 한산도로 옮겨와 삼도수군통제영과 겸영하였다. 임란 후 1599년에 다시 경상우수영은 원래의 오아포로 돌아갔다. 1604년에 삼도수군통제영은 한산도에서 고성현(현 통영시) 두룡포로 옮겼다. 거제 오아포 경상우수영은 1601년 고성현 춘원포(현재의 통영시 광도면 황리)로 잠시 옮겼다가 최종적으로 1604년에 두룡포로 옮겨 삼도수군통제영과 겸영하게 되었다. 이때 고성현 가배량(현재의 통영시 도산면 오륜리 내촌 속칭 가오치 마을) 만호진을 거제 오아포로 옮겼으며, 오아포는 이때부터 가배량(현재의 거제시 동부면 가배리)으로 지명이 바뀌었다.
경상우수영의 관할구역인 거제도 일대에는 수많은 임진왜란 전적지가 있다. 직접 해전이 있었던 곳은 옥포해전지, 율포해전지, 장문포해전지, 칠천량해전지가 있다. 이순신 장군의 조선수군이 기항했거나 유박하고 지나간 곳은 송미포(거제시 남부면 다대리), 송진포(거제시 장목면 송진포리), 영등포(거제시 장목면 구영리), 견내량(거제시 사등면), 유자도(거제시 장평동 귤도), 가참도(가조도), 고개도(거제시사등면) 등이 있다.
그런데 옥포대첩기념공원과 칠천량해전 기념공원 외의 다른 전적지에는 거제시가 이렇다 할 안내 표지판 하나 설치해 놓은 곳이 없다. 조선수군이 참패한 칠천량패전지에는 엄청난 규모의 기념공원을 조성했지만 승리한 율포, 장문포 등에는 그 흔한 표지석도 하나 없다. 패전의 교훈도 중요하지만 균형감각을 잃은 것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임진왜란 당시 수군 진영 중에서 제일 규모가 컸던 경상우수영이 있었던 오아포(거제시 동부면 가배리)에도 안내표지 하나 없다. 일반인들이 그냥 지나치면 작은 어촌 마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수의 전라좌수영과 해남의 전라우수영은 지자체들이 대대적인 발굴조사와 복원공사를 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상우수영은 1995년 동아대 박물관에서 '거제 성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지표조사를 한 것 외에는 제대로 된 발굴조사를 한 적이 없다. 이곳에도 분명 다른 수영이나 한산도 통제영과 비슷한 지휘부 건물이 있었을 것이고, 객사나 동헌 등의 부속건물들도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성곽과 함께 이런 건물들을 발굴 복원한다면 엄청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요즘은 스토리텔링 테마 기행이 세계적인 추세다. 빼어난 자연 풍광을 갖고 있는 거제도가 임진왜란 전적지를 제대로 복원한다면 거제도는 역사교육의 메카가 되고 남해안의 핵심 관광 거점이 될 것이다. 거제시 담당 공무원들과 거제시의회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
ogokdo@naver.com